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1. 8. 20 (당일)
□ 어 디 를 : 호남정맥 1구간(주화산 조약봉~슬치) – 만덕산
□ 누 가 : 동수, 만수(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하루 종일 비
□ 정맥 산행시간 : 10시간 40분(1구간: 10시간 40분)
1일차 조약봉(8:20)→슬치(19:00) 10시간40분
접근거리 모래재(8:07)→조약봉(8:20) 13분
□ 정맥 산행거리 : 21.0Km(1구간: 21.0Km)
1일차: 21.0Km, 접근거리: 0.8Km, 알바: 왕복 0.6Km, 만덕산: 왕복 0.6Km
□ 산 행 코 스: 모래재→조약봉→만덕봉삼거리→만덕봉(763.3m)→만덕봉삼거리→416.2봉→박뫼이산→슬치(23.0Km)
금남호남정맥을 완성하고 호남정맥을 연속으로 잇고자 합니다. 호남정맥이라함은 남한 땅 9정맥 중 가장 긴 정맥의 하나로, 금남호남정맥(錦南湖南正脈)의 종착지인 주화산(珠華山)에서 분기하여 남서쪽으로 내장산에 이르고, 내장산에서 남진하여 장흥 제암산(帝巖山)에 이르며, 제암산에서 다시 남해를 끼고 동북으로 상행하여 광양 백운산(白雲山)에 이르는 약 400Km의 산줄기와 섬진강 물줄기가 바다와 합쳐지는 외망포구까지 거리 30Km를 합쳐 무려 430Km에 이릅니다. 호남정맥 산줄기는 영산강 유역을 이루는 서쪽해안의 평야지대와 섬진강유역을 이루는 동쪽의 산간지대로 갈라놓습니다.
거제의 새벽 3시는 보슬비가 소리 없이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있습니다. 가을 장마철이 시작되었다고는 하나 호남정맥을 가고자하는 우리들의 열정은 막지 못합니다. 첫 구간 산행 종착지인 전북 임실 슬치는 거제에서 출발할 경우 88고속도로를 경유하는 길이 빠르다고 내비게이션 아가씨가 말합니다. 자고로 남자가 평생을 살면서 세 여자 말만 잘 들으면 손해 볼 것이 없다 했으니 바로 엄마, 마눌님, 네비아가씨랍니다. 아침 식사를 위해 지리산 휴게소에 내려서니 거의 폭우 수준의 비가 뿌려 걱정은 앞서고 몸은 으슬으슬 추워지고 마음은 쪼옥 오그라듭니다.
슬치휴게소에 도착하여 산행채비를 다할 즈음 미리 연락해둔 관촌개인택시 김학봉기사님(010-3651-6662)이 나타납니다. 전북 임실은 딱히 특산물이라고는 내세울 것은 없지만 고추랑 치즈는 유명하다 하시면서 먹고 살기가 어려운 고장이랍니다. 모래재(8:07)의 전주공원 내부에 차가 올라갈 수 없는 곳까지 가서야 택시에서 우린 내립니다. 그다지 굵은 빗줄기는 아니지만 우의를 입지 않고는 산행이 안되겠습니다.
빗방울을 맞아가며 주화산삼거리(8:20)에서 호남정맥을 시작하는 기념사진과 함께 안전 산행으로 마무리 짓기를 기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본격적인 정맥 종주 길에 나섰습니다. 출발과 동시에 헬기장이 나오고 조약봉을 알리는 표지판이 키 높이 이상의 나무에 걸려있어 웬만한 사람들은 못보고 갈수 있겠다 생각됩니다. 모래재위의 능선에서는 지난달 힘겹게 지나온 구름 속에 갇힌 호남금남정맥과 전주공원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빗방울은 계속 떨어지지만 등로는 아주 완만하면서 시원한 바람마저 있어 땡볕보다는 걷기가 수월합니다. 571봉(9:17)에서 잠깐의 휴식과 함께 막걸리로 입을 축이고 바로 직진합니다. 여기서 흔히 산 꾼들이 이야기하는 알바를 보기 좋게 합니다. 우리 같은 산님들이 제법 많았는가 봅니다. 처음에는 길이 선명하다가 가면 갈수록 없어지는 것으로 보아 전형적인 알바형 산행코스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이럴 때는 볼 것 없이 재빨리 처음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상책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쉬었던 571봉의 오른쪽 편에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만장같이 매달려 있습니다. 고생을 하려면 이런 것들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그나마 약 20분간의 짧은 거리 알바를 했기에 만분다행입니다.
