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산행/천왕봉

[지리산 천왕봉] 보석! 수정 맛은 달콤했습니다

산안코 2011. 1. 22. 23:51

□  언       제 : 2011. 1. 22 (당일)
□  어  디  를 : 지리산 천왕봉(1,915.4m)
□  누       가 : 수요산악회 5명과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산행 시간 : 중산리(7:30)→천왕봉(11:05)→중산리(15:50) 8시간 20분
□  산행 거리 : 중산리→로타리→천왕봉→장터목→중산리(12.4Km)
 
투명하면서 영롱한 수정 하나 따다 입에 물어 보았습니다. 그것이 왜 달콤한지 모르겠습니다. 유암폭포가 만들어낸 작품이 참 신통방통하니 예쁘게도 생겼습니다.

 

▶ 보석! 수정

  

우리 부서 수요산악회는 최 회장님과 이 총무님 달랑 두 분만 있는 초미니 산악회입니다. 날 보고 자꾸 정회원이라 합니다만 난 그럴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제대로 하는 것도 없으면서 여기저기 명함만 넣고 기웃거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1일 회원으로 만족합니다. 어쨌든 회원, 비회원 합 여섯 명이 모여 역사적인 수요산악회 첫 원정 출정 길에 올랐습니다.
11년 첫 산행을 중산리를 통해 천왕봉을 했었고 스무날이 지난 오늘도 그곳입니다만 분위기는 꼭두새벽에 혼자 오를 때와는 사뭇 다릅니다. 주중 그렇게 춥다고 난리법석이었는데 수요산악회 열기가 너무 뜨거웠는지 공기가 많이 포근해졌습니다. 아침부터 마시는 동동주에는 살얼음이 동동 떠다닙니다. 자칫 잘 못하면 목구멍에 흠집 가겠습니다. 맛있습니다. 

  

▶ 망바위 근처 일출

   
가벼운 걸음걸이가 이어지다가 제법 둔탁한 음이 들려옵니다. 우리의 이 총무님이 얼음에 미끄러지면서 이마로 길바닥 바위의 강도테스트를 하셨나 봅니다. 나 같으면 성질나서 미칠 일인데도 잘 웃어넘기는걸 보니 젊은 사람이 참 성격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하기사 바위는 태초부터 그 자리에 지키고 있었고 움직이는 총무님 이마가 가서 부딪혔으니 바위가 성질 날 일이지 총무님이 쏘가지 부리면 안 되겠지요. 총무님은 많이 아팠겠지만 덕분에 일행들은 즐거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회장님이 길바닥에 드러누워 뭘 줍고 있는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내 마음이 꽤 아팠습니다.
법계사 적멸보궁 법당은 날 위해 자리를 텅텅 비워놓았습니다. 두 사람 이제 그만 넘어지라고 공 들이고 나니 내가 착한일 한 것 같아 기분이 맑아지고 상쾌해집니다.

  

▶ 법계사 적멸보궁의 풍경과 진신사리 석탑

 

▶ 개선문에서 본 눈 덮인 연하봉

 

▶ 가풀막 심한 천왕봉을 오르다 위를 보고 한 컷

  
올려다 본 천왕봉의 파란하늘에는 흰 구름이 용틀임하며 승천하다가 산산이 흩어집니다. 천왕봉 너머에는 아무래도 큰일이 벌어졌을 것 같은데 올라가보지 않는 한 아직은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 까꼬막을 힘겹게 올라서는 순간 바람에 날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무슨 바람이 그렇게 세든지. 중봉도 칠선계곡도 지척의 제석봉도 구름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완전 두 얼굴의 천왕봉입니다.

  

▶ 천왕봉에서 고집통

 

▶ 구름에 쌓인 제석봉

 

▶ 구름에 쌓인 반야봉

 

▶ 구름이 타고 넘는 중봉

  
매서운 칼바람으로 이마빡이 띠~잉 해옵니다. 구안와사 오는 줄 알았습니다. 시골장터 북새통 속에서 수요산악회는 천왕봉 정상석을 배경으로 개인, 단체의 인증 샷을 남기는 끈기를 보였습니다.

  

▶ 천왕봉 설경 Ⅰ

 

▶ 천왕봉 설경 Ⅱ

 

▶ 천왕봉 설경 Ⅲ

 

▶ 천왕봉 설경 Ⅳ

 

▶ 천왕봉 설경 Ⅴ

 

▶ 천왕봉 설경 Ⅵ

 

▶ 천왕봉 설경 Ⅶ

 

▶ 천왕봉 설경 Ⅷ

 

▶ 천왕봉 설경 Ⅸ

 

▶ 천왕봉 설경 Ⅹ

 

▶ 천왕봉 설경 ⅩⅠ

 

▶ 천왕봉 설경 ⅩⅡ

 

▶ 천왕봉 설경 ⅩⅢ

 

▶ 천왕봉 설경 ⅩⅣ

 

▶ 천왕봉 설경 ⅩⅤ

 

▶ 천왕봉 설경 ⅩⅥ

 

▶ 천왕봉 설경 ⅩⅦ

 

▶ 천왕봉과 고집통

 

▶ 제석봉에서 본 지리 주능선 Ⅰ

 

▶ 제석봉 고사목

 

▶ 제석봉 전망대

 

▶ 제석봉에서 본 지리 주능선 Ⅱ

  
장터목 대피소는 사시사철 장날이 벌어져 있습니다. 발 디딜 틈 없는 취사장에서 용케도 자리를 잡아 쇠고기 비빔밥을 만들었습니다. 보기엔 개밥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부잣집 정승이 부럽지 않습니다.

  

▶ 제석봉에서 내려가다 본 장터목산장

 

▶ 장터목산장의 시설물들

 

▶ 바위를 품은 나무 Ⅰ

 

▶ 바위를 품은 나무 Ⅱ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황홀함에 젖어 듭니다. 유암폭포 앞에서 말입니다. 남자에게 좋긴 좋은데 말로 표현이 안 된다는 그 광고 마냥 어떻게 설명해야 세상에서 최고라는 것을 표현할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깜빡 죽여줍니다. 겨울이 물방울을 이용하여 거대한 수정 덩어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때맞추어 넘어가는 햇살을 받아 코발트색 하늘빛과 잘 어우러져 그 색마저 영롱한 빛을 띱니다. 한 조각 따다 물어 보았습니다. 입속에 달콤한 향기가 머뭅니다. 이 또한 지리산이 내리는 선물입니다.

  

▶ 수정꽃 피운 유암폭포

 

▶ 수정꽃 Ⅰ

 

▶ 수정꽃 Ⅱ

 

▶ 수정꽃 Ⅲ

 

▶ 수정꽃 Ⅳ

 

▶ 수정꽃 Ⅴ

 

▶ 지리산의 봄 소리

 

▶ 중산리에서 본 천왕봉

  
젊은 총무님은 효자이기도 합니다. 중산리 곶감이 맛있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두박스를 구입하는 양이 틀림없이 장모님 몫 하나이고 하나는 어무이 몫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이에 비해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친구입니다.
첫 원정 산행을 겨울 지리로 선정해 놓고 긴장하며 학수고대했던 수요산악회원님들 산행을 마치고 너무 행복해합니다. 여세를 몰아 3월에는 소백산행을 감행한다는데 그땐 함께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덕분에 이번에도 지리산에서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