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칠월하고도 사일이나 지났습니다. 오늘은 문동계곡에서 1시에 약속을 해 놓았으니 일찌감치 심원사 앞을 가로질러 올라가서 북병산을 들렀다가 거제지맥을 통해 소동고개 명재쉼터, 문동폭포 경유하여 약속장소에 도착하려고 집을 나섰다습니다. 공교롭게도 삼거리 가는 시내버스가 지금 시간대에는 1대도 없습니다.
그럼 하는 수 없지. 장승포 가는 버스(8:50)에 올랐습니다. 계획을 수정하여 옥녀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옥녀봉을 올라보기 위해서입니다.
옥녀봉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길게 뻗어있는 모습이 옥녀가 다리를 쭉 뻗어 있는 형상과 흡사하여 쭈욱 타고 올라가 볼 심산입니다.
거제예술회관 앞(9:25)에서 내렸지만 산 들머리를 찾지 못해 찻길을 따라 마전동 방향으로 하염없이 걷습니다. 건너편 애광원으로 길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은 들지만 아무런 표지가 없으니 무작정 들어가 볼 수가 없습니다.
4차선 도로가 끝나는 부분에 산을 오르는 철 계단이 있고 자연보호 플랜카드가 보이니 틀림없는 산 들머리입니다. 마전초등학교 앞 등산로(9:35)입니다.
한참 땀 흘려가며 오르다보니 삼거리가 나오고 아니나 다를까 애광원 방향 이정표(9:43)가 있습니다. 아깝지만 이제 알아 놓았으니 다음번에는 그 길입니다.
조선시대 왜구들을 감시하기 위한 옥림산 봉수대가 조선말 무너져 내려 훼손되었으나 최근 거제시가 옥녀봉 봉수대(9:50)로 깔끔하게 복원하였다고 합니다.
대우조선 정문에서 올라오는 삼거리(10:15) 길부터는 오르막을 가파르게 치고 오릅니다. 햇볕은 강하고 바람 한 점 없으니 땀이 비 오듯 쏟아지니 숨이 막혀 가다 쉬기를 몇 번이나 합니다.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내려오든 산님께서 지나가는 비겠지요? 하고 말을 던집니다. 그럴걸요. 내 대답입니다.
옥녀봉 정상(10:50)에 올라서니 희뿌연 하늘로 인해 시계가 좋지 않습니다. 가끔 구름도 한때 몰려왔다 사라집니다.
팔각정에서 땀을 식히고 있으니 지난달 농협중앙회에서 정년을 하시고 마땅히 일거리가 없어 산을 찾으셨다는 노신사 한분이 올라오십니다.
젊어서 일만 하시다가 막상 시간이 생겨 놀아보려 해도 노는 법을 잘 모르고 아직 체력에 자신이 없으셔서 혼자서 산을 즐기기로 하셨다니 탁월한 선택입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30분을 넘게 앉아 있다가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 인사하고 아주동 삼거리, 옥녀봉 삼거리(12:10), 명재쉼터(12:40)를 경유하여 문동계곡으로 내려서니 시원한 물소리가 들려옵니다.
문동폭포 바로위에서 웃통 벗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내니 개운하기 그지없습니다.
문동폭포(12:57)의 물줄기가 이렇게 힘차게 떨어지는 모습은 거제도 30년에 처음입니다. 장관입니다.
계곡 나무 밑에는 거제시에서 평상을 군데군데 준비해 두었고 거기에는 가족들과 토요일 오후 한때를 보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거의 고기 굽기 아니면 기계 돌리기 입니다.
계곡이 끝나는 지점에는 반가운 사람(13:10)들이 보입니다. 우리 일행들이 두 개의 평상을 잡아놓고 벌써 장어랑 돼지고기를 굽고 있습니다. 부지런한 재택 형님이 아침 일찍 와서 혹시 자리를 놓칠 새라 찜해놓고 갔다 오셨다고 합니다. 덕분에 나는 땀 조금 빼고 고기는 실컷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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