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낙남정맥[완]

[낙남정맥 – 3] 설 지나니 봄날이다

산안코 2014. 2. 2. 21:24

■ 언            :  2014. 2. 02 (당일)

■ 어         낙남정맥 3구간 (돌고지재 ~ 딱밭골재) - 천왕봉, 옥정봉

             고집통 홀로

             안개 후 맑음

 정맥 산행시간 :  21시간 20(3구간:7시간 50)

                          3일차 돌고지재(6:43)→딱밭골재(14:33) 7시간 50

 정맥 산행거리 :  47.6 Km(3구간:21.2 Km)

■ 총    산행거리돌고지재→천왕봉→백토재→안남골재→옥정봉→마곡고개→원전고개→사치재→딱밭골재 ( 21.2 Km) 

 

설날이 지나고 거제를 찾아왔던 아들, 딸은 뿔뿔이 생활의 터전을 찾아 떠나갔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리산 화대종주를 하고 있다 하고 어떤 이들은 앵산 정상에 있다며 바리바리 카톡질을 해댑니다. 집도 절도 없이 산만 쫓아 다니는 사람들 같습니다만 나로서는 엄청 부럽습니다. 조상님은 만나보고 저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설 휴가가 이틀이나 남았으니 나도 뭔가를 해야지 좀이 쑤셔 가만히 있지는 못하겠습니다.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고는 중산리로 달려볼까 생각하다 지난 가을 이후로 한번도 발길 주지 못했던 낙남정맥으로 행차하기로 하고 차 머리를 돌고지재로 돌렸습니다.

동틀 시간은 훌쩍 넘어 섰건만 안개 자욱한 적막강산 돌고지재(6:43)는 아직 어둑어둑하고 다행히 날씨는 겨울답지 않게 포근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지 오래된 것 같은 폐 건물 옆을 따라 시멘트 임도길을 올라갑니다. 새벽 불청객에 놀란 장끼란 놈이 푸드덕 날아갑니다. 요상한 새소리도 가끔 들립니다. 임도와 등로를 두어 번 걸쳐 지나고 나니 산불감시초소(6:59)가 있는 산봉우리에 도달합니다. 이 아침에 산불감시 아저씨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감시초소 내부를 보니 깔끔한 상태이며 혹시나 싶어 문고리를 잡아보니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 돌고지재의 새벽 - 낙남정맥 세 번째 산행 들머리

 

■ 돌고지재에서 산행 시작 전의 고집통

 

■ 산불 감시초소 - 문 닫혔음

 

 

임도를 또 만나고 547봉을 지나고 또 임도에 내려섭니다.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든다 했더니 신백두대간이 분기된다는 우듬지 분기점을 지나쳤습니다. 나무의 맨 끝 꼭대기 가지를 우듬지라 한다는데 아마도 백두대간의 끝부분이라서 그렇게 칭하였나 봅니다. 되돌아 갈려니 왔던 걸음걸이가 너무 아까워 아쉽지만 그냥 진행을 하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우듬지 분기점에서 시작되는 그 신백두대간 끝부분이란 곳까지 산행을 해보도록 해야겠습니다.

하동 땅 천왕봉을 올라갑니다. 지리산 천왕봉이 잘 조망되어 천왕봉이라 이름 지어졌다는데 오늘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희뿌연 안개가 끼어 지리산 천왕봉 구경하기는 애초에 글렀습니다. 안개 속 태양은 달과 같이 희멀건 형태로 동쪽하늘에 올라 있습니다. 천왕봉(7:45) 정상에는 육각정자가 있고 용도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제단이 지리산 천왕봉을 향하고 있으며 천왕봉 정상석이 있습니다. 천왕봉에서 이어지는 하산길 등산로에는 하동군에서 정비를 한다고 하였으나 화물차에 짐칸에 주로 쓰이는 타이어 밧줄을 바닥에 깔아놓아 오히려 미끄럽기도 하고 너덜너덜 찢어져 차라리 아니했음 만 못합니다. 신발 속 발가락이 앞으로 쏠려 욱신거리기까지 합니다. 1Km 거리에 옥산이 있으나 왕복 2Km의 거리가 부담스러워 옥산 분기점에서는 그냥 스쳐 지나가기로 합니다. 정수리 갈림길을 지나고 지리산 자연요양병원과 『고향옥종』이라는 표지석이 있는 백토재(8:48)에 내려섭니다. 

