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호남정맥[완]

[호남정맥 - 19] 다음 길이 걱정되긴 처음이다

산안코 2012. 10. 7. 21:54

◈ 언              :  2012. 10. 6 (당일)

◈ 어          호남정맥 19구간 (송치 ~ 새재) – 갓꼬리봉, 형제봉

◈ 누             후종(감자바우), 종근(고고), 만수(산타나) 그리고 나(고집통)

◈ 날             흐렸다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220시간 03 (19구간 : 9시간 54)

                          21일차 송치 (6:03) → 새재 (15:57) 9시간 54,   접근거리 : 40

◈ 정맥 산행거리 :  388.2 Km (19구간 : 18.8 Km),     접근거리 : 새재 → 성불사 2.0 Km

     산행거리송치→농암산→죽청재→갈매봉→마당재→갓꼬리봉→미사치→깃대봉→월출재→형제봉→새재→성불사 ( 20.8 Km) 

 

광양의 성불사 앞마당에 주차하고 보니 호남정맥길 이동거리와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산행을 포함하여 호남정맥길이 달랑 세 번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거리 줄이려는 일념으로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기에 급급하다 오늘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백운산을 보고는 그토록 길게 느껴졌던 호남정맥의 여정이 어느덧 끝이 보인다 생각되어 기쁨보다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지난 제암산 구간 이후로 모습을 보이지 않던 고고의 얼굴이 보여 무척 반갑습니다. 이번 구간을 잘 해낼 것이라 믿었는데 결과는 체력에 약간 무리가 따랐었나 봅니다. 구간의 절반 지점인 미사치에서 아쉽게도 우리들을 버리고 홀로 탈출해 버렸습니다.

성불사에서 송치까지 이동을 위해 이번에도 승주 개인택시(017-622-5683) 기사님을 꼭두새벽에 단잠을 깨웠습니다. 약간 거리가 멀어도 세 번씩이나 같은 택시를 이용 한데는 이미 두 번에 걸쳐 기사님의 친절함이 검정되었고 결정적으로 택시요금을 약간 깎아 주시겠다는 말에 그냥 혹 했습니다.

택시가 송치(6:03) 야망연수원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어두컴컴한 상태이나 그렇다고 헤드랜턴을 켤 정도는 아닙니다. 연수원 옆 임도길을 따르다 작은 능선에 올라서니 헬기장과 제법 있어 보이는 집 안의 산소가 나옵니다. 그리고 임도, 능선을 지나 세 번째로 만난 임도길에서 폐 농장 건물(6:25) 옆을 지납니다.

  

◈ 송치재 - 호남정맥 열아홉 번째 산행 들머리

 

◈ 같은 임도를 세 번이나 만나고 폐 농장을 지남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산중턱의 숲 속에서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집니다. 세 사람이 함께이니 마음 놓고 계속 올라갈 수 있었지만 만약 혼자라면 아마도 섬뜩하여 어려울 것이었습니다. 산속에서 방목 하는 흑염소들을 지키고 있는 지킴이 개였습니다. 엄청 많은 흑염소들이 우리가 지나는 길 양 옆에서 반짝이는 눈망울로 철딱서니 없는 우리들을 한심하다며 구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병풍산 삼거리(6:44)에 올라섭니다.

농암산 옆구리를 스쳐 지나고 집채만한 바위 밑을 지났습니다. 장사굴재(7:42) 근처 밤송이가 쩍쩍 벌어진 밤나무 밭 사이로 지나면서 약간의 욕심이 동하긴 했지만 꾹 참고 지납니다. 그리고 차량 진입이 가능할 정도의 임도길인 죽청치(8:45)에 도달합니다.

  

◈ 흑염소 지킴이 개

 

◈ 방목중인 흑염소

 

◈ 흑염소 무리들 바글바글 - 반짝이는 건 흑염소 눈

 

◈ 심 봤다 - 산삼 아니라네

 

◈ 집채바위인가?

 

◈ 가을 (밤송이) - 밤 알 엄청 큼

 

◈ 불교산악회에서 힘내랍니다

 

◈ 가을 (독버섯 송이?)

 

 

갈매봉(9:00)에 이어 마당재(9:27)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지나고 언젠가부터 고고의 발걸음에 이상이 생긴 듯 후미 쪽으로 슬슬 쳐지기 시작합니다. 갓꼬리봉 바로 직전 봉우리에 야생화 만발한 헬기장이 있어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철사다리가 설치된 암릉지대를 올라갑니다. 산불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녹색 초소와 갓거리봉(10:28)이라는 정상석이 산꼭대기에 있습니다.

지도 상에는 갓꼬리봉인데 반해 정상석은 갓거리봉이라 명명해 놓았으니 어느 것이 옳은지 알 수는 없지만 나중에 갓머리봉이 나올 것에 대비해 갓꼬리봉이라 해야겠습니다. 어쨌든 이곳의 조망 하나는 끝내줍니다. 한가지 아쉬움은 선답자들의 산행기에 단골사진으로 나왔던 구부러진 소나무가 암반 위에서도 질긴 생명력을 유지해 왔었는데 얼마 전 태풍에 의해 뿌리 채로 홀라당 뒤집혀 버렸습니다. 감자바우가 본래대로 세워놓긴 했으나 이미 뿌리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후라 소생할지는 미지수입니다.

