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1. 8. 20 ~ 2012. 12. 4 (1년 6개월)
□ 어 디 를 : 호남정맥 (주화산 조약봉 ~ 광양 외망포구) – 남진 후 동진
□ 누 가 : 후종(감자바우), 만수(산타나) 그리고 나(고집통)
□ 산행시간/거리 : 240시간 00분 / 423.8 Km
□ 총 산행거리 : 주화산→내장산→강천산→무등산→제약산→조계산→백운산→외망포구
시작은 항상 가슴이 설레게 합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지난해 여름 우린 호남정맥을 시작하고자 조약봉 분기점에서 출정식을 했습니다. 금남호남정맥을 끝내고 연속으로 이어가는 길이지만 내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미지의 길을 찾아 나선다는 그 기분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습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 6개월이라는 세월이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후딱 지나가버렸고 우린 호남정맥의 종점인 광양의 외망포구에서 호남정맥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이토록 호남정맥 산줄기를 숨가쁘게 달리는 와중에 삼성중공업 산악회에서 진행하는 낙동정맥에도 발을 올려 여섯 번이나 진행하는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고집통도 이제 천상 산 꾼이 다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그 누구의 힘도 빌리지 않고 순전히 우리들의 머리에서 지혜를 짜내고 그것을 토대로 하여 성공리에 호남정맥을 완주하였기에 대만족이며 이어서 진행할 또 다른 정맥길 도전에도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호남정맥을 시작하는 첫날은 하루 온종일 비를 맞으며 걸어 향후로 진행 할 종주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 예상하였고 두 번째 출정 때는 작렬하는 땡볕아래 극기훈련 수준으로 내달려야 했기에 이러다 같이하려는 손님들이 떨어져 나갈까 많이도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호남정맥길에는 고생만이 있었던 건 절대 아니었습니다. 금붕어가 노닐고 있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옥정호에 흠뻑 빠져 넋을 놓기도 하고 전국 최고의 단풍명소 내장산에서는 발 아래 출렁이는 구름바다를 보고 그 비경의 황홀함에 젖어 들기도 하였으며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운 추월산을 지나면서 담양호에 비친 가을 달빛이 예쁠 수 밖에 없을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강천산을 지날 즈음 계절은 가을을 뛰어 넘어 어느새 호남길에다 하얀 백설을 뿌려 세상의 어둠과 시름을 그 속에 전부 숨겨놓고 보는 이로 하여금 투명하고 깨끗하게 살라 했습니다. 어느덧 우리는 호남의 상징이자 심장부인 무등산의 서석대를 넘고 있었고 철쭉 만발하는 봄날에는 제암산, 일림산을 따라 남도의 맛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크레모아 또는 지뢰가 매설되었다며 군부대에서 막아놓은 철조망을 통과할 때는 오금이 저리고 간이 콩알만 했으며 소설 태백산맥에서 여순사건 시절 빨치산의 주무대였던 보성, 벌교에서는 우리나라 근대사의 아픔을 생각해가며 힘든 길을 걸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스무 번에 걸친 산행 끝에 호남정맥 최고봉 백운산정상에 올랐고 섬진강의 하구에 있는 광양의 외망포구라는 작은 어촌에 내려섬으로써 그 대장정의 막을 내렸습니다.
유행가 가사에서처럼 우린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거리낌없이 장애물을 헤치고 정말 열심히 걸었습니다. 가끔은 야간 산행도 마다하지 않았고 산님들의 통행이 없어 우거진 가시밭길 헤치는 일도 허다하였습니다. 덕분에 체력이 예전에 비해 부쩍 향상 되었으며 세상 바라보는 견문을 많이 넓혔고 이러한 경험들이 내게는 모두 소중한 재산으로 남았습니다.
금남호남정맥을 시작하여 호남정맥을 마무리하는 동안 우린 호남음식의 진수를 맛보며 호남음식의 환상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호남에는 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산줄기를 따라 지역 고유의 식 재료가 있었으며 몇 천 년을 손에서 손으로 이어온 전라도 어머니들의 손맛이 있었습니다. 어느 지역 한 곳인들 음식이 실망시키는 예가 없었기에 우린 호남정맥을 핑계로 호남의 맛 기행을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애저탕, 동자개탕(빠가사리탕), 쏘가리탕, 메기탕, 홍어탕, 장어탕, 짱뚱어탕, 소고기구이, 닭고기구이, 꿩고기구이, 장어구이, 다슬기국, 장터국밥, 순대국밥, 전주 콩나물국밥, 키조개 관자삼합, 꼬막정식, 흑두부정식, 한정식 등등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손꼽을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맛있고 잊지 못할 호남정맥길 이었습니다.
'백두산·백두대간·정맥 > 호남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남정맥 - 21] 호남정맥 더 갈 곳 없다 (0) | 2012.12.02 |
---|---|
[호남정맥 - 20] 호남길 끝자락 백운산에 서다 (0) | 2012.11.04 |
[호남정맥 - 19] 다음 길이 걱정되긴 처음이다 (0) | 2012.10.07 |
[호남정맥 - 18] 태풍 산바의 횡포를 당하다 (0) | 2012.09.22 |
[호남정맥 - 17] 사람이 아니므니다 (0) | 2012.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