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낙동정맥[완]

[낙동정맥 - 1] 갈길 먼 낙동정맥

산안코 2012. 6. 18. 21:19

□ 언            제 : 2012. 6. 16 (당일)
□ 어    디     를 : 낙동정맥2구간(답운치~석개재) – 용인등봉
□ 누            가 : 삼성중공업 산악회원 38명과 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11시간 55분(2구간: 11시간 55분)
                        1일차 답운치(4:03)→석개재(15:58) 11시간 55분
□ 정맥 산행거리 : 24.0Km (2구간: 24.0Km)
□ 총    산행거리 : 답운치→굴전곡재→한나무재→삿갓봉→용인등봉→묘봉삼거리
→석개재 (약 24.0Km)
 

낙동정맥도 지난번 호남정맥에서처럼 첫 구간을 일행들과 함께 시작하지 못하고 두 번째 구간부터 발길을 올립니다. 삼성중공업 산악회가 주관하는 낙동의 첫 출정 길은 경만 아버지께서 먼 길 가심에 제주 조문 가느라 함께하지 못하였고 오늘 두 번째 산행 길에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낙동정맥이라함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대한민국 국토의 근골을 이룬 백두대간(白頭大幹)의 태백산 줄기인 구봉산에서 남쪽으로 갈라져 높이 1,000m급의 산줄기들로 이어져 있으며 동해안을 타고 내려 경상남도 가지산을 거쳐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까지로 낙동강 동쪽하구에서 끝납니다. 

9정맥 중 낙동강 동쪽에 위치한 정맥으로서 연결된 주요 산들은 백병산(白屛山), 주왕산(周王山), 사룡산(四龍山), 단석산(斷石山), 가지산(加智山), 취서산(鷲棲山), 금정산(金井山) 등으로 길이는 장장 370㎞에 이르고 산의 고저를 감안하면 실제 거리는 40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거제에 제법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장기간의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라 비가 내림을 탓 할 수는 없으나 하필 새로운 정맥길 나서는 날이니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경북 봉화와 강원 삼척의 경계지역인 석개재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답운치에 이르는 24Km 거리를 무박으로 종주해야 하기에 금요일 저녁 11시에 대경이는 거제를 출발하게 되고 무려 5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대경이는 어디론가 계속 달리고 있습니다. 낌새가 이상함을 눈치 챘을 때는 애석하게도 오늘 산행 날머리인 답운재 간판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산행 시작지로 계획 석개재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이므로 이곳 답운치에서 그냥 북진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엉겁결에 남진이 북진이 되면서 완만한 내리막 길 산행이 하루 종일 된비알을 치고 올라야 하는 사나운 팔자로 뒤바뀌어 버립니다. 그렇지만 어찌 하오리까? 그냥 가야지요. 그나마 비가 오지 않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아야겠습니다.
해발 619.8m에 위치해 늘 안개가 끼어있어 마치 구름을 밟고 넘어가는 듯한 고개라서 답운치라 한답니다. 나중 먼동이 트고 날이 밝았을 때 본 답운치는 지명 그대로 발아래 안개가 잔뜩 끼어 있습니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산타나가 최선두 권에서 출발합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연스럽게 나 고집통도 산타나 뒤를 이어 답운치(4:03)를 출발합니다. 결국 얼마 가지 못해 오버페이스를 후회 하며 일행들의 후미 그룹으로 빠져야만 했습니다.

  

□ 답운치(36번국도) - 낙동정맥 첫 번째 2구간 산행 들머리 (북진)

 
  
선두권 진입이라 풀잎에 맺혔던 찹찹한 빗물이 바짓가랑이를 적십니다. 송전철탑(4:27) 하나를 스쳐 지나가고 캄캄했던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합니다. 굴전고개(5:10) 임도를 지나고 진조산을 향해 열심히 오르던 중 낙동정맥의 첫 일출을 만났지만 그렇게 멋진 그림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던 중 진조산 정상이 어딘지 모르고 지나쳐 버렸고 어느새 한나무재(6:06)에 도착합니다.

  

□ 진조산 오르다 만난 철탑

 

□ 진조산 오르다 본 구름바다

 

□ 굴전고개

 

□ 낙동정맥 첫 번째 길에서 만난 동해 방향의 일출

 

□ 정맥길 고목은 잊혀 가고

 

□ 한나무재 - 진조산은 어디에?

