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3. 6. 1 ~ 6. 2 (1박 2일)
◈ 어 디 를 : 금남정맥 7구간 (중장리고개~구드래나루) – 성항산, 부소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15명과 만수(산타나), 경만(버팔로)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6/1, 6/2 아주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63시간 53분 (7구간 : 14시간 23분)
7일차 중장리고개(7:30)→진고개(14:35) 7시간 05분
8일차 진고개(4:50)→구드래나루(12:08) 7시간 18분
◈ 정맥 산행거리 : 126.1 Km (7구간:34.2 Km) 7일차:17.2 Km , 8일차:17.0 Km
◈ 총 산행거리 : 중장리고개→널티→성항산→복룡고개→진고개(1박)→가자티고개→184.9봉→금성산→부소산→구드래나루 (약 34.2 Km)
백제 말기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조룡대에서 백마의 머리를 미끼로 백제를 지키는 용을 낚아내고 라당 연합군이 백제를 멸망시켜 금강의 부여 일대를 백마강이라 이름 지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부여의 부소산을 휘감고 유유히 흘러가는 백마강은 삼천 궁녀가 낙화암에서 뛰어내린 백제의 슬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강이며 구드래나루는 금남정맥 127.7Km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는 장소입니다.
오늘 그 구드래나루에 도착함으로써 금남정맥 일곱 번째 만에 아홉 정맥 중 세 번째로 성공리에 완성했습니다. 북풍한설 몰아치는 차가운 겨울날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눈밭을 헤치며 금남길을 시작하여 봄이 지나고 무더운 여름이 되었습니다. 그다지 오랜 기간이 아니었다 해도 그 여정만은 오랫동안 기억될 맛깔스런 길이었습니다.
금남길 졸업 산행을 1박 2일에 걸쳐 여유 있는 산행을 한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지도와 고도표를 받아보니 중장리고개를 출발하여 첫 번째로 맞이하는 364.1m인 팔재봉이 최고봉이고 이후로는 거의 200m 내외를 오르내리는 아주 나지막한 산 군들로 형성되어 있어 일행들의 표정이 매우 즐겁습니다. 표정으로 봐서는 별거 아니니까 아주 우습다는 이야기입니다.
중장리고개(7:30)에서 빵빵거리는 차들로 인해 위협을 느낀 나머지 얼른 금남정맥 일곱 번째 산행을 시작합니다. 이론상으로는 산이 아주 나지막하지만 현실은 결코 낮지 않은 팔재산(7:47) 정상은 아침부터 호흡을 거칠게 만듭니다. 지난달 지나온 계룡산의 웅장한 뒷모습이 조망되고 중장리 들판에는 이제 갓 모내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고도가 거의 바닥을 치는 널티고개(8:19)의 23번 국도 굴다리를 통과합니다.
이곳 금남길은 그다지 높지 않은 산들이라 밤나무 밭으로 개간되었거나 아니면 가시넝쿨 우거진 잡목 밭들로 형성되어 있어 팔 토시를 했다고 하나 가시넝쿨이 팔다리를 사정없이 할큅니다. 만만하게 생각했던 200m급 산들이 만만치 않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비록 고도는 낮으나 연속적인 오르내림이 높은 산들보다 다리의 피로도를 한층 가중시켜 슬슬 지쳐가기 시작합니다. 높은 산으로 치자면 고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오르는 거리가 멀고 반면에 내려오는 거리도 동일하게 멀어 한번 고생하고 나면 한참의 여유가 있지만 이렇게 낮은 산들은 금방 올라갔다 내려오고 금방 또 올라가야 하기에 느끼는 피로도가 훨씬 빨리 옵니다. 상리고개(10:25)를 지나 성항산(10:55)을 넘습니다. 딱히 구경거리가 없으니 죽기살기로 달리고 잠깐 앉아 쉬고 또 죽기살기로 달리기를 연속하니 거리는 팍팍 잘도 줄어듭니다.