철조망이 쳐진 임도구간을 지나고 누군지는 몰라도 누구도 오지 않을 이런 산중에 웅치 안내판을 세워놓았습니다. 이정표 하나 없는 정맥길에 정맥꾼을 위한 안내판을 세울라치면 당연히 길 안내가 우선 순이거늘 순서관리가 잘못되었습니다. 비포장도로가 있는 곰티재(11:06)는 웅치 또는 곰치라고도 하며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관군과 의병이 왜적을 맞이하여 곡창지역 호남으로의 침투를 죽음으로 막아 후일 왜적이 조선군의 충성심과 용맹성에 탄복을 하여 그 시신들을 수습하고 조조선국충간의담(弔朝鮮國忠肝義膽)이라고 쓴 표목을 남기고 떠난 자리에 거대한 공적 비를 세워 놓았습니다.
염소방목지, 고성방가금지, 전기감전조심이라는 경고판을 살아있는 나무에 대 못질로 요소요소에 설치해 놓았습니다. 또 있습니다. 오두재 근처에는 고사리 재배지역이라며 온산의 나무들을 댕강 댕강 잘라놓아 천혜의 심산유곡들이 거의 민둥산으로 전락 되어있습니다. 몇몇의 사람들이 살자고 동식물들의 보금자리가 훼손되고 우리 후손들의 재산인 자연이 송두리째 망가져 나가는 모습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만덕산 오르는 가파른 길에서 처음으로 사람이 만든 이정표를 발견합니다. 원불교훈련원과 헬기장과 정상이 있다는 표지판입니다. 이마저도 부실합니다. 장수-익산간 고속도로에서는 달리는 차량들의 소리가 윙윙거립니다. 가파른 암릉을 치고 올라야 하며 제2 터를 지나고 바위길이 이어지고 가끔 산죽을 밟고 지나야 하기에 빗물로 인한 산죽은 미끄럼까지 더해 아주 위험합니다. 여기에서 우리의 만리향이 다리의 고통을 호소합니다. 어제 생전하지 않던 줄넘기를 했다나 어쨌다나 좌우지간에 다리가 많이 안 좋은 모양입니다. 아직 갈 길이 구만리인데 걱정은 약간 되지만 항상 시동이 늦게 걸리는 스타일이라 한번 믿어보기로 합니다. 송신탑이 있는 만덕산 삼거리(12:45)에서 만리향은 휴식을 취하고 산타나와 나 고집통은 만덕산을 갔다 오기로 합니다. 지척에 만덕산(12:56) 정상이 있었고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정상을 알리는 표지판은 넘어져있고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만덕산은 만 가지 덕을 갖춘 이는 부처뿐이라 하여 부처 산이라고도 하고 산 아래 만덕사에서 그 이름이 기인하였다는데 산세의 위용과 아름다움을 감안할 때 완주군이나 진안군에서 잘 다듬을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 듭니다.
비는 그칠 줄 모르고 허기는 찾아오고 만덕산삼거리에서 끼니를 해결 해야겠습니다. 판쵸우의를 나무에 걸쳐 가까스로 밥 위로 떨어지는 빗물을 막고 오들오들 떨어가며 입속에 밀어 넣는 찰밥과 족발 맛이 꿀맛입니다. 전국에서 제일 맛있는 도과에서 직매한 행운막걸리가 행복하게 해줍니다. 거제의 막걸리입니다.