 
  
헬기장이 있는 934.5(6:52)에는 눈에 익숙한 준. 희의 안내 표지판이 있어 호남정맥에 이어 이곳까지 도움을 주시는 그 분에게 아주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맞은편에서 정맥꾼 한 분이 내려옵니다. 일행들은 임도를 탔고 본인은 등로를 타고 내려왔는데 일행 들이 먼저 지나가지 않았나 물어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분 일행들이 우르르 몰려 내려옵니다. 아주머니들은 서울에서 왔다 하고 아저씨들은 부산갈매기들이라고도 하는데 성분은 종잡을 수 없는 일행들입니다만 모습은 즐거워 보입니다. 발목을 삐어 절뚝거리는 아저씨가 있어 내심 걱정입니다. 산허리를 타고 도는 임도보다는 산 능선을 타는 등로가 더 가깝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934.5붕 - 준.희 (호남정맥에 이어 낙동정맥에서도 도움을. 고마워요)

 
  
신작로보다 넓은 임도(9:05)가 나옵니다. 아주 가파른 산길을 치고 오르니 전곡, 소광, 석포 갈림길의 이정목이 있는 임도(11:05)가 나오고 새로운 능선을 치고 나니 또 임도가 나옵니다. 바로 앞에 삿갓봉이 있으나 임도(12:25)를 통하는 것이 아무래도 편할 것 같아 삿갓봉은 포기하기로 합니다.

  

□ 첫 번째 임도에서의 고집통

 

□ 이런 금강송이 지천에 깔렸음

 

□ 진조산 못 보았고 통고산은 다음 차수에

 

□ 백방산, 오미산은 정맥길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지라..

 

□ 바짝 말라 죽은 산죽들

 

□ 임도, 임도 또 임도

 

□ 임도 길에서 처음으로 만난 이정표

 

□ 산 목련 봉우리 - 비염에 좋다는데

 

□ 활짝 핀 산 목련 - 핀 건 약효가 없다네요

 

□ 어쩌다 나무가 이렇게까지

 
  
문지골 6폭포 표지판이 있는 문지골삼거리(13:25)를 지나고 나니 약 1Km의 거리를 치고 올라야 하는 용인등봉의 마지막 한 고비만이 남았습니다. 고지대의 산죽들이기에 내 키보다 훨씬 자라 얼굴을 쓰윽 할퀴고 나뭇가지들은 열 번도 더 모자를 벗깁니다. 얼굴을 신경 쓰면 나뭇등걸이 사정없이 촛대 뼈를 가격합니다. 오늘 위아래 신경 써느라 정신없습니다. 산죽 밭을 벗어나니 이번에는 작년 태풍에 부러진 금강송과 참나무 가지가 등산로를 완전히 차지해버려 진행에 아주 어려움을 겪습니다.
오늘 낙동정맥 산행하면서 제대로 이름 가진 첫 봉우리 용인등봉(14:07)에 오르기 까지는 목적지에 잘못 데려다 준 대경이 기사님이 많이도 미웠습니다. 해발 900m급에서 600m로 가는 길이라면 조금 올라갔다 많이 내려오는 그런 편안한 등로가 거꾸로 많이 올라갔다 아주 조금 내려오는 형국으로 바뀌어 버렸으니 오죽 했겠습니까? 

  

□ 문지골 갈림길에서 휴식을

 

□ 휘기 보다는 부러지기를 고집한 금강송

 

□ 용인등봉의 고집통 - 이름 있는 봉우리 처음 만남

 

□ 시루떡 모양의 바위

 
  
묘봉삼거리(14:54)에서는 너무 힘들어 지척에 있는 묘봉 오르기를 포기하고 그냥 우회전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산행 중 처음으로 거리표시가 있는 이정목을 만납니다. 석개재 5.3Km라 적혔으나 엉터리입니다. 지도로 보나 느낌으로 보나 남은 거리는 2.5Km입니다. 얼마 전 호남정맥에서도 엉터리 정보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달랑 한 개 있는 정보가 엉터리이니 갑갑합니.
이제 내리막길이라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한참 지루한 길을 달려 석개재(15:57)에 내려서면서 낙동정맥 첫 발걸음이면서 2구간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석개재의 한편에는 삼척임을 알리는 거대한 표지석이 있고 반대편에는 봉화군에서 팔각정과 더불어 작은 공원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 묘봉 삼거리 - 힘들어서 묘봉 가기를 포기

 

□ 석개재에 내려 선 고집통 - 낙동정맥 첫 번째 2구간 산행 날머리

 

□ 석개재(910번 지방도) 팔각정

 
  
지난 5월에 경만 아버지가 말린 낙동정맥 1구간인 피재에서 석개재까지는 여름 휴가기간을 이용해 땜빵 산행을 해야겠습니다. 오늘 2구간은 대경이 아저씨의 실수로 남진에서 북진이 되어 버렸고 심지어는 돌아오는 길에 음주차량과 접촉사고까지 당하는 황당한 일이 생겨버리고 말았습니다. 버스 이동거리도 멀고 정맥 길도 멀고 낙동정맥은 정말 멀고도 먼 길입니다. 이제 첫발 디뎠으니 조급한 마음먹지 말고 한발 한 발 걸어서 최종 목적지인 몰운대까지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하도록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