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리산 종주에 이어 거제11 대 명산 종주를 시작하며
오래 전부터 내가 살고 있는 거제의 명산에 대해 관심이 많아 개개의 명산들은 여러 차례 등정은 하였지만 거제도 내에 웅장하게 뻗어 있는 지맥을 한번쯤 걸어보고자 마음을 먹고 있었으나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작년 늦가을 지리산을 동행했던 재경님의 동참 약속에 힘입어 새해에는 꼭 한번 실행키로 마음 먹었습니다.
1월 중에 두번씩이나 기회를 놓치고 2월 10일과 11일 양일간에는 꼭 실행키로 작정하고 2월 6일 저녁 택규님, 재경, 나 세 명은 성공적인 산행을 위하고 상세 일정 계획과 각 개인의 준비물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장평의 모 보쌈집에서 출정식을 위해 자리를 가졌습니다. 2월 9일 저녁 산행 중 사용할 준비물과 식량을 구입하고 우선 재경과 나는 학동고개 넘기 전 좌측 편에 있는 산마루 (찻집과 방갈로 운영)에 6만원으로 방갈로 1채를 예약한 후 차량 한 대에 2월 11일 사용할 음식과 옷가지를 실어 놓고 고현으로 돌아 왔습니다.
2월 10일 새벽 6시 30분 서둘러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출발하여 공설운동장을 지나 고현 공업고등학교 앞 김실령고개에 도착(7:00)하니 생각치 못했던 택규, 재경 외에 경만이 합류하고 있었습니다.
경만은 우리 산행이 1박 2일인지 모르고 엉겁결에 합류하여 사전에 완벽한 준비를 해오지 못했고 저녁 중요한 약속이 있어 중도에 돌아갈 것이라고 합니다.
상쾌한 기분으로 산행을 시작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아침 일출(7:25)이 있었으며 당일 행할 일정 등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산책로를 따라 걸어 올라 거제 산림욕장이 있는 동물농장 삼거리(7:35)에 도착하였습니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고 이미 계룡산 능선까지는 산책로를 통해 올라왔기 때문에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계룡산 정상을 향해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찌감치 집에서 나선 탓으로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한채 산행을 시작하여 배가 무엇인가를 요구합니다. 새벽 찬 공기를 쐬며 바로 산행을 한 탓인지 계룡산 전망대 오르기 전 가파란 언덕길이 유난이 힘이 들어 계룡산 전망대에서 아침식사도 할 겸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습니다.
계룡산 전망대(8:15)에 도착하여 우리는 준비한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간단히 마쳤고 전망대 아래 고현 시가지를 전망하였습니다. 산 아래는 날씨가 약간 흐려 비록 기대했던 멋있는 전망은 볼 수 없었지만 마음만은 아주 상쾌하여 오늘 산행을 결행하기를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내 출발을 서둘러 첫 번째 목적지인 계룡산(566m) 정상에 도착(08:35)하였고 그곳을 지나갔음을 남기기 위해 정상석을 향해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바로 밑에 위치한 절터에서 아침부터 막걸리 1병으로 갈증 해소도 하고 차가운 몸을 따뜻한 홍차로 데웠습니다.
계룡산 통신탑을 통과하여 고자산치(9:36)까지 도착하고 나니 이미 당일 목표로 하였던 3대의 명산 중에서 벌써 1대 명산인 계룡산을 넘어 버려 계획대비 너무 일찍 산행이 종료되는 것이 아닌가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계룡산은 산정상 부근 능선이 바위산으로 어우러져 그다지 쉽지 않은 코스이지만 그 나름대로 산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어 산을 좋아하는 산 꾼들에게는 인기가 제법 있으며 초보자도 즐겨 찾는 산입니다.
고자산치를 출발하여 선자산을 향해 바쁘게 길을 재촉하고 있는데 신발을 신지 않은 몇몇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뜀박질을 하고 있어 내심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발바닥이 수월찮게 아플것인데 말입니다.
선자산 정상이 아닌곳인데 여기가 정상이라고 설명하고 있는 부자를 뒤로하고 약 10분을 더 걸어서 선자산(507m) 정상에 도착(10:37)하여 간단하게 맥주 한잔을 하고 발걸음을 좌측편으로 돌려 구천댐 상류로 하산길을 택하였습니다. 만약 정상에서 직진하면 거제 예술랜드가 나오며 그 쪽으로 하산하면 우리가 계획했던 북병산으로는 갈 수가 없습니다.
구천댐 상류에는 차로변이라 철망으로 등산로를 막아 놓아 일반 등산객들이 자주 이용하지 않는 코스이므로 오늘은 등산객을 한 명도 만날 수 없었으며 차로를 따라 약 20분을 걸어 북병산아래 위치한 심원사계곡(11:35)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자리를 폈습니다.
그 전에 경만이 더 산행을 진행할 경우 저녁 약속을 지킬 수 없는 관계로 배낭 속 모든 음식들을 우리에게 넘겨주고 중도에서 포기하고 귀가하였습니다. 밥이라도 먹여서 보낼것인데 약간 미안하기도 하였습니다.
