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2. 8. 25 (당일)
◈ 어 디 를 : 호남정맥 17구간(주랫재~접치) – 고동산, 조계산
◈ 누 가 : 후종(감자바우), 만수(산타나) 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흐리다 아주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199시간 23분(17구간: 12시간 13분)
19일차 주랫재(4:08)→접치(14:26) 10시간 18분
◈ 정맥 산행거리 : 350.8Km (17구간: 22.2Km)
◈ 총 산행거리 : 주랫재→석거리재→백이산→빈계재→고동치→고동산→장안치→큰굴목재→작은굴목재→조계산 장군봉→접치(약 22.2Km)
요즘 TV속 개콘이 대세라 은근히 일요일 저녁이 기다려집니다. 못생긴 일본 여학생 분장 『갸루상(Girlさん)은 사람이 아니므니다』에 훅 빠져 버렸습니다. 약간 모자란 듯한 학생이 선생님의 질문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대답으로 대한민국 국민들을 미소 짓게 합니다. 이렇게 또 일본이 한국을 웃겨줍니다.
사람 아닌 사람 여기도 있습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무더운 8월 한 달 동안 무려 100Km라는 산길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낙동정맥과 호남정맥 그리고 지리산, 거제 인근 산 등등을…. 이제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호흡조절을 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이번 호남정맥길은 전라남도의 명산 조계산을 지나기에 약간 가슴 설레는 산행입니다. 승주 개인택시 기사님은 새벽부터 많이 바쁩니다. 접치에서 주랫재로 이동하는 중에 또 다른 산님으로부터 송치로 와주십사 하는 전화를 받습니다. 우리보다 한 발치 앞서 정맥길 가시는 산님이 있나 봅니다.
소설 태백산맥의 주 무대인 주랫재(6:10)에서 산행은 시작됩니다. 얼씨구나 횡재를 합니다. 낙동정맥에서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보이지 않던 영지버섯이 이곳에서는 산행 시작과 동시에 눈에 띕니다. 지도상에 표기되지 않은 포장도로(6:29)가 철 계단과 함께 나타납니다. 옛날에는 임도였으나 최근 895번 지방도와 연결된 것으로 사료됩니다.
485.5봉을 지나고부터는 좌측 편으로 쭉 농장지대가 이어지고 물 먹은 잡초가 바지를 흠뻑 적십니다. 한 순간 시야가 탁 틔면서 석거리재를 넘는 국도와 함께 멀리 안개 속에 숨어있는 백이산이 보입니다. 건너편 백이산에는 옆구리에 하얗게 물줄기를 쏟아내는 거대한 폭포가 조망됩니다. 석산 개발로 인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폭포인 듯 한데 물 빨 세기가 죽여줍니다.
석거리재(8:07) 식당에 들러 막걸리 한 병을 시키니 「에게! 막걸리 한 병이냐」는 아주머니의 표정이 시큰둥합니다. 김치가 맛있다며 나중에 라면과 같이 먹겠노라며 2천원어치 포장해 달라하고 막걸리 한 병을 더 팔아주니 표정이 약간 돌아오며 말대꾸도 선선히 받아줍니다.
백이산 오르는 길에는 산타나가 너무 힘들어합니다. 이전까지는 그렇지 않았는데 휴게소에서 막걸리를 너무 많이 마셨기 때문이랍니다. 그래보았자 세 명이 막걸리 두 통입니다. 백이산(9:35) 정상은 그 자체로 산행하는 운치가 있으며 때맞추어 안개까지 걷혀주니 낙안 들판을 조망할 수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 빈계재(10:06)를 지나고부터는 완만한 오르막이 지루하게 진행됩니다. 좌측 편은 철조망으로 막혔고 우측 편은 잘 조림된 편백나무가 울창합니다. 이번 호남길은 유난히 야생 밤나무가 많아 종종 밤송이가 머리와 충돌하여 밤송이 가시에 찔린 머리통이 따끔거립니다. 1개월만 호남 길을 늦추었더라면 엄청난 수입을 잡을 수 있었을 텐데 아깝습니다. 그리고 고동치(11:58)에 이르기까지는 벌목지대로 산 전체를 완전 민 벌거숭이로 만들어 놓았는데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고동산 오르는 길은 자동차 오프로드 경기를 했는지 길바닥에 깊은 홈이 파여 진행하기가 웬만큼 상그러운 일이 아닙니다. 숲 속 길목을 지키고 있는 살모사 한 마리가 있어 깜짝 놀랍니다. 조심해야 될 일입니다.
이제 정맥길의 안개는 다 걷혔고 태양은 유감없이 위력을 과시합니다. 고동산(12:40) 정상의 억새 숲을 지나고 송신탑 앞 그늘에 앉아 우리들만의 만찬에 들어갑니다. 산행 중 고생해가며 먹는 즐거움이란 여기 글로써 표현이 어렵습니다.
장안치(15:35)에서부터 조계산 도립공원으로 접어듭니다. 조계산 구간은 아주 편안한 길로 이어지고 큰굴목재(15:49)에서 모처럼 만에 두 분의 산님을 만나 인사하고 다음 작은굴목재(16:07) 에서 또 다른 부부 산님을 만나 단체사진도 한 장 부탁합니다. 거의 녹다운 될 정도로 바짝 피치를 올려 배바위(16:36)에 올라 주위를 한 바퀴 돌아보니 올망졸망 모인 선암사 기와지붕들과 상사호가 멋들어지게 조망되고 오늘 힘겹게 걸어온 고동산 능선들도 줄줄이 조망됩니다.
조계산 장군봉의 돌탑에 작은 돌 하나 올렸습니다. 나는 호남길을 걷다 만나는 숫한 돌탑들에 주저 없이 돌 올리기를 하고 마음으로는 언제나 경건함을 유지하려 노력했습니다. 크고 작은 소원 꺼리가 많이 있는데 여기서 밝힐 수는 없습니다. 장군봉(16:50)에서 오랫동안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조계산 능선을 따라가다 접치 삼거리인 장박골(17:19) 정상에서 오른쪽으로 빠집니다. 언젠가 단체 산 꾼들을 만났을 때 호남정맥을 타고 있다는 소리를 이곳에서 듣고 무슨 소린지 의아했었는데 지금 내가 그 호남정맥의 같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제법 한참을 걸어 접치(18:23)로 내려갑니다. 그리하여 기나긴 열일곱 번째 호남정맥도 깔끔하게 마무리 합니다.
접치 바로 아래 접치마을로 이동하여 계곡물에 찰싹 엎드렸습니다. 얼음장 같은 차가운 물이 오장육부를 깜짝 놀라게 만들어 버립니다. 그 싸늘함에 간이 오그라듭니다.
'백두산·백두대간·정맥 > 호남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남정맥 - 19] 다음 길이 걱정되긴 처음이다 (0) | 2012.10.07 |
---|---|
[호남정맥 - 18] 태풍 산바의 횡포를 당하다 (0) | 2012.09.22 |
[호남정맥 - 16] 철책을 넘고 지뢰밭도 건너다 (0) | 2012.07.10 |
[호남정맥 - 15] 꽃 지니 벌 나비 간곳없다 (0) | 2012.06.05 |
[호남정맥 - 14] 닭똥집 육회 맛을 보다 (0) | 2012.0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