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2. 5. 06 (당일)
◈ 어 디 를 : 호남정맥 14구간(피재~곰재) – 병무산, 제암산
◈ 누 가 : 후종(감자바우), 만수(산타나), 종근(고고), 기동 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아주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165시간 47분(14구간: 10시간 00분)
16일차 피재(7:40)→곰재(17:40) 10시간 00분, 접근거리: 1시간 20분
◈ 정맥 산행거리 : 282.2Km (14구간: 17.1Km) 접근거리: 3.1Km
감나무재→감나무재식당 왕복: 1.6Km, 곰재→제암산 휴양림: 1.5Km
◈ 총 산행거리 : 피재→병무산→용두산→감나무재→제암산→곰재→제암산휴양림 (약 20.2Km)
고집통은 정말 대단하시고 잘난 산 꾼입니다. 마눌님 동반한 회사 지인들과의 보성 초암산 철쭉 산행을 끝내고 일행들은 거제로 돌려보낸 후 다음날 있을 호남정맥 14차를 위해 보성 외곽의 삼베찜질방을 찾아갔습니다. 홀로 지새는 찜질방에서의 하룻밤은 무지 길고 지루했습니다.
이른 새벽 찜질방 도착 5분 전이라는 고고의 전화가 있고도 20분이 지났건만 오지 않습니다. 이유인즉슨 산타나의 차량에 태운 네비아가씨를 한 번도 새 아가씨로 바꿔 태우지 않아 찜질방이 이사 한지 무려 3년씩이나 지났는데도 옛날 찜질방을 찾아 엉뚱한 곳에서 헤매고 있었다 합니다. 혹자는 세 여자 말만 잘 들으면 세상살이 별 탈 없다 말하지만 노처녀 네비아가씨는 그렇지 못해 가끔 사람을 속일 경우가 있으니 각별히 조심을 해야겠습니다.
아침식사를 위해 찾은 보성 역전에는 밤새 술 퍼 마시고 고래고래 고함지르며 난리법석이던 초뺑이 아저씨가 경찰 순찰차 나타나니 조용합니다. 민중의 지팡이는 죄가 있고 없고를 떠나 무조건 무섭습니다.
호남정맥 시작이래 가장 많은 일행이 모였습니다. 고정 멤버 세 사람에 고고 그리고 반가운 얼굴의 기동이 합류했습니다. 기동은 금남호남정맥을 출발하는 영취산에서 스타트만 끊어 준 이후 꼭1년이 지난 지금 호남정맥의 피재(7:45)에 얼굴을 내비쳤습니다.
장거리 산행에는 준비운동이 필수지만 여태까지 우린 한 번도 그런 거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삼성중공업 산악회 따라 다니면서 배웠는지 오늘따라 갑자기 산타나가 몸 풀기를 하자며 엉성한 자세로 발목을 앞뒤로 까딱거리며 구령을 시작합니다. 시도는 가상합니다만 앞으로 노력을 한참 더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오래간만의 산행이어서인지 병무산(8:47) 길은 오르막길인데도 불구하고 속도가 팍팍 납니다. 새파란 물을 한 가득 머금은 탐진댐과 지난주 금요일 개통한 목포 광양간 10번 고속도로의 시원함이 조망됩니다. 요즘 들어 새삼 느끼지만 전라도 땅 살기 엄청 좋아졌습니다. 하늘기둥님의 『호남정맥을 종주하시는 산님들 힘힘힘 내세요 ! 』라는 작은 명패의 글귀에 힘을 얻습니다. 금장재(9:40)를 지나고 방송 송신탑이 있는 용두산(9:57) 정상에 올랐습니다. 출발이래 거의 2시간 만에 5.5Km를 주파했으니 시간당 3Km를 달린 거나 다름없습니다.
부산 만년고개(10:50) 언저리에서는 밤꽃 향내가 온 산을 진동합니다. 대한민국 여성들이 밤꽃 향기를 가장 좋아한다는 것과 그 연유가 무엇인지 오늘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감자바우는 이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박사님이십니다. 지금 우리가 걷는 속도면 11시 반경 감나무재에 도착할 수 있다는 예측 하에 감나무집 식당에 연락하여 점심식사로 닭백숙을 미리 주문했습니다. 산행 초반기라면 그 시간에 도착 가능했을지 모르나 이어지는 오르내림과 점점 뜨거워지는 초여름 날씨에 지쳐가는 다리를 생각하지 않아 그 시간 도착은 도저히 무리였습니다. 더구나 새 등산화를 신고 산행 나선 고고가 많이 힘들어 합니다.