선자산은 능선이 아주 완만하며 느낌이 포근함을 주는 산이며 선자산 만의 등산은 잘 하지 않는 편이고 계룡산과 연계하여 약 4시간에 걸쳐 산행하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입니다.
심원사계곡에서는 아주 깨끗한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우수, 경칩이 한참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버들강아지가 지천에 피어나 거제도의 빠른 봄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김밥과 라면, 그리고 시원한 맥주 한 깡통. 신선들의 놀음 같았습니다. 한가지 부족한것은 소주가 없어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런데 완벽한 준비를 하고도 소주를 준비 못해 질타를 받은 재경은 “도대체 산에 가는데 왜 소주가 필요한지”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입니다.
심원사계곡을 출발(12:30)하여 심원사까지 시멘트길을 걸어 북병산(465.4m) 정상까지는 한숨에 올랐습니다. 오르는 길 중간 중간에는 거제에서 유명한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기 위해 멀쩡한 나무에 드릴링을 하여 호스를 꽂아 놓은 것을 보니 인간이라는 동물이 독하기는 정말 독합니다.
북병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남해안의 경관은 가히 장관이었으며 이곳에서 구조라해수욕장과 저 멀리 외도, 해금강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시 발걸음을 서쪽으로 이동하여 하산을 하니 유격훈련을 방불케 하는 바위줄 타기가 있었고 한참을 걸어 망치 정수장에 도착(14:00)하니 아침 일기예보에서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한 것과 딱 일치하게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기서부터 452봉(14:32), 양화고개(15:20), 송신탑이 있는 454봉(15:53)을 거쳐 학동고개 (16:50)까지 걸어 숙박 장소인 산마루(17:10)에 도착하기까지 죽기로 걸어보니 첫 날의 산행이 약 10시간 30분 도상 거리 25.3km였으며 몸과 마음은 한마디로 녹초가 되어 버렸습니다.
북병산 정상에서 학동고개까지의 산행은 여태까지 내가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지옥의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엄청난 길이었습니다. 봉우리를 한 개 넘고 나면 또 새롭게 까마득한 봉우리가 눈 앞에 우뚝 솟아 있었으며 가고 또 가도 끝이 보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염려하였던 빗방울까지도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니 우리들 마음을 바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걱정하였던 비가 그쳐주었습니다.
산마루에서는 저녁 식사를 직접 만들어서 먹기에는 너무 지쳐 간단하게 샤워를 마친 후에 된장찌개(1인분 7천원)를 방으로 주문하여 저녁에 새로이 준비한 소주와 맥주를 반주 삼아 식사를 해결하고 이내 피곤한 몸을 눕혔습니다.
북병산은 평소 심원사 주차장에 주차한 후에 산행하면 불과 40분 정도면 오를 수 있는 산으로써 올랐던 길을 다시 돌아 내려오니 별로 힘든 줄을 모르고 쉽게 생각했는데 만약 종주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산의 높이를 생각하지 말고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새벽 5시경 내 휴대폰에서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미리 약속해 두었던 상용이 차를 몰고 2일차에 먹을 김밥과 맥주들을 준비해 가지고 산마루에 도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기상을 한 후에 상용과 재경은 망산 등산로 입구 남부주유소 옆에 자동차 한대를 주차해 놓고 오기로 하고 택규와 나는 햇반을 데우고 김치찌개를 끓이고 홍차를 끓이며 2일차 산행을 준비하였습니다.
방갈로는 무척 따뜻하였고 편안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으나 산마루 자체에 비치한 가스통에 가스가 없어 만약 우리가 준비해 가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 하였습니다.
산마루에서 간단한 기념사진을 찍고 학동고개(7:00)에서 2일차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머지않아 노자산 능선에서 뒤를 돌아보매 남해안 한가운데에 우뚝 솟아있는 외도를 기점으로 태양이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 장관(7:25)이라 연신 디카의 셧트를 눌렀습니다. 2007년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간절곶까지 수 백리 길을 가서도 구경하지 못했던 일출을 여기서 본 것입니다.
자연휴양림에서 합류하는 세 갈래 길을 지나고 가라산, 노자산 갈림길을 지나고 노자산 전망대 (7:45)에 도착하니 저 멀리 북쪽에 노자산 정상이 보입니다. 그런데 엄청나게 빠른 걸음걸이의 소유자 상용이 길잡이로 앞장서니 순식간에 노자산(565M) 정상에 도달(8:05)하였습니다. 잠깐 영역 표시를 하고 쉴 겨를 없이 길을 재촉하여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라산, 노자산 갈림길을 통과하여 뫼바위삼거리(9:00), 진마이재(9:30)까지 도착하니 학동에서 올라오는 몇몇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오늘 산행 이후 처음 들어보는 사람소리입니다. 방금 지나온 이 길들은 이전에 내가 혼자 산행하면서 언젠가 가을이 되면 꼭 다시 한번 걸어보리라고 마음 먹었던 길로써, 앞으로는 학동해수욕장이 있는 천혜의 경관이 있으며 뒤로는 통영, 남해가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있어 가히 절경이 있기 때문입니다.