추워서 못살겠습니다. 움직여야 되겠습니다. 아마 암릉 그것이 관음봉인 모양인데 오르내림이 위험하여 쇠줄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경치가 아주 좋을 것 같은데 아쉽습니다. 여기서부터 카메라에 습기가 차 휴대용 카메라로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휴대폰을 이용하기로 하였습니다. 가시넝쿨과 싸리나무등 잡목이 우거져 등로는 보이지 않고 얼굴과 목을 마구 할큅니다. 그나마 나무 이파리가 물기를 머금고 있어 얼굴과 스치는 접촉면이 미끄러워 다행입니다. 만약 햇볕이 나왔다면 따가워 미쳤을 것입니다. 내 생각에 그런 길이 약 2Km 정도는 되었지 않나 생각됩니다. 오른쪽으로 가면 정수사로 간다는 이정표가 여럿 나오긴 하지만 정맥산행 정보치고는 빈약하기 그지없습니다.
지난 만덕산에서 고통을 호소하던 만리향은 이번에도 시동이 늦게 걸리나 봅니다. 걱정과는 달리 예상외로 잘 달립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신발 속에 물이 들어 커다란 물집이 잡혔는데도 꾹 참고 달렸다 합니다. 무성한 수풀만 가는 길을 방해하지 않는다면 그다지 힘든 등로는 아니기에 속도를 약간 올려봅니다. 가끔 임도가 나타나기도 하고 인삼밭도 나타납니다. 옛날 슬치였었나 봅니다만 우리가 가야할 슬치와는 거리가 천양지차이므로 마음만 더 힘들게 합니다. 아마도 지난주 감자바우 팀이 힘에 겨워 완주하지 못하고 상월마을로 탈출했다고 한 지점이 이쯤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정황으로 보아 지도상의 신전리재(6:15)라고 생각되는 지점은 철망으로 정맥길이 막혔고 아슬아슬하게 철망 밑으로 이동하려니 미끄럽고 위험한 비탈길로는 도저히 갈 수 없어 철망을 뛰어 넘습니다. 철망 안쪽은 이제 막 고랭지배추를 심어 놓은 채소밭이고 주위에 무시무시한 개 네 마리가 제 역할 한답시고 온산이 떠나갈듯이 짖어댑니다. 그런데 저 불쌍한 놈들은 이번 복날은 잘 넘겼다만 밥이나 제대로 얻어먹고 있는지 걱정입니다.
수풀이 너무 우거져 등로는 구분이 잘 안되지만 띄엄띄엄 매달려 있는 시그널을 따라 무작정 걸어갑니다. 밤나무 밭을 지나고 구기자 밭도 지나고 그렇게 한참을 가니 두 달 전에 개통하였다는 광양-전주간 깔끔한 고속도로가 나타납니다. 내가 가진 어떤 지도에도 이 길은 표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제 끝이 살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콩밭이랑 고추밭이 나오고 밭 가운데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내려갑니다. 어느새 비는 그쳤고 저 멀리 쫑긋이 솟은 말의 두 귀가 구름에 떠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시멘트 포장길(18:15)을 따라 맞은편의 박이뫼산으로 향했지만 길이 없어 포기하고 그냥 임도를 따라 내려가니 그렇게도 기다리던 17번국도 슬치휴게소(19:00)가 나옵니다.
아침 시작할 때부터 끝나는 지금까지 하루 종일 비를 쫄딱 맞았습니다. 다리 상태가 좋지 않은 만리향과 최근 산의 맛을 제대로 안 산타나가 고맙게도 안전하게 산행을 마무리해주어 호남정맥 첫 구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새로운 장거리 산행인 호남정맥의 테이프를 악천후 속에서도 순조롭게 끊었으니 스물한 번째 구간 완성할 때까지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으로 끝까지 함께 했으면 하는 고집통의 개인적인 바람이 있습니다. 당연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관촌기사식당의 다슬기 회무침과 다슬기탕이 그렇게 유명하답니다. 호남정맥구간은 이래서 정말 좋습니다. 멋진 산이 줄지어 있고 맛난 음식이 언제라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두 번째 구간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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