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3. 7. 27 (당일)
□ 어 디 를 : 낙동정맥 14구간 (지경고개~개금역) – 금정산, 백양산
□ 누 가 : 고집통 홀로
□ 날 씨 : 맑으면서 푹푹 찌는 무더위
□ 정맥 산행시간 : 176시간 05분(14구간:10시간 35분)
20일차 지경고개(7:32)→개금역(18:07) 10시간 35분
□ 정맥 산행거리 : 392.2 Km(14구간:23.5 Km)
□ 총 산행거리 : 지경고개→계명봉→갑오봉→장군봉→고당봉→북문→동문→산성고개→만덕고개→불웅령→백양산→애진봉→삼각봉→개금고개→개금역(약 23.9 Km)
지난주 폭염으로 한발자국 늦추었던 금정산 구간을 땜빵 해야겠습니다. 아들래미가 여름휴가를 맞아 거제에 왔다가 토요일 아침 일찍 울산으로 돌아가겠답니다. 국도를 이용한다면 울산 가는 길목에 지난번 멈추었던 지경고개를 통과하니 마침 내 생각과 딱 맞아 떨어집니다. 아들래미는 지경고개(7:32) 녹동마을의 버스정류장 앞에 나를 떨궈놓고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등산화 끈 조이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낙동정맥 열네 번째 산행코스인 부산의 진산 금정산을 향해 고집통 홀로 만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자두농원 간판이 있는 시멘트 길을 따라 약간 올라가니 올 여름 나기가 걱정되는 강아지 떼들이 단체로 왕왕거리며 짖어댑니다. 저놈의 강아지들 중복까지는 잘 버텨냈으니 말복도 별 탈없이 잘 지내야 할 텐데… 내가 별 걱정을 다하고 있습니다. 비 없는 장마철이라 아침부터 땅 열기가 팍팍 올라오고 전신에 땀 범벅이 되어 계명봉(8:25) 올라가기가 장난 아니게 빡십니다. 다시 한번 지난 차수 때 이곳에서 산행을 포기한 것을 참 잘한 짓이라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산입니다. 계명고개(8:41) 안부까지는 급경사 내리막 길이고 범어사 방향에서 고당봉 올라가는 임도와 합류합니다. 여기서 낙동길을 가자면 장군봉 방향으로 향해야 하는데 산행이 힘들어 고당봉 유혹에 빠져버릴 가능성이 농후한 곳이니 마음 다부지게 먹지 않으면 분명 옆길로 새고 말 그런 곳입니다.
돌탑이 쌓여 있는 갑오봉(9:16)에 올라서니 넓은 시야가 확보되고 장군봉 억새 밭이 눈 앞에 펼쳐져 있어 한 폭의 그림 앞에 고달팠던 아침산행의 피로가 한 순간 바람과 함께 휙 날아갑니다. 갑오봉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돌려 고당봉으로 향해야 하지만 맞은편에 우뚝 솟은 장군봉을 못 본채 할 수가 없어 억새 밭을 가로질러 한달음에 장군봉(9:26) 정상에 올랐습니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태백의 매봉산 삼수령을 출발하여 여태껏 낙동강을 한번도 보지 못하고 남으로 남으로 진행했는데 드디어 낙동강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황지를 출발한 물줄기는 낙동강을 따라 구비구비 돌아 이곳까지 도착하고 고집통 또한 백두대간 매봉산을 출발하여 구비구비 돌아 이곳까지 도착했다 생각하니 강 줄기를 바라보는 내 마음이 각별합니다.
오늘 가야 할 거리를 감안할 때 환상에 빠져있을 여유가 없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장군봉 샘터(9:36)에 도착하여 산행시작이래 처음으로 바나나 한 조각으로 입맛을 다셔봅니다. 고당봉이 가까워지니 제법 많은 산님들이 슬슬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원통형 스테인리스 계단을 빙빙 돌아 금정산 최고봉 고당봉(10:23)에 오름으로써 오늘 첫 번째 관문을 넘어섰습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발길을 옮기려는데 많은 산님들 중 유별나게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낙동정맥 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지도정치를 하고 있는 폼으로 보아 일반 산 객으로 금정산을 오른 것 같지는 않고 틀림없이 낙동길을 걷는 것으로 판단되어 목적지를 물어 보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목적지가 나와 같은 개금고개랍니다. 밀양에 살고 계시고 창원에서 독도학교를 수료하셨으며 홀로 산행을 즐기시는 『솔개』라는 닉을 가지신 분입니다. 이후로 좋은 동행인으로써 내겐 전속 사진사가 되어주셨고 갓봉 주위에서 길이 서로 엇갈려 잘 가시라는 인사조차 채 나누지 못하고 헤어지기 전까지는 솔개님 덕분에 심심찮게 산행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하루 내내 좋은 산 벗이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고당봉 바로 아래 고모당이라는 당집이 있습니다. 고모당을 지나서부터 금정산성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북문(10:57)에 도달되며 인근에 금정산장과 세심정이 있어 목마른 산님들이 목을 축일 수가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금정산성 트래킹은 이곳 북문에서 시작되고 굽이굽이 산 능선을 따라 펼쳐진 산성이 자태와 주변에 산재한 기암바위들이 잘 어우러져 정말 멋진 경관을 연출해 내고 있습니다. 원효봉(11:13)과 의상봉을 지나고 제4망루(11:34)에서 잠깐 땀을 식힌 후 제3망루(11:43)를 스치고 지납니다. 산성을 따르는 길은 키 큰 나무가 없는 민둥산이라 작렬하는 태양열로 인해 머리에 김이 무럭무럭 올라올 정도입니다. 동문(12:07)을 지날 즈음부터는 나무 그늘이 생기고 중간중간 벤치가 준비되어 있어 피서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막걸리 비우는 모습이 보입니다. 지난 차수에서 목표로 삼았던 산성고개(12:16)까지 도착해보니 지난번에 중도포기 하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또 다시 듭니다. 오늘 내가 걸어온 거리와 난이도를 감안할 때 만약 내가 끝까지 강행을 고집했더라면 나는 아마도 초 죽음이 되고 말았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다음달에 진행할 낙동정맥 졸업산행은 거의 40Km 를 육박한다니 고집통의 저질체력으로는 당연히 무리가 예상되기에 지금부터 진행하는 산행은 다음차수의 짐을 들어보기 위한 사전 산행으로 이어집니다. 대륙봉(12:35)을 지나고 나니 배가 고파서 더 갈수가 없습니다. 아들래미가 사준 김밥 두 줄을 끄집어 냈지만 맛이 약간 간 느낌도 들고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 않아 거의 먹지를 못합니다. 밀양 솔개님은 간단하게 죽을 준비해 깔끔하게 해치웁니다. 향후 산행 시 참고해 볼만 합니다.
