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2010. 5. 22 토요일(당일)
◈ 어 디 를: 거제 남북지맥 두번째 3, 4-3구간(48.5Km 중 18.6Km)
◈ 누 가: 고집통 홀로
◈ 날 씨: 비
◈ 거리 및 시간: 그물기고개(학동고개)(10:33)→명재쉼터(17:10) (15.0Km, 6시간 33분)
◈ 산 행 코 스: 그물기고개(학동고개)→454봉→양화고개→ 452봉→망치고개→북병산
→365봉→소동고개(번송치)→옥녀봉삼거리→명재쉼터→문동마을
3일 연휸데 사량섬이나 한번 가 볼까 별러다가 석가탄실일은 곡차의 유혹에 빠져 대성사 부처님께 문안 올린다고 하루는 보내버렸고 오늘은 눈떠보니 이미 9시가 다되어갑니다. 거제남북지맥 두번째 이어가자고 문 나서니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집니다. 마눌님 비 온다고 그냥 집에서 놀자고합니다. 학동, 해금강으로 9시 35분 출발한다는 버스가 있어 올랐는데 버스 기사 승차구역에 대지도 않았는데 탄다고 아주 훈시를 해가면서 가르치려고 듭니다. 내 더럽어서. 3분밖에 안 남았는데 왜 다른 승차구역에 대놓고 남 탓이야. 이놈의 땅에는 어딜 가도 전부 내 상전입니다. 또 이래서 정이 안가는 이유가 한가지 더 늘었습니다 .
학동고개에 내려달라면 기사양반 성질에 또 궁지렁 거릴 것 같아 학동휴양림 입구에 내려 학동고개까지 걸어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빗방울이 가늘게 떨어지고 있지만 뼈마디에 물들어 갈 것 같지는 않기에 그냥 출발(10:33)합니다. 시원하여 산행하기에 아주 안성맞춤입니다. 질서정연하게 참나무를 배열해 놓은 버섯재배지가 나옵니다. 그리고 완만한 능선을 따라 경운기나 산악오토바이가 지나 다닐 정도의 아주 넓은 길이 쭈욱 연결되고 학동마을과 해금강을 전망하기에 좋은 바위가 나오고 거대한 통신탑(11:17)이 나타납니다.
어느덧 보슬비가 따닥따닥 가랑비가 되어 떨어집니다. 지난 여름날 길 잘못 들어 쌩 고생한 452봉(12:14)에서 숨을 고를 요령으로 쉬지 않고 걸어 도착하니 판쵸 우의로 지붕을 만들고 그 아래 막걸리 3통 자빠트려놓고 소고기 샤브샤브 맛있게 즐기고 있는 산님 세분이 있습니다. 그냥 지나갈 내가 아니지. 막걸리 한잔 주시렵니까? 대우조선해양에 다니신다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들 흔쾌히 허락해 주십니다. 한잔 준다고 한잔 마시고 갈 내가 또 아니지. 아예 자리 깔고 퍼질러 앉았습니다. 짊어지고 가던 내 막걸리도 나오고 나중에 점심때 먹으려던 라면도 끄집어 내고 소주마저 비워버렸습니다. 앉아 술 잔치로 신선놀음을 벌이고 나니 1시간 이상을 앉아 있었습니다. 갈 길이 멀어 하직 인사를 하고 먼저 출발합니다. 망치고개(13:37)를 넘어섭니다.
이제는 빗줄기가 제법 굵어지고 바람마저 세차게 불어옵니다. 가파른 오르막을 치고 오르니 조금 전 마셨던 막걸리가 알딸딸하게 만들기도 하고 다리에 힘을 얹어 주기도 합니다. 가끔 로프도 타가며 북병산(14:15) 정상을 오르고 그냥 스쳐 지나갑니다. 북병산 삼거리(14:37)를 지나고 363봉(15:03)에 도착하여 지난 겨울 왜 내가 알바를 하게 되었는지 자세히 보니 그럴 수 밖에 없게 되어있습니다. 365봉 삼거리 표지가 있는 곳에서 직진과 좌회전길이 있는데 직진 길이 훨씬 넓고 반질반질하게 되어 있어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직진하여 지세포로 빠질 수 밖에 없겠습니다.
발걸음을 최대한 빨리 하여 번송치라 일컫는 소동고개(15:34)를 지나쳐 남북지맥 4구간 옥녀봉 구간에 접어들고 지루하게 가파른 능선을 타고 오릅니다. 쉴새 없이 달려 옥녀봉 삼거리(16:19) 팔각정에서는 모처럼만의 여유를 찾아 커피한잔의 여유도 갖고 라면에 넣으려고 가져 갔던 날계란을 삶아 보기로 했습니다. 커피로 쫄딱 젖은 몸을 조금 녹히고 삶은 계란을 깨봅니다. 너무 빨리 끄집어 내 버린 모양입니다. 반숙은커녕 그냥 날계란입니다. 시간이 많이 늦어버렸습니다. 바쁜 걸음으로 내려가다 까딱 잘못했으면 마실 나온 주먹만한 두꺼비를 밟을뻔 했습니다. 괜히 두꺼비 보고 큰소리 한번 치고 내려 오다 보니 내가 큰소리 칠 곳은 말 못하는 저런 생명체뿐인가 싶어 참 씁쓸합니다. 명재쉼터(17:07)에 좌회전하여 최근 비가 잦아 물줄기 굵어진 문동폭포 (17:16)를 스쳐 내려가니 그 비를 맞아가며 청춘 남녀 한 쌍 올라오고 있습니다. 아무리 비가 쏟아져도 마냥 같이 있고 싶은 것이 사랑인가 봅니다.
문동마을(17:25)에 딱 내려서니 마눌님 우째 알았을까 전화기가 뺄뺄 울립니다. 이 비 맞으며 빨리 집에 안 들어 오고 뭐하고 있느냐고. 버스 기다린다 하니 버스는 무슨 버스냐고 그 먼 산길도 비 맞아 가며 걸어 다니는데 몇 발자국 된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냐며 그냥 걸어 오랍니다. 그 말도 옳은 것 같아 약4Km를 열심히 걸어 내려오고 있는데 뒤에서 버스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냥 기다렸으면 고생 덜 했을 건데... 쩝.
우째된게 북병산만 가면 계절에 관계없이 비를 쫄딱 맞게 됩니다. 참 희안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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