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3. 8. 18 (당일)
□ 어 디 를 : 낙동정맥 15구간 (개금역 ~ 몰운대) – 엄광산, 구덕산
□ 누 가 : 삼성산악회원 25명과 고집통
□ 날 씨 : 아주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185시간 09분 (15구간 : 9시간 04분)
21일차 개금역 (2:26) → 몰운대 (11:30) 9시간 04분
□ 정맥 산행거리 : 412.0 Km (15구간 : 19.8 Km)
□ 총 산행거리 : 개금역→부산진구 자원회수센터→엄광산→구덕령→구덕산→대치고개→괴정고개→장림고개→봉화산→아미산→다대포 해수욕장→몰운대 (19.8 Km)
오늘 낙동정맥 졸업산행은 장장 40Km 거리이고 무박2일 일정으로 금정산성 산성고개에서 시작하여 몰운대까지 도착하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저녁 7시에 거제를 출발한 버스는 부산시내 꽉 막힌 교통체증을 뚫고 9시 반이 되어서야 산성고개에 삼중이 정맥님을 쏟아 놓고 동래 온천장을 향해 내달립니다. 지 지난주 나 고집통은 개인적으로 산성고개에서 개금역 구간을 미리 진행해 놓았기에 나 홀로 개금역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온천장 내려가는 꼬부랑길에서는 버스가 난리부르스를 쳐 멀미가 마구 밀려옵니다.
늦은 저녁시간대의 개금역은 아주 한산합니다. 엄광산 정상에 올라 팔각정에서 일행들을 기다리느냐 아니면 내일 아침식사가 예약된 구덕령 꽃 마을까지 산행한 후 기다리느냐를 고민하던 중 백병원 근처 개금워트캐슬의 『찜질방』 네온사인 간판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옳커니 일행들이 도착하기까지 저 찜질방에서 보내면 되겠구나 결정하였습니다.
곤한 잠결에 배 위에 올려 놓은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들어옵니다. 산타나와 정맥님 일행들은 밤새 백양산을 넘어 개금고개에 도착하여 막걸리로 고달픈 심신을 달래고 있답니다. 서둘러 산행채비를 갖추고 찜질방을 나와 백병원 응급실(2:26) 앞을 지나는데 요지경 세상은 이 시간대에도 술에 절은 주객과 잡아 가겠다는 경찰간에 실랑이를 벌이고 있습니다. 부산진구 자원회수센터(2:39) 앞에 도착했지만 일행들과는 길이 엇갈려 버렸는지 좀처럼 오질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산 속으로 들어가고 개금 주민체육시설을 지나고 엄광산 임도 나들목을 만나게 됩니다. 잠결에 쳐내는 엄광산 오름길은 장난 아니게 비탈길이라 온몸에 땀 범벅이 됩니다. 엄광산 정상도 어김없이 잘 빚어놓은 돌탑(3:15) 네 기가 있습니다. 전망 좋은 바위에 걸터 앉아 부산 야경을 조망하며 사색에 젖었는데 돌탑 근처에서 시끌시끌 일행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헤드랜턴 불빛이 비칩니다.
대단한 삼중이 회원님들은 아직도 쌩쌩한 모습입니다. 일행과 합류하여 엄광산(3:43) 정상을 찍고 구덕령의 꽃마을(4:00)에 내려서니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송아추어탕집에는 불빛을 대낮처럼 밝혀 놓았습니다. 낙동길 마지막 졸업길에 삼중이 산악회 임원님들의 지원조가 부산에 와 있습니다. 나 고집통이 찜질방에 있을 때 개금고개에서 막걸리와 식수를 지원해주고 미리 꽃마을로 이동하여 힘겨운 낙동님들을 응원하고 있으니 모처럼만에 삼중이 산악회에서 착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락국밥에 커피로 배 속을 충전시키고 구덕문화공원 홍살문을 통과하여 구덕산을 향해 올라갑니다. 구덕산(5:19)의 정상에는 부산 항공무선소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무작스런 개 한 마리가 제 밥값 하겠다고 새벽 산이 떠나가도록 마구 짖어 댑니다. 시약산(5:38) 레이더 기상관측소 바로 아래에서 낙동정맥 마지막 일출을 감상합니다. 멀리 남항, 북항대교가 희미하게 보이고 그 위에 붉디 붉은 태양이 솟아 오릅니다. 한참을 일출삼매경에 빠졌다가 일행의 뒤를 따르다 보니 선두를 놓쳐 대치고개 내려설 때는 마을 골목길을 통과하는 등 약간의 혼선을 빚었습니다.