감나무재(12:43)는 한자어로 시목치(枾木峙)라고도 하고 갑낭재라고도 합니다. 보검출갑(寶劍出匣)의 형국 「보검을 칼집에서 빼는 형국」이라 하여 갑낭치(匣囊峙)인데 오랫동안 구전으로 전해오다 갑낭재가 감나무재로 변하였다고 합니다. 그 감나무재 800m 아래 감나무집 식당에서 점심 식사로 다섯 명이 닭백숙 두 마리를 가뿐히 해치웠습니다. 덤으로 닭 가슴살과 똥집육회가 나왔으나 느낌이 영 아니기에 맛만 보고 접시를 물렸습니다. 일행들은 이구동성으로 태어나서 가장 맛있는 백숙요리를 먹었다며 맛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식사 후에 고고는 더 이상 산행이 힘들다며 피재에 주차한 자동차를 찾아서 오늘 목적지인 제암산 휴양림으로 가겠답니다.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산행을 마친 후에는 우리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볼록하게 불러진 배를 보듬고 감나무재를 출발하여 제암산을 향해 가파른 길을 치고 오르니 전신에 땀범벅이 됩니다. 경운기가 갈 수 있을 정도의 넓은 정맥길이 의아했는데 산 중턱에 장흥 로타리 클럽에서 정자와 쉼터를 만들어 놓고 대리석으로 돈 자랑을 해놓았습니다. 철탑 1기를 지나고 거의 숨이 딸깍 넘어갈 즈음 큰산(15:35) 정상에 올라서게 됩니다. 지도상은 작은 산이나 이정목 표시는 큰산입니다. 지금부터는 바위능선이 이어지고 거대한 바위가 걸터앉은 제암산 정상을 바라보며 앞으로 진행합니다. 권중웅불망비를 지나고 전망 데크(16:24)도 지납니다. 가끔 제암산 철쭉산행을 나오신 산님들이 우릴 스쳐지나 가기도 합니다. 제암산(16:51) 정상의 바위 위에 올라가려면 거의 암벽등반 수준으로 매달려야 하므로 아주 위험하기 때문에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제암산은 정상의 큰 바위를 향해 주위의 바위들이 엎드린 형상을 하여 임금바위산이라 칭한다 하고 매년 이맘때쯤이면 온 산에 연분홍 철쭉이 만발하기에 인근 일림산과 연계하여 철쭉축제 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정상까지의 등로 변에는 간헐적으로 찔끔찔끔 피었던 철쭉이 이제부터는 많아졌습니다. 곰재 너머 곰재산에는 온 산이 붉게 물들어 있습니다만 오늘은 곰재에서 자연휴양림으로 하산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나 고집통은 어제 초암산에서 원 없는 철쭉구경을 하였기에 그다지 아쉬움은 없습니다.
곰재(17:41)에 내려서니 아이스께끼 파는 아저씨 두 분께서 팔다 상품성이 약간 떨어진 아이스 께끼라며 공짜로 줄 테니까 먹고 싶은 만큼 먹으라 하십니다. 아이스께끼 먹기 기네스에 도전하는 것도 아닌데 우리의 산타나는 그 자리에서 무려 일곱 개를 해치웁니다. 저러다 큰일 나겠지 걱정했는데 나중에 속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몇 번 하긴 했지만 그래도 별 탈은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곰재에서 오늘의 목적지 제암산 휴양림으로 하산하기로 했습니다. 감나무재에서 멈추었던 고고가 고맙게도 휴양림 최고위에까지 우릴 마중 나왔습니다. 덕분에 차량 회수하는 시간을 절약했습니다.
보성읍의 한 식당에 들러 산행 마무리 뒤풀이를 하는데 대낮부터 술이 떡이 되어있는 초뺑이 아저씨 한 명이 나타났습니다. 이번에는 욕설까지 곁들여가며 우리에게 시비를 걸어옵니다. 내 참 더러워서 밥 한 그릇 먹자는데 뭐 이래 속 시끄러운지. 남의 동네까지 와서 탈 생기면 큰일 나니 그냥 귀와 입을 막았습니다. 무슨 동네가 아침저녁으로 지랄인지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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