거제도/아름다운 거제산

[거제] 또 다른 옥녀를 새벽에 - 칠천도 옥녀봉 [232.7m]

산안코 2009. 7. 12. 23:20

금요일 저녁 칠천도 반올림펜션에서 파트 내 워크숍이 있습니다. 말이 워크숍이지 단합대회 성격이 짙은 자리가 예상됩니다. 

다음날 아침 칠천도 옥녀봉을 오르기 위해 사전에 등산화, 스틱, 작은 배낭을 준비했습니다. 술잔이 한 순배씩 돌고 구수한 노래자락도 한 바퀴씩 돌아가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훌라당 판이 본격적으로 벌어집니다. 

재수 옴 붙었나봅니다. 순식간에 지갑속의 십 오만원이 사라졌습니다. 관중의 눈치를 뒤로하고 잠깐 옆방에서 호흡 조절하고 다시 앉았습니다. 그럼 그렇지 아직 녹슬지는 않았나봅니보다.
마당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걸 보니 아침이 되었나봅니다. 딱 본전 찾았습니다.
잘 사람 잠자고 떠날 사람 떠나고 나는 전날 펜션 사장님께 알아놓은 옥녀봉 산행들머리 길을 찾아 옥계마을회관 앞에 주차(6:00)시켰습니다.

 

 

 

옥녀봉 들머리를 몰라 마을을 가로질러 길 따라 무작정 가던 중 남새밭에 일하시는 마을 할머니께 여쭈어보니 쭉 올라가면 옥녀봉 이정표(6:10)가 나온다고 합니다. 

거제도는 유난이 많은 옥녀봉이 있는데 지난주에 다녀온 장승포 뒷산의 맏언니 옥녀봉, 오늘 내가 가고자하는 둘째 언니격인 여기 칠천도 옥녀봉, 7월 중순이면 다리가 개통되는 가조도 옥녀봉이 있고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둔덕면에 옥녀 하나가 더 있다고 합니다.
새벽 혼자 오르는 옥녀봉 산길에 돼지가 땅을 뒤집어 놓은 흔적이 있어 혹시 그 놈 만날까 걱정입니다. 비록 낮은 산이지만 밤새 눈 한번 못 붙이고 바로 오르는 길이니 등줄기를 타고 땀이 줄줄 흐릅니다. 안부가 나오고 이정표 없는 삼거리길도 나옵니다. 왼쪽을 택했습니다. 현명한 판단이었습니다. 가파른 길에 나무를 잘라 만들어놓은 산길이 제법 정갈하게 등산로를 가꾸어 놓았습니다.
정상에는 벤치 세 개가 있고 깔끔하게 주위 정돈이 되어 있으며 아직 정상이라는 아무런 표시는 없습니다. 나무 한그루 떡하니 버티고 있어 배낭이 모델(6:25)이 되어줍니다.

  

 

 

 

 

너머로 계속 길은 이어지나 사람이 다닌 흔적은 없고 어디로 연결되는지 몰라 오던 길을 다시 돌아 조금 전 그 삼거리(6:33)에서 그냥 직진하기로 했습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길에는 풀들이 무성하여 아침이슬이 바지자락을 흠뻑 적셔 놓습니다. 더군다나 철조망이 길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습니다. 돌아서기에는 너무 먼 길을 왔기에 그냥 넘고 지나갑니다. 

점입가경이랄까 이번에는 공동묘지가 나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다닌 흔적은 뚜렷하여 계속가면 마을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은 섭니다. 눈앞에 칠천대교의 멋있는 장면(6:48)이 떡허니 나타납니다. 

  

 

 

 

 

밭 언덕배기에는 돌배나무가 엄청난 돌배열매를 품고 있습니다. 혹시나 있을 뱀을 쫒기 위해 스틱을 이리저리 휘둘러가며 살방 살방 내려가는데 갑자기 까투리 한 마리 푸드덕 눈 앞에서 사람을 놀래킵니다. 아마도 저도 놀라고 나도 놀라고 했을겁니다. 

버섯 닮은 지붕을 가진 조은하루 찻집 옆으로 날머리(7:01)가 나오고 칠천도 순환도로에 도착되니 산행시간은 똑 떨어지는 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자동차를 회수하러 도로를 따라 가노라니 맞은편에서 머리띠 둘러매고 땀 뻘뻘 흘리며 달려오는 사람이 있어 내게 왈 『상조형님 아닙니까?』합니다. 참 부지런도 하시지. 형수과장이었고 윤직대리, 동산직장, 진표직장이 이른 아침 이곳까지 와서 마라톤 연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새벽 다섯 시에 집을 나서 여기 칠천도에서 마라톤 연습을 하고 있다니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실한 투자를 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