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3. 11. 16 (당일)
■ 어 디 를 : 광양 백운산
■ 누 가 : 山樂人, 현파트와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산행 여정 : 동동마을→노래이봉→노랭이재→억불봉→백운산상봉→신선대→진틀마을
■ 산행 시간 : 7시간 50분
동동마을(8:30)→억불봉(10:47)→백운산상봉(14:17)→진틀마을(16:20)
■ 산행 거리 : 약 16.2 Km
사람이 살다 보면 예기치 못했던 일로 큰 아픔을 당하기도 합니다. 동행하기로 한 산락인(山樂人)이 불과 수개월 전 위를 잘라내는 큰 수술을 받았다고 합니다. 밝고 긍정적인 생활로 슬기롭게 아픔을 이겨내고 이제는 회복기에 접어들었으며 혼자 산 즐기는 법을 터득하여 산을 가까이 하다 이번에 정상인도 결코 쉽지 않은 광양 백운산 산행을 거뜬하게 해냈습니다. 산락인의 예를 보아서는 산을 간다고 아픔이 저절로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산을 다니면서 그 아픔을 이기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말하자면 힐링이란 놈이 산중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해도 그 놈을 찾아내어 내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그다지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남덕유산 산행을 계획하였으나 공교롭게도 16일은 국립공원 산불방지기간이 시작되는 날입니다. 남덕유산의 급에 걸맞은 백운산의 억불봉과 상봉 능선을 잇는 종주코스로 재빨리 갈아 타기로 했습니다.
광양의 동곡리 동동마을 보건지소 주차장에 도착하니 시끄러운 강아지 몇 마리만 잠에서 깨어있습니다. 마을 골목길 어귀에 등산로가 아니라는 팻말로 인해 잠시 동안 헷갈림이 있었지만 그냥 무시하고 올라가니 선답자의 산행기에서 보아두었던 그림들이 골목을 따라 이어집니다. 아름드리 큰 당산나무와 유리 팔각정, 동동마을회관, 밤나무 밭을 지나 약간의 산길을 쳐내니 포스코연수원 진입 임도가 나오고 잠시 동안 땀을 식힌 후 겉옷 한 꺼풀을 벗습니다. 노랭이봉을 향해 가파른 능선을 치고 오르다 호흡조절 차원에서 막걸리 한 통을 비웁니다. 방송인 왕종근이 선전하는 부산생탁은 어디서든 맛납니다. 우리가 제일 빨리 올랐을 거라 생각했는데 노랭이봉 정상에는 어린이를 포함한 많은 산님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노랭이봉을 오르면 부자가 된다는 근처 산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노란색의 노랭이가 아니고 구두쇠의 그 노랭이인걸 처음 알았습니다. 부자가 보장만 된다면 일년에 열두 번도 더 노랭이봉을 오르겠습니다.
노랭이재로 약간 내려갔다 억불봉삼거리의 헬기장까지 완만한 경사길을 오릅니다. 호남정맥 할 당시 정말 궁금했고 꼭 가보고 싶었던 억불봉을 향해 갑니다. 병원신세 지면서 몸이 불어 배낭무게를 포함하여 100Kg이 넘게 짊어졌다는 산락인이 약간 힘들어합니다. 억불봉 도착하기 전 전위봉에 올라서니 파란 하늘에 선명하게 줄 그어진 지리산 주능선이 멋지게 조망됩니다. 그 앞으로 나 고집통이 홀로 진행중인 지리산 남부능선 낙남정맥이 뻗쳐져 있고 그 옆으로는 남도의 젖줄 섬진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으며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출발하여 끝자락으로 내달리는 호남정맥도 함께 조망됩니다. 광양만 방향으로는 하동 금오산정상이 구름 위에 얼굴만 빼꼼이 내밀고 있습니다.
억불봉(업굴봉)을 들렀다가 다시 헬기장으로 되돌아온 후 광활한 억새밭을 지나갑니다. 헬기장에서 백운산상봉까지 이어지는 백운산능선은 아주 완만한 오르막길이라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백운산상봉 정상에 도달됩니다. 거대한 암릉으로 이루어진 백운산상봉은 지난 호남정맥 때 한번 오르고 올해만 두 번째 올라오게 됩니다.
도솔봉과 따리봉, 지리산 주능선 그리고 조금 전 올랐던 억불봉과 광양의 매실마을 뒷산 쫒삐산등 멋진 경관들이 한 폭의 병풍을 둘러쳐 놓았습니다. 신선들만이 노닌다는 신선대에 올라보니 무등산의 신선대와 같이 흙 무덤 한 기가 올려져 있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을듯합니다.
신선대에서 진틀삼거리까지 급경사 하산길이고 병암계곡을 따라 아래로는 각양각색의 단풍잎들이 늦가을의 정취를 한껏 뽐내고 있습니다. 계곡물에 발을 담가보니 너무 차가워 발목 뼈가 으스러지는 아픔을 느낍니다. 아직 뼈와 살 감각이 살아 있습니다.
먼저 내려간 산락인이 동네 주민의 도움을 받아 동동마을로 내려갔다 승용차를 데리고 올라옵니다. 지곡산장의 닭 숯불구이가 아주 별미입니다. 산락인은 그 닉과 같이 충분이 산을 즐겨 지금의 아픔을 이겨내고 내달 광주의 무등산 산행에도 좋은 시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나저나 나 고집통의 갑상선은 어쩔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도 별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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