노자산은 학동해수욕장, 해금강등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산이며 정상에서 바라보면 남해의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 멀리 외도를 비롯하여 해금강이 한눈에 들어와 거제도를 찾는 많은 사람들이 즐겨 오르는 산입니다.
진마이재에서 가라산 정상까지 도달하는데에는 불과 25분 밖에 소요되지 않았지만 숨이 깔딱 넘어가는 줄 알았습니다. 상용이 젊음을 앞세워 쉬지 않고 달려가는 바람에 전날 쌩고생한 우리들 입장으로써는 한마디로 죽을 맛이었습니다.
가라산(585m) 정상(9:55)에서 포즈를 한두번 잡고 바로 옆의 헬기장에서 잠깐 쉬기로 하고 준비한 과일과 약간의 맥주로 숨을 돌렸습니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가라산의 정상에는 헬기장이 수없이 널려있습니다. 옆구리를 자르고 머리는 누르고 한마디로 산을 작살 내놓았습니다. 망등, 학동재, 다대산성(11:05)을 지나 남부주유소 (11:30)에 도착하기까지 하산하는 길이 장난 아니게 멉니다. 반대로 올라가는 한 떼의 관광회사 등산객들을 만났는데 아마도 고생을 많이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가라산은 거제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써 그 자체로 오를만한 가치가 있는 산이면서 노자산과 연계하여 산행하면 하루 산행하는데는 딱 그만입니다.
남부주유소에서는 자동차에 준비해 두었던 김밥과 맥주등을 배낭에 옮겨 담고 택규의 다리에 근육 피로회복제를 바르는 사이에 상용의 빠른 걸음걸이가 또 효력을 발휘하여 선두를 질주하여 각지미(12:08)를 지나 여차등(12:35)까지 순식간에 도착하였습니다. 여차등에서 라면에 소주, 김밥으로 점심 식사를 마쳤는데 전날 재경이 소주를 준비하지 않아 욕 들어먹은 이유를 새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산에서의 땀 흘린 뒤 라면 안주에 소주란 무엇이냐? 꿀맛입니다.
이후 재경은 모든 잘못을 크게 깨닫고 만약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면 식수는 준비를 안 해도 소주는 무조건 준비를 하겠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계획대로라면 내봉산에서 식사를 하기로 작정하고 나섰지만 뱃속에서 일찍 연락이 와 여차등에서 식사를 완료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든 것이 막상 내봉산(13:10) 정상에 오르니, 아이쿠 무슨 등산객들이 그리도 많은지, 한마디로 놀라 자빠질 정도였습니다. 여기저기 옹기종기 둘러 앉아 준비한 음식들을 먹는 광경이며, 연신 한려수도의 수려한 경관 앞에 감탄하기 바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내봉산을 뒤로 하고 평소 내가 망산 산행 길에 보아두었던 최고의 명당자리에 도달하니 다른 등산객 2명이 막 자리를 떠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대,소병대도, 매물도등을 구경하며 약 1시간 가량을 세상 이야기, 망산 이야기, 거제 명산 종주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 후에 홍포마을에서 등로와 만나는 해미장골등을 거쳐 금번 마지막 산행지인 망산(397m) 정상(14:40)에 올랐습니다.
망산 정상 또한 등산객이 너무 많아 제대로 사진 한 장 찍지 못하고 곧바로 하산하여 명사해수욕장 앞 슈퍼마켓에 들러 막걸리와 마른 명태를 안주 삼아 하산주를 마시니 모든 계획된 산행은 무사히 끝났으며 둘째 날의 산행 시간은 8시간 20분에 거리는19.5km였습니다.
망산은 정상에 세워 놓은 정상석뒷면에 새겨진 글 처럼 “천하제일경”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올망졸망한 섬들이며 바다 한가운데에 떠도는 고깃배며 서쪽으로 넘어가는 태양이 빚어내는 낙조들을 감상하면 한 폭의 병풍을 연상케하며 맑은 날이면 남해안 건너 일본의 대마도가 한 눈에 들어오는 산입니다.
만약 섬 산 등산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거제도의 망산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요즘은 교통이 아주 좋아져 전국의 어느 지역이라도 하루 만에 산행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1박 2일에 걸쳐 19시간, 35km에 걸쳐 거제도 내 6대 명산의 산행을 완료하고 나니 무엇보다도 기쁜 것이 내가 거주하고 있는 거제도의 명산들을 보았다는 것과 또 새로운 목표인 거제지맥(대금산, 국사봉, 옥녀봉, 북병산, 노자산, 가라산, 망산) 도전에 대한 새로운 희망이 생겼으며 4월 중 도전해 보고자합니다.
끝으로 어려운 상황 하에서도 본 산행을 같이한 택규, 재경, 상용, 경만께 고마움을 전하고 싶고 다음 2차 거제지맥 종주에 꼭 동참하여서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어 보고자 제안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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