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2. 11. 3 (당일)
◈ 어 디 를 : 호남정맥 20구간 (새재~토끼재) – 도솔봉, 백운산 상봉, 쫓비산
◈ 누 가 : 후종(감자바우), 만수(산타나) 그리고 나(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231시간 00분(20구간:10시간 57분)
22일차 새재(6:40)→토끼재(17:37) 10시간 57분, 접근거리:40분
◈ 정맥 산행거리 : 409.3Km(20구간:21.1Km), 접근거리:성불사→새재 2.0Km
◈ 총 산행거리 : 성불사→새재→도솔봉→따리봉→한재→신선대→백운산상봉→게밭골→갈미봉→쫓비산→토끼재 (약 23.1Km)
자동차 유리 거취대가 부실해 몇 번이고 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더니만 네비 아가씨가 단단히 삐쳤나 봅니다. 섬진강 휴게소에서 토끼재 가는 길을 가까운 길 두고 저 마음대로 삥삥 돌아가는 길로 안내합니다. 토끼재부터 성불사까지 택시비가 무려 5만원으로써 호남정맥 역사상 최고점을 찍습니다.
성불사(6:00) 입구에 택시가 들어서기가 무섭게 강아지들이 먼저 알고 새벽 인사를 올립니다. 아무리 살금살금 걸음을 옮긴다 해도 성불사 마당을 통과하는데야 강아지 귀까지는 속일 수가 없어 고요한 산사의 스님들 잠을 깨워 버리고 말아 정말 죄송스럽습니다. 스님 여러분! 꼭두새벽 심기가 약간 불편 하시더라도 보리심으로 성불하십시오.
지난 차수 때 새재에서 성불사로 하산하며 다시 이 길로 오를 일을 엄청 걱정하였으나 막상 산행을 시작해 놓고 보니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습니다.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를 들어가며 상큼한 마음으로 새재(6:40)에 올라서니 주위는 훤히 밝아져 있습니다. 도솔봉 중턱에서 바라보는 억불봉 일출이 너무 멋져 사진 찍기에 한참을 몰두했습니다. 어쩌면 호남정맥상에서 보는 마지막 일출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호남정맥에서 실로 오래간만에 1,000m급 산봉우리에 올라섭니다. 바로 도솔봉(7:45)입니다.
도솔봉 북단은 파란하늘 아래 노고단을 필두로 천왕봉까지 이어지는 장엄한 지리산 주능선 마루금이 아주 선명하게 조망되어 고집통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들며 오늘 진행할 방향으로는 따리봉, 백운산 상봉이 기다리고 있고 정맥길에서 살짝 비켜선 억불봉도 눈에 띕니다. 뒤로는 지난 차수까지 발길 준 형제봉 이하 그 친구들이 마치 용트림하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져 있습니다.
도솔봉을 지나는 정맥길은 워낙 고지대라 참나무 이파리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내리막길에서 줄줄 미끄러지는 어려움이 있고 밤새 뚝 떨어진 기온으로 흙 바닥은 하얗게 얼어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침 햇살 받은 옥룡계곡의 총 천연색 단풍은 절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참샘이재(8:28) 근처에서 도솔봉 오르시는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캄캄한 새벽에 산행을 시작하셨는지 이른 시간에 높이 올라오셨습니다. 산행이 힘들어 보이지만 두분 의지하며 자연을 벗삼고 건강을 챙기시는 모습이 아주 아름답습니다.
나무 전망대가 있는 따리봉(8:53)에 올라서는 그 따리봉의 유래가 궁금했는데 감자바우가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형상이라 하여 그렇게 이름 지어졌다 정리해 주었으나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백운산의 산봉우리 이름들이 주로 불교와 연관이 있는 듯 도솔봉과 따리봉(아미타불), 억불봉등이 있고 산 아래 계곡에는 유명 사찰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따리봉 삼거리 이정표에 밥봉과 남도대교로 가는 화살표가 있습니다. 남도대교라 함은 화개장터 근처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를 잇는 섬진강 다리입니다. 그렇다면 호남정맥은 이제 동쪽으로 더 진행하려 해도 섬진강이 가로막아 갈수 없어 섬진강 줄기를 따라 남으로 방향을 틀어야만 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난 차수 때 한재로 내려설까 성불사로 내려설까 고민한 그 한재(9:19)에 내려섭니다.