제2망루(13:19)를 지나고 나면 기나긴 금정산성 구간은 완전히 벗어나게 됩니다. 제2망루에서 남문 방향으로 가면 되지 않고 희미한 길이지만 직진을 하든지 아니면 약간 우회하드라도 금강공원에서 연결되는 케이블카 승강장을 향해 가야 합니다. 케이블카 승강장이 낙동길에 포함된 것이 아니니까 방향만 같은 방향입니다. 만덕고개를 향해 쭉 직진하다 보니 멋진 전망 데크(13:44)가 나오고 양방향으로 부산의 북구와 동래구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빼빼영감 전설이 있는 만덕고개(14:05)에는 칡즙 파는 아저씨가 있어 솔개님과 칡즙 한잔씩을 마시고 나니 힘이 약간 생깁니다. 단숨에 쇠미산 430계단을 치고 올라갑니다. 쇠미산(14:12) 전망대 바로 아래 둥그스레한 부산 사직운동장이 보이고 해운대의 높은 건물들과 멀리 장산도 조망됩니다.
부산 어린이대공원 뒤 만남의 광장(14:40)에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산림욕에 빠져있고 곳곳에 아이스깨끼 아주머니가 나와 있습니다. 먹고 싶지만 달콤한 께끼는 산행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유혹을 뿌리치고 불웅령을 향해 올라갑니다. 거의 직각에 가까운 경사길에 계단을 설치하기 위해 각종 자재들을 널어놓고 땅바닥을 헤집어 놓아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로 지친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점심식사를 시원찮게 먹었더니 오르막길에서 체력저하가 확실하게 나타납니다. 솔개님은 이름처럼 솔개같이 날아가버리고 고집통 혼자 가다 쉬기를 거듭한 끝에 돌탑을 쌓아놓은 불웅령(15:40)에 겨우 올라서보니 이건 불웅령에 어울리는 그런 고개마루가 아니고 불웅봉이라 해야 될 산봉우리 수준입니다.
불웅령에서 백양산정상까지 길은 보기에는 완만해 보이나 체력이 고갈된 나로써는 이 또한 웬만큼 힘든 일이 아닙니다. 부산 사람들은 돌탑 쌓기를 좋아하는 모양인지 오늘 지나는 정상마다 돌탑이 쌓여있고 백양산(16:13) 정상 또한 돌탑을 높이 쌓아놓고 그 위에 정상석을 올려 놓았습니다. 백양산 정상에서 또 하나의 전설을 만났습니다. 장거리 산행 전무 사이트인 J3클럽에서 이름 꽤나 알리고 있는 셀파부부를 만났습니다. 최근 신 백두대간을 완성하고 오늘 고집통이 하루 종일 걸어온 거리를 평소 심심풀이 땅콩 정도로 생각하고 걷고 있다 하니 정말 전설 같은 부부입니다.
부산진구가 잘 보이는 안부에 넓은 터를 조성하고 거대한 정상석을 세워놓은 애진봉(16:32)은 아무래도 부산진구 구민들이 만들어 낸 산 이름으로 생각됩니다. 이어지는 산봉우리 유두봉이 훨씬 높고 멋진 봉우리인데 대접이 틀리기 때문입니다. 다음은 삼각봉(17:05)이며 그 다음 봉우리인 갓봉 즈음에서 목이 말라 잠깐 물을 마시는 사이 솔개님과 길이 엇갈리고 말았습니다. 솔개님은 개림초등학교 방향으로 내려간 것 같고 나는 낙동길을 따라 가다 임도(17:33)에서 개림초등학교를 따랐으니 두 사람 사이에서 시간차가 나버린 것 같고 이후로는 만날 수가 없었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고가도로가 있는 개금고개(17:55)를 지나 개금초등학교 정문 앞의 개금사거리에서 개금역 2번 출구로 들어가 개금역 3번 출구(18:07)로 나오면서 낙동정맥 열네 번째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부산의 개금밀면이 유명하다 하여 먼저 허기진 배를 채우고 땀으로 젖은 몸을 씻기 위해 목욕탕을 찾았으나 이미 영업을 마친 상태였습니다. 개금에서 사상터미널까지 택시로 이동하고 고현 직통버스로 거제까지는 거가대교를 통해 쉽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부산 시내를 관통하는 낙동정맥 끝자락의 절반을 오늘 걷게 되었고 다음달에 진행해야 될 10Km의 거리를 먼저 해결해 놓았으니 다음달 낙동정맥 졸업산행은 약간 여유로워질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몰운대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 생각을 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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