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4. 11. 30 (당일)
■ 어 디 를 : 낙남정맥 7구간 (봉대산 ~ 큰재) – 대곡산, 무량산
■ 누 가 : 고집통 홀로
■ 날 씨 : 종일 비
■ 정맥 산행시간 : 50시간 07분(7구간:7시간 10분)
접근거리:상객방마을→봉대산, 무량산→유흥리 (1시간 55분)
7일차 봉대산(7:25)→큰재(14:35) 7시간 10분
■ 정맥 산행거리 : 111.9 Km (7구간:19.8 Km)
■ 총 산행거리 : 상객방마을→봉대산→부련이재→백운산→배곡고개→천황산→추계재→대곡산→화리재→무량산→봉화산→유흥리 (약 23.8 Km)
낙남길 참 멀고도 험합니다. 상객방마을(6:57)에 차가 도착하자말자 빗방울이 차창을 토닥토닥 때립니다. 새벽잠 설쳐가며 먼 길 달려왔기에 비 온다고 그냥 돌아설 수가 없어 가는데 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나 고집통이 이른 새벽 이곳 객방마을을 찾은 이유는 지난번 낙남길의 산행 말미 봉대산 정상에서 등로를 찾다 결국 찾지 못해 상객방마을로 하산했기에 낙남정맥 일곱 번째 산행 들머리가 봉대산 정상이 되어 봉대산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오늘 산행 말미에 집중력 부족으로 다음산행 시작점은 봉대산보다 무려 100m가 더 높은 무량산 꼭대기에서 시작해야 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습니다. 무량산 정상 능선에서 큰재 방향으로 갔어야 했었으나 정맥길과는 무관한 봉화산 쪽으로 직진하여 하산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토닥토닥 떨어지는 빗방울을 맞아가며 상객방마을을 출발합니다. 민가 옆 포도밭 울타리 안의 닭과 염소, 개들이 사람의 인기척에 우르르 몰려듭니다. 아이디어 베리굿입니다. 무명사 앞 강아지는 목이 터져라 짖어대다가 내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내 조용합니다. 봉대산(7:25) 정상까지 단숨에 올라갑니다. 안개비에 옷이 흠씬 젖어버렸습니다. 헬기장 주위 풀과 나무들은 옷을 다 벗었습니다.
지난 낙남길에 봉대산 헬기장에서 그늘을 찾아 사과를 깎아 먹던 바로 1m 앞에 그렇게 애타도록 찾았던 낙남길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고 심지어는 바로 밑에 나무로 만든 이정목까지 서 있습니다. 그땐 분명 눈에 뭔가가 단단히 씌었던 모양입니다. 비가 오긴 하나 아주 퍼붓는 수준이 아니기에 조만간 그칠 것을 예상하며 일단 봉대산을 출발합니다. 철탑을 스쳐 지나고 사천시에서 설치한 낙남정맥 안내판(7:44)도 지납니다. 나무에 매달려 있다는 양전산 정상 표지판을 보지 못한 것으로 보아 아마도 정상을 그냥 지나친 것 같습니다.
왼쪽 눈을 나뭇가지가 사정없이 찌릅니다. 하루 종일 눈동자가 우리~ 하게 아픕니다. 그칠 줄 알았던 비는 도저히 그치지 않아 우의를 끄집어 내어 입고 등산화도 비 단도리를 해봅니다만 이미 바지는 젖을 대로 젖어버렸고 신발 안에는 빗물이 철벅철벅합니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해보긴 하나 사실 헛일입니다. 부련이재(8:25)를 건너고 나니 문고개(8:37)가 나옵니다.