신선대 올라가는 길을 몰라 우회해버렸고 바로 백운산 상봉(10:38)에 올라섭니다. 커다란 바위산 정상에 백운산 상봉 정상석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아마도 호남정맥상에서 백운산이 최고봉이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로써 작년 8월 주화산 조약봉을 출발한 이래 꼭 1년6개월여 만에 호남정맥 끝자락 백운산에 올라서게 되었고 고집통 개인적으로 백두대간에 이어 위대한 족적을 또 하나 남겨 놓았습니다. 그렇지만 샴페인을 아직 터뜨리기엔 이릅니다. 본디 산경표에는 백운산 정상을 끝으로 호남정맥이라 일컬었으나 최근에는 백운산에서 남으로 계속 이어지는 산줄기를 따라 광양의 외망포구 까지를 기점으로 호남정맥이라 칭하며 많은 정맥님들이 정맥종주를 완성하고 있어 우리도 그들처럼 외망포구를 마지막으로 호남정맥을 마무리하기로 했기 때문에 다가오는 12월이 되면 축배를 들기로 하였습니다.
백운산 상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산님들의 발길이 뜸한 정맥의 연장선상 호남기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귀여운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가까이 오라 손짓하니 스스럼없이 접근하여 꼬리치는 양으로 보아 한때 주인에게서 사랑을 많이 받은듯한 강아지인데 어떻게 이런 높은 산에까지 올라왔는지 모르겠습니다. 1,200m 높이의 산꼭대기에서 앞서거니 뒤쳐지거니 하면서 산길을 안내하는 것이 너무 귀여워 처음에는 먹을 것을 줘 가면서 무심코 동행했으나 매봉(13:04)을 지나고 인근마을로 내려갈 수 있는 여러 갈림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우릴 따라오니 살살 걱정이 되기 시작합니다.
유심히 보니 등에 털이 많이 엉켜있는 것으로 보아 집 나온 지 오래된 강아지이면서 첩첩 산중 이곳 에서 기거하며 언제가 찾아올 주인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너무 멀리까지 우릴 따라와 버렸고 더 이상 정 붙여서는 안될 것 같아 몇 번이고 쫓아 보았지만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우리가 쉴라치면 어느새 주위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무려 8Km의 거리를 3시간 넘게 따라 오고 있습니다. 결국 갈미봉(15:29)에서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 쫓아내고 따라오지 못하도록 빠른 걸음으로 내달렸습니다. 그 후론 강아지가 따라오지 않았지만 데려오지 못한데 대해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나마 산 아래 머지 않은 곳에 마을이 있다는데 애써 위안을 삼아가며 언젠가는 주인을 만나 따뜻한 품으로 돌아갈 것이라 믿기로 했습니다.
파란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계속 내려갑니다. 섬진강의 물빛이 산으로 반사되어 쪽빛 색깔이 난다 하여 쫓비산이라기도 하고 산꼭대기가 뾰쪽하여 쫓비산이라기도 한다는 그 쫓비산을 예전부터 올라보고 싶었는데 이번 호남길에서 정상에 서 봅니다. 쫓비산(16:31)은 그다지 높지 않으면서 바로 아래 광양의 청매실마을을 품고 있어 여행과 산행을 겸비하여 산님들이 즐겨 찾는 산으로 소문나 있습니다.
청매실마을 삼거리(17:01)까지는 산길이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지금부터는 정비되지 않은 험난한 그런 길입니다. 길거리에 누워있는 나무들 때문에 무르팍이 사정없이 충격을 받습니다. 해 넘어가기 전에 토끼재에 도착하려고 마구 달렸습니다. 수어저수지가 보이는 토끼재 앞에 도착하니 거대한 철문이 가로막혀 있습니다. 지도상에는 느랭이골 휴양림이라 되어있으나 이렇게 극비리에 튼튼한 보안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아 휴양림은 아니고 아무래도 골프장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사료됩니다. 철문아래 하수구를 통해 863지방도 토끼재(17:37)에 내려서면서 호남정맥 스무 번째를 완성하면서 마지막 한 구간을 남겨놓았습니다.
오늘은 2012년 가을의 절정을 맞아 호남정맥 최고의 명산 백운산 자락에서 하루를 보내며 고집통이 가장 좋아하는 지리산 주능선을 산행 내내 조망하며 쪽빛 섬진강을 따라 추억에 남을 명품산행을 했습니다. 광양 초남 선창횟집의 장어구이에 이은 쌀밥 한 그릇에 말아먹는 장어탕이 심신을 살살 녹여 내립니다.
'백두산·백두대간·정맥 > 호남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남정맥 - 졸업] 호남의 맛 길을 걸었다 (0) | 2012.12.08 |
---|---|
[호남정맥 - 21] 호남정맥 더 갈 곳 없다 (0) | 2012.12.02 |
[호남정맥 - 19] 다음 길이 걱정되긴 처음이다 (0) | 2012.10.07 |
[호남정맥 - 18] 태풍 산바의 횡포를 당하다 (0) | 2012.09.22 |
[호남정맥 - 17] 사람이 아니므니다 (0) | 2012.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