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08. 6. 29(당일)
● 어 디 를 : 순천 조계산 장군봉(887m), 연산봉(851m)
● 누 가 : 고집통, 들이대(만수), 기동
● 날 씨 : 안개 비
● 산행 거리 : 약 14.5Km
● 산행 시간 : 6시간 30분
● 산행 여정 : 거제→선암사 주차장→선암사→작은 굴목재→장군봉→연산봉
→천자암봉→천자암→송광사→송광사 주차장→거제
지리산은 왜 나를 거부하는 걸까요? 올봄 백무동으로 1박 2일 천왕봉을 오르기로 하였으나 눈,비로 인해 장터목에서 눈물 머금고 발길을 돌린 적이 있었건만 뱀사골을 통해 천왕봉 동생 반야봉을 오르기로 계획 했었는데 어제 오후 2시 장맛비로 지리산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전 구간 출입 통제령이 내려졌습니다.
말리면 말아야지 객기 부리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으니까 포기했습니다. 일기예보는 장마전선이 남해 쪽으로 내려가고 약간의 비만 있을거라고 합니다. 순천 조계산으로 목적지를 내 맘대로 살짝 바꾸었습니다.
아침 여섯시 문을 나서는 내게 아내가 물어봅니다. 밖에 비가 멎었느냐고? 얼른 대답하였습니다. “응 이제 비 안 온다”비 오는데 무슨 청승으로 산에 가느냐고 하기 전에 입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미끄러운데 조심해서 갔다 오랍니다.
이슬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온다는 기동의 차는 오지 않고 약 20분을 기다렸습니다. 행선지도 모르고 동참한 기동이 어디로 가면 되느냐고 묻습니다.
고속도로에는 빗방울이 조금 굵어 지는가 싶더니 차 머리가 섬진강을 통과할 즈음에는 슬슬 멎기 시작합니다. 요즘 일기예보가 가끔 맞을 때도 있는가 봅니다.
승주IC 를 벗어나 선암사 입구로 들어가기 전 조금 늦은 아침식사를 위해 승주 읍내 쌍암 기사식당으로 들어갔는데 식당주인 할머니의 마음이 너무 후합니다. 6,000원짜리 백반 한 그릇과 누룽지 한 사발이 오늘 아침부터 기분을 행복하게 만들어 줍니다.
선암사 주차장에 도착(8:50)하니 눈에 익은 미니버스 한 대가 막 도착합니다. 평소 회사에서 친분 있는 성도님과 그의 일행들이 우르르 차에서 내립니다. 계곡에는 어제 비로 인해 제법 많은 물이 흐르고 선암사 입구의 승선교는 태풍 매미로 인하여 훼손되었었는데 깔끔하게 복원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태고종의 유일한 총림 선암사 문 앞에는 천 년도 더 살았음직한 두 그루의 나무가 이제는 죽어 구백구십년을 보내며 버티고 있는것 같습니다.
여느 사찰과 달리 선암사(9:30)에는 사천왕이 안 보입니다. 왼쪽으로 돌아 선암사의 명물 완전 개방형 뒷간으로 갔습니다. 내 어릴적 시골에서 볼일 보든 시절이 생각납니다.
엉덩이를 깐 뒤에 싸라는 것인지? 싼 뒤에 뭘 어쩌라는 건지 구분이 잘 안 되지만 뒷간도 아니고 해우소도 아닌 명패가 붙은 화장실의 이름이 야릇합니다. 한번 웃고 지나갈만 합니다. 명성만큼이나 웅장한 선암사 경내를 둘러보고 사찰 좌측 등산로로 향했습니다. 오늘 산행은 조계산을 거의 종주하는 코스로 택하기로 했습니다.
대각암 삼거리(9:35)에서 작은 굴목재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장군봉으로 오르기에 가장 긴 코스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바짝 속도를 올려 능선 비탈길을 치고 올라가니 비로암(10:10)이 나오고 송광사, 보리밥집등산로와 만나는 삼거리 작은굴목재(10:30)가 나왔습니다. 여기서 호흡 좀 고르고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데 힘들기가 장난이 아닙니다. 산 전체에 깔린 안개비가 땀을 식혀주길 천만다행이지 맑은 날씨였다면 고생 꽤나 했을것 같습니다.
구약성서의 노아방주에서나 들어 봄 직한 전설을 가진 배 바위(10:55)가 나왔습니다. 그 옛날 바닷물이 불어 배를 띄우고 밧줄로 배를 묶었다는 바위이며 조계산 중에 홀로 우뚝 서서 버티고 있는 아주 큼직한 바위입니다.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배 바위 근처에 조개 껍데기가 많이 있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말장난이 아니었는가 생각듭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계산 장군봉(11:10)을 쉽사리 접수할 수 있었으며 정상에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아무도 없었습니다. 희뿌연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한 장과 오늘 아직 맛보지 못한 알콜도 느끼고 휴식을 취하고 있으니 부산에서 왔다는 모 산악회의 관광버스 산님이 우르르 몰려옵니다.
정상에서부터는 굴곡없는 흙길이며 어제 비로 인해 온통 흙탕물입니다. 한참을 걷다보니 접치와 오성산이 표시된 새로운 이정표(11:45)가 있는 삼거리가 나왔습니다. 오성산 들렀다 돌아오자고 결정했다가 취소했기 망정이지 오늘 까딱 잘못했으면 산행을 망칠뻔했습니다.
장마철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많은 산님들이 산길을 메웁니다. 장밭골 삼거리(11:55), 연산봉 사거리(12:15)를 지나 제법 가파른 길을 오르니 연산봉(12:25)입니다.
송광굴목재(12:45)에 도달하니 여행사 가이드라는 산님 한 분이 송광사로 바로 하산하지 말고 천자암을 통해 송광사로 가는 길을 추천해 줍니다.
그 분은 문재까지 들른 후 송광사로 하산 하신답니다. 천자암봉(12:55)에서 한참을 내려가니 사람 사는 흔적들이 보이고 쌍향수 나무가 유명한 천자암(13:20)입니다. 쌍향수 나무는 송광사 3대 보물 중 하나이며 두 그루의 향나무가 사이 좋게 말려 올라가 있으며 나이가 천 년은 훨씬 지났을 것 같습니다. 나는 잘 모르면 천 년을 예상하는 버릇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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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부분이 어디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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