대치고개(6:25) 강서할인마트 옆 전봇대가 있는 골목길을 따라 진행하다 보면 아미까치 공영주차장(6:39)을 지나게 되고 울타리 없는 남새밭 가운데를 가로 질러가다 급기야는 가정집 마당을 통해 골목으로 빠져 나가게 됩니다. 방 안에서 이를 지켜보던 할머니께서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욕설을 하시는데 우습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홍알 홍알 새끼야! 옹알 옹알 새끼야!』 마지막의 「새끼야」 소리는 아주 잘 들립니다만 무슨 소리를 하면서 욕하는지는 도통 모르겠습니다. 허기사 할머니에게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니 욕을 하고도 남을 일입니다. 할머니 죄송합니다.
정말 잘 쌓아 올린 우정탑(6:59)을 지나고 괴정고개(7:28)에 도착하니 벽산파라빌 아파트단지가 낙동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아파트 단지 쪽문을 통해 단지 내로 들어가 아파트 계단을 타고 내려 지하주차장을 통과하고 다시 정문으로 빠져 나오는 해프닝이 벌어집니다. 제대로 된 정맥길을 알 수 없으니 가끔 4차선 도로를 무단 횡단하거나 밭두렁을 타기도하고 마을 골목과 아파트단지를 관통해야 하는 부산 도심의 낙동길은 산행이라 하기에는 거리가 약간 있는 그런 길입니다.
헬기장을 지나고 군부대 예비군 훈련장(8:04) 앞을 지나 감천고개에 도착하니 승용차로 이동해 온 지원조가 막걸리와 생수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습니다. 목 마른 자의 숨통을 틔워 준 삼중이 산악회 임원님들이 무한하게 고마웠습니다. 대동중학교 앞을 지나고 다대포주유소(8:32) 앞 횡단보도도 건넜습니다. 그리고 구평가구단지도 지났습니다. 다송초등학교 앞 도로를 따라가다 신다대포아파트 입구(9:35)와 연결되는 육교도 건넙니다. 아미산 서림사에 올라가는 계단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후 오늘 마지막 고지인 아미산 응봉 봉수대(10:10)에 올라서니 드디어 감천항과 몰운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롯데캐슬 아파트단지(10:50)를 통과하는 데만 약 20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아 이름 그대로 롯데 성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다대포해수욕장 앞 도로(10:50)에 지하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고 우리가 타고 가야 할 파란색 대경이 버스가 근처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이란 이래서 간사하다 해야겠습니다. 오늘 지원조로 나섰던 산악회 임원진들이 버스를 보자 약 1Km 정도 남은 몰운대 전망대는 그다지 볼만한 것이 없으므로 다대포해수욕장 주차장 근처에 몰운대 표지석이 있으니 단체사진을 찍고 낙동정맥 종주를 여기서 끝내자고 제안합니다. 내 참! 기가 막혀서. 확 짜증이 밀려옵니다.
태백의 매봉산을 출발한 후 어떻게 이곳까지 내려 왔는데 결승점을 코 앞에다 두고 중단한단 말입니까? 개인적으로는 두 번의 땜빵과 열다섯 번의 낙동길에 걸쳐 죽기를 각오하고 주야를 달려 411Km를 내려왔는데 바로 앞의 1Km를 가지 말자 하니 그 제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억지로라도 우겨서 낙동정맥 끝자락인 몰운대까지 갈 것을 고집했고 처음부터 낙동정맥을 함께했던 일행들도 비록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같은 생각이었던지 거의 대다수가 몰운대 전망대까지 동행합니다. 다대객사(11:24)를 지나 멀리 쥐섬이 보이는 아름다운 남해 바다와 접하는 몰운대 전망대(11:30)에 도착함으로써 기나긴 낙동정맥 천리길을 성공적으로 완성했습니다. 분명 낙동정맥의 끝은 다대포해수욕장이 아니고 몰운대전망대이기에 만약 몰운대까지 가지 않았다면 나는 두고 두고 오늘 일을 후회 했을 겁니다.
몰운대 아래 바닷물에 발을 담근 채 최종 퍼포먼스를 위해 아껴 놓았던 맥주 캔을 단방에 들이켰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남해 바다만큼이나 내 가슴도 시원스럽게 뻥 뚫립니다. 아직도 낙동정맥이 끝난 것이 아니었는지 다대포해수욕장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몰운대 표지석에서의 단체사진을 주문합니다. 삼중이 산악회에서 꼭 필요할 것 같아 기꺼이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거제에 돌아와 낙동정맥 졸업기념 행사를 위해 식당에 들러보니 산악회에서 왜 서둘렀어야 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놀랍게도 낙동정맥 종주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산악회 임원님들께서 우리들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행사장에 대거 참석해 있으십니다. 이럴 거여 진작부터 아낌없는 지원을 해 주시고 마지막 행사에 참석하시든지... 그랬다면 내 마음이 이렇게까지 씁쓸하지는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정맥에는 관심 없고 잔치하고 사진 찍는 일에만 전념하는 그 분들과 함께하는 잔칫상 앞에 앉았으나 도저히 흥이 나지 않습니다.
아~! 이런 것이 필요로 했구나! 피~식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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