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5. 2. 07 (당일)
□ 어 디 를 : 한남금북정맥 6구간 (모래재 ~ 구례고개) – 보광산, 큰산(보덕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9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흐림
□ 정맥 산행시간 : 48시간 57분 (6구간 : 8시간 15분)
6일차 모래재 (9:00) → 구례고개 (17:15) 8시간 15분
□ 정맥 산행거리 : 108.4 Km (6구간 : 17.4 Km)
□ 총 산행거리 : 모래재→보광산→고리티고개→내동고개→행티재→큰산(보덕산)→삼실고개→돌고개→구례고개 (17.4 Km)
큰 산 아래 큰 인물이 난다는 옛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정맥길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의 생가를 지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지구촌의 안녕과 평화를 책임지시는 살아있는 위인의 생가이니 일부러라도 찾아보고 싶은 곳을 정맥길 산행 중 들를 수 있어 무한한 영광의 길이었습니다.
괴산 땅 모래재(9:00)의 보광산 수련원 앞에서 한남금북정맥 여섯 번째 산행은 시작됩니다. 이번 산행은 기존차수 대비 산행인원이 대폭 줄어든 11명이 출발합니다. 이러다 경비 문제로 대형버스 이용에 무리가 따를 것 같아 염려가 됩니다.
꽁꽁 언 수암 낚시터 옆을 지나갑니다. 강태공들의 손맛을 상품화한 인공저수지 민물고기 낚시터는 TV에서나 한번쯤 본 그런 모습이지 강가에서 자라고 바닷가에서 생활하는 고집통은 아주 낯선 풍경입니다.
34번 국도 지하차도를 지나고 본격적인 산행은 시작되고 정맥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보광사를 둘러보고 싶었으나 일행들과의 발걸음을 맞추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했습니다. 정맥길에서 3분 거리의 보광산(9:50) 정상을 들렀다 되돌아옵니다. 참나무 낙엽 밑에 얼음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아차 잘못하면 엉덩방아란 놈 때문에 험한 꼴 당하기 십상입니다. 신상품 아이젠을 착용하고 조심스럽게 진행합니다.
백마산 삼거리(10:45) 지점에는 음성군에서 거대한 한남금북정맥 등산로 안내도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내가 지나간 백두대간과 정맥길을 통틀어 가장 잘되어 있는 안내판입니다. 음성군 정말 감사합니다. 백마산 삼거리에서 정맥길을 따라 쉼터의자, 정맥 표지목, 가이드로프 등 한가지라도 부족함 없이 완벽하게 설치하여 놓았습니다.
450고지(11:35) 높이 털복숭이 강아지 한 마리가 길을 따라 코를 처박고 부지런이 뭔가를 찾으며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고 종종걸음으로 가고 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며 뒤따르다 「삼식아」하고 불렀습니다. 나는 우리 집 강아지 둘째 놈인 삼식이가 총명하고 애교가 많아 길가다 만나는 모든 동물들은 삼식이라 부릅니다. 깜짝 놀란 강아지가 쏜살같이 내게 달려옵니다. 다리에 부딪칠 것 같아 슬쩍 발을 틀었더니 그냥 내 곁을 스쳐지나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몰골로 보아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던 애완견이었는데 주인을 잃어 버렸거나 주인이 버린 것으로 생각되며 이 산중에서 주인을 못 잊고 찾으러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보천고개(11:50)에 오래된 느티나무 한 그루가 정맥님들의 벗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가정자고개(12:35)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합니다. 양지쪽은 눈이 다 녹아 땅이 포슬포슬하지만 음지는 낙엽 속에 숨겨놓은 얼음 때문에 걸음걸이가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젠을 착용하기도 그렇다고 안 하기도 어정쩡합니다.
행치고개 굴다리를 지나니 행치마을(13:58)이 나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의 생가가 있는 곳입니다. 새로 만든 반기문 생가며 반기문 기념관 그리고 반기문 공원을 조성했고 마을 뒤 큰 산으로 이어지는 반기문 비채길(빛의길)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행치마을 뒷산은 산 이름이 큰산(보덕산, 삼신산)이랍니다. 큰 산 아래 큰 인물이 난 대표적인 예입니다.
큰 산 오르는 등로는 경사각이 70도는 족히 될듯합니다. 불과 509m 높이밖에 되진 않지만 한방에 쳐내려니 숨이 꼴딱 넘어갈 지경입니다. 이름 그대로 큰 산은 큰 산입니다. 큰산(14:34)정상에는 팔각정이 있습니다.
삼실고개(15:38) 즈음에서 엄청난 충격의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조심한다고 그렇게 노력했지만 잠깐 방심하고 낙엽 속 지뢰인 얼음을 밟고 말았습니다. 사흘이 지난 지금까지도 엉치뼈가 얼얼합니다. 돌고개 근처에서는 움푹 꺼진 싱크홀에 발뒤꿈치가 걸려 다리가 옴짝달짝하지 않아 좌측 무릎에 무리가 오고 말았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져 얼었던 땅이 풀리면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많이 발생하므로 조심 또 조심 해야겠습니다.
돌고개(16:26)에서 구 돌고개까지는 그냥 도로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차량통행을 막아놓은 구 돌고개에는 한남금북정맥 정비사업을 하고 있다는 플랜카드가 걸려 있습니다. 산림과 환경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고도 충분히 등로를 정비하고 있는 음성군 관계자들의 노력에 감사하며 정말로 존경하고 싶습니다.
돌고개에서 머지 않은 곳에 구례고개(뱀거리재,17:15)가 있었으며 2차선 도로변에 보현산약수터 표지석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한남금북정맥 여덟 번째 산행을 깨끗하게 마무리합니다.
오늘 충북의 음성에서 큰 산을 오르고 큰 사람의 기(氣)까지 받았으니 올 한해는 무탈무고를 소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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