 

■ 천왕봉 오르기 전 임도 - 신 백두대간이 갈라지는 임도와 연결됨

 

■ 천왕봉 정상 모습 - 안개로 인해 지리산 천왕봉이 전혀 조망되지 않음

 

■ 천왕봉 정상에서의 고집통

 

■ 천왕봉 정상에서 본 신백두대간 능선

 

■ 낙남정맥 이어가다 뒤돌아 본 천왕봉과 옥산

 

■ 정수리 갈림길

 

■ 백토재의 고향옥종이라는 표시석

 

 

백토재는 백색 고령토가 많이 나는 지역이라 그렇게 불리어졌고 북천과 옥종을 잇는 1005번 지방도가 지나고 있으며 지난 가을 낙남 2구간 진행하면서 내가 목표했던 목적지였으나 더위에 지쳐 돌고지재에서 멈추고 택시로 이곳까지 이동하여 아쉬움을 가졌던 곳입니다.

백토재에서부터는 하동군에서 사천시로 경계를 넘어서게 되고 딱히 힘들여서 올라가야 하는 그런 산봉우리는 없으며 나지막한 능선으로 정맥길이 당분간 이어집니다. 밤나무 과수원을 통과하거나 임도와 등로를 왔다갔다하는 그런 길들로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진행이 됩니다. 만날골재인지 안남골재(9:22)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그곳에서 처음으로 바나나 하나를 입에 물어봅니다.

대나무 밭을 헤쳐 지나고 밤나무 밭과 배나무 밭도 지납니다. 탱자나무 울타리도 옆으로도 지납니다. 산행 중 처음으로 다섯 명의 중년들을 만났으나 행색으로 보아 정맥꾼은 아닌 것 같고 설 명절 뒤끝 성묘를 위해 산에 올라온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구간은 거의 정맥길과 임도가 병행하여 나아갑니다. 임도를 오가는 산행이라 어찌 보면 편할 것 같으나 자칫 잘못하면 정맥길을 놓쳐 대형 알바를 할 염려가 되는 구간이라 바짝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기에 그다지 편하지만은 않은 산행입니다.

  

■ 바짝 마른 밤나무 과수원을 지나고

 

■ 배나무 과수원도 지남

 

■ 만날골재를 지남

 

■ 대나무 터널을 통과

 

■ 요건 무슨 열매인지?

 

■ 참나무에 매달린 아름다운 버섯들

 

■ 불 난 산언덕에 새로 나무를 심고

 

■ 고집통이 엉성한 폼으로 셀카놀이

 

 

옥정봉(10:17)에 도달합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노라니 발 아래에서 소란스런 기계소리가 들리고 잠시 후 잠잠해집니다. 옥정봉에서 조금 내려서니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인지는 몰라도 나무의 종류와 크기에 관계없이 나무란 나무는 모두 댕강댕강 잘라 놓았습니다. 조금 전까지 소란스럽더니 이 곳에서 벌목하던 벌목공들이 점심시간 되어 식사를 하러 내려간 모양입니다.

마곡고개(10:56)를 건넙니다. 저 멀리 옥정봉 아래 경전선 철로 복선화를 위한 터널공사 현장이 보입니다. 어쩌면 조금 전 소란스러웠던 소리는 벌목공의 소리가 아니고 저 곳에서 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2번 국도와 경전선 철로가 지나는 원전고개(11:20)가 있습니다. 선답자들은 원전고개에서 2번 국도 다리 밑과 경전선 굴다리를 지난다 하였으나 살짝 눈치를 보니 4차선 2번 국도에 지나는 차량이 뜸합니다. 잽싸게 중앙분리대를 뛰어넘고 경전선 철로를 타고 넘었습니다. 요령을 피워 몇 발자국을 줄이긴 했지만 아주 위험하며 내가 한 방법이 무척 잘못되었다 생각됩니다.