백운산(9:11) 오르는 길에는 안개가 살짝 걷히면서 발 아래 구름바다를 깔아 놓았습니다. 정말 황홀할 지경입니다. 추계재일 것이라 생각했던 2차선 도로인 배곡고개(10:21)를 건너고 천황산(10:56)을 넘습니다. 고성에서 진주로 연결되는 33번 국도를 따르다 보면 부포 사거리에서 1016번 지방도가 우측으로 분기되어 추계재(11:19)를 넘고 영현면을 지나 금곡, 문산으로 갈 수가 있습니다. 이 길은 나 고집통이 고향 합천으로 갈 때 수시로 지나던 길이었기에 이 고장 지형들이 대충 감이 잡힙니다. 그러니까 지금 걷고 있는 이 낙남정맥길은 고집통이 생활하는 생활권 안에 들어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대곡산 오르는 낙남길에도 어김없이 『낙남정맥을 종주하시는 산님들 힘힘힘 내세요! 희,준』격려 문구가 걸려 있습니다. 격려판에 힘을 얻어 대곡산(12:47) 정상에 올라 섭니다. 백두대간과 9정맥을 통틀어 내가 살고 있는 거제와 가장 가까운 곳에 도달 한 것 같습니다. 통영지맥 분기점(12:50)을 만나니 왠지 친근감이 듭니다. 어쩌면 내가 또 이곳에 찾아와야 할 이유 한 가지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별 의미는 없는 일이지만 거제와 가장 가까워졌다는 이유만으로도 가슴이 설렙니다. 이제부터 다시 낙남길은 북동쪽으로 서서히 멀어져 갑니다. 낙남길에 진달래가 꽃을 많이도 피워놓았습니다. 오늘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올 들어 가장 추운 한파가 몰려온다는데 진달래의 잘못된 선택입니다. 화리재(14:03)를 지나고 편백 숲을 지날 때는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져 다리에 힘까지 솟습니다. 피톤치드란 것이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무량산 삼거리(14:11)에서 약 50m 거리의 무량산(14:32) 정상을 갔다 오기로 합니다. 경남 고성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연화산, 거류산, 벽방산 같은 명산에 밀려 맏형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산입니다. 『고성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하다』고성군수께서 지리산 천왕봉의 문구를 빌려 놓았습니다. 고성군민과 무량산을 아끼고 좋아하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정상석 뒤편에 고성군수라는 글귀는 좀 그렇습니다. 그냥 고성군이라 하시지 않고….
무량산 정상 능선 중간중간에 거대한 전망바위가 있는 것으로 보아 경치가 아주 좋을 것으로 생각되나 안개가 자욱하여 조망 할 수 없음에 약간 아쉽습니다.
이번에는 이곳 무량산 꼭대기에서 사단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지도상 제2전망바위(14:57)에서 좌측으로 난 정맥길을 따라 큰재로 내려갔어야 하나 안개 속 그 길을 찾지 못하고 그냥 직진하고 말았습니다. 한참을 하산하다 봉화산 봉수대를 만나고 났어야 길을 잘못 들었음을 알았고 이미 너무 많이 내려와 버렸기에 할 수 없이 유흥리(16:00)로 하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낙남정맥 일곱 번째 산행은 끝났고 다음의 여덟 번째 낙남길은 무량산 정상이 산행 들머리가 되고 말았습니다.
홀로 가는 낙남길 정말 탈이 많이 생겨 고통을 많이 안겨 줍니다.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앞으로는 이보다 더한 일이 벌어지지 말란 법은 없지만 어찌 되었던 간에 낙남길은 조금씩 조금씩 줄어가고 있습니다.
'백두산·백두대간·정맥 > 낙남정맥[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남정맥 – 9] 낙남정맥 최고봉을 넘다 (0) | 2015.02.28 |
---|---|
[낙남정맥 – 8] 독수리 날개 꺾이다 (0) | 2015.01.04 |
[낙남정맥 – 6] 어째 이런 일이 벌어지나? (0) | 2014.10.19 |
[낙남정맥 – 5] 가시덤불 생채기를 당하다 (0) | 2014.06.30 |
[낙남정맥 – 4] 뭔가에 홀려버린 낙남길 (0) | 2014.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