복룡재(13:00)의 697지방도는 도로 위를 무단횡단하고 공주-논산간 고속도로는 굴다리를 통과합니다. 지도상의 망덕산과 실제 망덕산(14:19)의 위치가 약간 다릅니다만 그렇다고 내게 크게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어차피 망덕산을 지나야만 오늘의 목적지 진고개(14:35)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고개에서 공주 지당박물관으로 이동하여 일행들은 야영을 준비하고 우린 박물관에 딸린 방 한 개를 빌렸습니다. 회 꺼리가 삼천포에서 버스를 타고 공수되어 왔습니다. 충청도 공주에서 삼천포 광어 회를 먹고 앉았으니 우린 정말 좋은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날이 밝기도 전에 우린 다시 진고개(4:50)에 도착했습니다. 오늘은 금남정맥 졸업하는 날이며 회원가족 여성 한 분이 합류하여 18명이 되었습니다. 선두를 질주하는 고 선배님을 바짝 따라붙는 걸음걸이로 보아 산을 좋아하는 여성이고 대구에서 왔다니까 팔공산 날제비라 닉네임을 지어줍니다. 깃대봉(5:05)을 지나고 안경구덩이산(5:16)을 넘어 감나무골(5:33) 시멘트 도로에서 잠깐 호흡을 조절합니다. 설마 산 이름이 안경구덩이산은 아니겠지요? 지도상에 있는 산이면서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산 이름을 매달아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 진행하는 금남길은 거의 밤나무 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밤나무의 연속입니다. 감토봉(5:55)을 넘고 가자티고개(6:20)에서 한번 더 휴식을 취해줍니다. 누가 보면 산악마라톤 하는 사람들인 줄 알겠습니다. 그만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금남길 근처에 둘레가 무려 6.5Km가 되는 청마산성(9:21)이 있다는 안내 표지판이 있으나 수풀 속의 작은 돌 무더기만 보고 지나갑니다. SK주유소가 있는 청마고개(9:52)에서 금성산으로 올라갑니다. 사비길이라는 이정표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전국적인 길 열풍에 힘입어 이곳 부여에서도 백제 도읍이었던 사비성에서 이름을 따 그렇게 명명했나 봅니다. 그다지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지금부터는 건강 챙기러 나온 사람들이 한두 명씩 눈에 띄기도 합니다. 금성산성(10:10) 정상의 팔각정에서 금남길 마지막 단체사진을 남기고 부여 읍내로 내려갑니다.
부여가 시 단위의 도시라 생각했는데 아직 읍 단위의 도시랍니다. 1,400여 년 전 백제의 도읍이었던 고도이거늘 발전상이 너무 더뎌 세월이 제자리에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제 부여읍내를 가로질러 부소산을 향합니다. 선답자의 산행기에는 부여여고(10:50) 정문을 관통하여 쪽문으로 빠지면 부소산으로 오르는 샛길이 있다 했는데 등산객은 등산로가 아니니 우회하라는 안내문구가 정문에 부착되어 있습니다. 학교 오른쪽의 마을 골목을 따라 올라가니 부소산 오르는 산책길에 올라서게 되고 많은 관광객들과 합류합니다.
떠오르는 해를 맞이한다는 영일루(11:04)를 지나고 백제의 군량미 창고였던 군창지도 지납니다. 그리고 백마강이 부소산 남쪽을 반달처럼 휘감으며 돌고 있는 모습과 부여시가지가 훤히 보이는 반월루(11:13)도 지납니다. 오늘 부소산 오르면서 백제의 역사 공부를 제대로 합니다. 다음에 시간 내어 마눌님과 부여를 방문하여 차근차근 다시 한번 돌아 백제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봐야겠습니다. 부여까지 왔는데 그 유명한 고란사(11:26)와 낙화암(11:38)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부소산 아래 백마강가 산자락에 아늑하게 자리잡은 고란사는 여러 가지 설도 많고 유래도 많습니다. 절 뒤편의 고란 약수터에서 솟아나는 약수는 한 모금만 마셔도 3년씩 젊어지는데 욕심이 과해 마구 마셔 갓난아기가 되어버렸다는 할아버지에 관한 전설이 있고 그 약수터 주위에만 자라는 기이한 식물을 고란초라 이름 지었으며 백마강 달 위로 은은히 울려 퍼지는 청아한 고란사의 종소리는 부여 8경중에 하나이기도 하답니다.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패하자 삼천 궁녀가 절개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백마강으로 뛰어내려 꽃이 떨어진 바위라 하여 이름 지어졌다는 낙화암에는 백화정이라는 조그마한 정자를 세워 놓았습니다.
고란사와 낙화암 구경을 마치고 마지막 남은 금남길을 찾아 구드래나루(12:08) 앞에 도착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12월에 시작한 금남정맥은 오늘로써 일곱 차례에 걸쳐 8일만에 무사히 완주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구드래나루는 백제시대 도성인 사비성을 출입하는 항구로써 지금은 유람선의 옛 모형을 본뜬 황포돛배가 드나드는 선착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구드래나루를 배경으로 금남정맥을 마무리하는 기념사진을 남기고 인근 음식점에 들러 금남정맥 졸업 축하연이 벌어졌습니다.
금남정맥을 끝낸 일행들의 표정은 밝으나 약간의 아쉬움이 있는듯합니다. 또 다른 정맥 한남금북정맥에 언급하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 가능성이 보입니다. 산타나, 버팔로, 가공산악회 운영진 및 회원님들 수고 많았습니다. 다음에 좋은 만남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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