        

◈ 죽청치 정상의 고집통

 

◈ 가을의 시작

 

◈ 마당치 지나는 일행들

 

◈ 고마운 구정맥 산악회 표시 - 정맥길 정리가 되었음

 

◈ 계피나무 열매

 

◈ 가을 (꽃송이) - 오늘 송이 구경 많이 한다

 

◈ 헬기장에서 바라 본 승주 방면

 

◈ 사진 찍는 산타나 뒷모습

 

◈ 갓거리봉 오르는 감자바우

 

◈ 갓거리봉 정상의 고집통

 

◈ 갓거리봉의 소나무가 태풍에 뒤집힘 - 감자바우가 원상복귀 하였는데 과연 살아날는지?

 

◈ 갓거리봉 정상에서 본 순천-남원간 고속도로

 

 

산딸기주에 횟감 그리고 충무김밥 앞에서 호남정맥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채 신선 놀이하다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후딱 흘러 버렸습니다.

갓머리봉이 있다 했지만 어딘지 모르고 지나쳐 버렸습니다. 쉰질바위(12:10)에 올라 멋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겨봅니다. 아까부터 심상치 않던 고고의 모습이 보이질 않습니다. 미사치(12:25)에서 한참을 기다리고 나서야 나타난 고고는 내리막길에 무릎이 아파서 도저히 더 진행이 어렵다며 탈출을 감행하겠다 합니다. 아쉽지만 할 수 없습니다. 미사치부터는 계족산 등산로로서 여태까지의 정돈 되지 않은 호남길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잘 정돈된 고속도로 길입니다. 하지만 한꺼번에 쳐내야 할 까꼬막은 너무 힘듭니다  

 

◈ 쉰질바위에서 폼 잡은 고집통

 

◈ 미사치에서 휴식중인 산님들 - 고고는 여기서 배신 때림

 

 

계족산(鷄足山)의 한자말은 닭발산인데 어쩌다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몰라도 순천 일대에서 제법 인기가 있는 산인 듯 생각 외로 많은 산님들의 왕래가 있습니다. 계족산 삼거리(13:29)를 기점으로 3개면(순천 서면, 황전면, 광양 봉강면)이 분할되어 여수지맥이 이곳에서 분기되며 계족산은 여수 지맥에 포함되는 관계로 우린 가지 않아도 되니까 우측편의 깃대봉(13:46)으로 고도를 약간 올립니다.

 

◈ 계족산 갈림길 - 여수지맥 분기점

 

◈ 깃대봉 정상의 고집통

 

◈ 월출재 모습

 

◈ 희한하게 꼬인 나뭇가지

 

 

월출재와 월출봉은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잘 가지 않습니다. 건너편 어딘가에서는 오프로드 즐기는 오토바이 굉음이 산자락에 울려 퍼집니다. 머지않은 곳에 형제봉이 보이긴 하지만 제법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형제봉(15:33)에 올라서는 너무 힘이 들어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맥주마저 거절할 정도였습니다. 다음 차수에 지나야 할 1,000m 이상의 따리봉과 도솔봉이 조망되며 호남정맥 최고봉인 백운산의 우아한 자태도 보입니다. 여태까지 넘어온 산줄기와 별반 다를 것 없이 약간 높아만 보이는 산들일 뿐인데 저기 바로 너머가 호남정맥의 끝자락이라 생각하니 바라보는 느낌이 새삼 다릅니다.

형제봉은 두 개의 봉우리가 서로 마주보고 있으며 철 계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아래 에 있는 새재(15:57)까지만 진행하기로 하고 성불사 계곡으로 급경사 길을 약 1.8Km 내려갑니다. 어차피 더 진행할 수 없어 성불사로 내려가기로 했지만 막상 그 길을 따라 내려와 보니 그 경사의 정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스무 번째 정맥 때 다시 이 길로 올로 갈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더구나 백운산 상봉도 넘어야 하기에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해야 될 것 같습니다.

성불사(16:35)는 우리 일행들의 인기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쥐 죽은 듯 고요합니다. 살아가며 크게 잘못한 건 없지만 성불사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오늘도 무사 산행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계속 착하게 살겠으니 널리 굽어 보살펴 주십사 하는 욕심을 약간 담았습니다. 마음이 편안합니다.

  

◈ 형제봉 정상의 고집통

 

◈ 다음에 가야 할 도솔봉과 따리봉

 

◈ 새재의 고집통 - 호남정맥 열아홉 번째 산행 날머리 (성불사로 하산)

 

◈ 성불사 전경

 

◈ 성불사 천왕문 - 코끼리가 지키고 있음

 

◈ 백운산 성불사 일주문 - 호남정맥 열아홉 번째 산행 마무리

 

산행 뒤풀이로는 광양의 맛 집으로 유명한 닭 구이 전문 집인 지곡산장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실망시키지 않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지곡산장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도 언제나처럼 실망시키지 않은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