  

■ 옥정봉 정상에서의 고집통

 

■ 야산 소나무들을 완전 작살내고 있음

 

■ 작은 도깨비 밭

 

■ 큰 도깨비 밭도 있음

 

■ 마곡고개에서의 고집통

 

■ 원전고개 - 2번국도가 지남

 

■ 원전고개에서 2번 국도를 뒤로 하고 선 고집통

 

■ 경전선 철로를 건넘

 

 

바싹 마른 김밥 두 줄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마을 공동 우편함이 특이한 송림마을(11:50) 앞을 지납니다. 마을 끝 폐 축사를 지나고 깔끔하게 정돈된 헬기장을 지납니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면 힘이 팍팍 나야 하나 오히려 급격히 체력이 떨어집니다. 갑상선 수술 후유증이 아직 남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께가 설날이었는데 갑자기 봄이 와버렸는지 남부지방에 기온이 무려 20도가 넘었답니다. 한여름에도 잘 흘리지 않던 땀이 얼굴을 타고 줄줄 흘러내립니다. 허기사 한겨울 추위에 대비하여 내복까지 입고 산행을 나왔으니 오늘 같은 날씨의 온도라면 그러고도 철철 남겠습니다.

송전탑을 두 개 지났습니다. 또 임도를 만나 따라가니 교회사유지이니 들어가지 말라는 민가(14:40) 옆을 지납니다. 묘목 종묘장인지 아니면 과수원인지 임도변에 깔끔하게 정돈된 정원수들이 즐비합니다. 길 주위에 수도꼭지가 여럿 있어 혹시 물이라도 나오면 식수라도 보충해볼까 하고 돌려보니 물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과수원 민가로 통하는 삼거리가 있어 잠깐 휴식을 취하고 생각 없이 임도를 따라 내려가는데 느낌이 이상해 뭔가 잘못되었습니다. 삼거리로 다시 되돌아가니 아니나 다를까 엉뚱한 길로 잘 못 가고 있었습니다. 정맥길 오래 걷다 보니 나도 이제는 반풍수가 다되었습니다.

  

■ 송림마을 공동 우편함

 

■ 오늘 임도를 엄청 걸어감

 

 

정맥길 시그널을 따라 가니 이내 딱밭골재가 보입니다. 그런데 딱밭골재에 내려서려니 애석하게도 도로변에 산사태 대비용 철망이 막고 있습니다. 요행히 빗물 배수용 수로를 통하는 개구멍이 보입니다. 가까스로 몸이 통과할 수 있는 크기인데 달리 방법이 없어 볼썽사납지만 개구멍을 기어 나와 딱밭골재(14:33)에 내려섭니다. 초기 생각대로라면 선덜재까지 가려 했으나 오늘은 여기서 그만 접어야겠습니다. 혼자 하는 정맥길인데 굳이 멀리 가야만 될 이유도 없고 무리할 필요도 없기 때문입니다.

  

■ 딱발골재 개구멍을 가까스로 통과함

 

■ 딱발골재에서의 고집통 - 낙남정맥 세 번째 산행 날머리

 

■ 딱발골재의 가정집을 통과하지 말라는 경고판 - 약 100m 아래 등산로 있음

 

■ 곤명방향 약 100m 아래에 있는 이어가야 할 낙남정맥 등산로

 

 

곤명택시를 불러 돌고지재로 돌아가 혹시나 신백두대간 우듬지분기점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 임도를 따라 올라가 보았습니다. 우듬지분기점은 찾지를 못했습니다. 옥정 온천에 들러 샤워를 하고 나니 바깥 기온이 초여름날씨를 방불케 해 반팔 티 차림으로 있어도 춥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지구가 많이 아픈 것 같습니다. 최근 고집통이 정맥하면서 전국을 누벼본 바에 의하면 무자비하게 나무를 자르고 산을 통째로 뭉개버리는 곳이 어느 지역 한두 곳이 아니고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으니 지구가 안 아프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입니다. 빨리 인간들이 정신을 차려야 할 것인데 큰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