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5. 7. 04 (당일)
■ 어 디 를 : 한남정맥 3구간 (하고개 ~ 양고개) – 부아산, 석성산
■ 누 가 : 가공산악회 10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맑음
■ 정맥 산행시간 : 21시간 43분 (3구간 : 7시간 05분)
3일차 하고개 (5:25) → 양고개 (12:30) 7시간 05분
■ 정맥 산행거리 : 62.9 Km (3구간 : 18.5 Km)
■ 총 산행거리 : 하고개→부아산→42번국도→멱조고개→석성산→작고개→안현→아차지고개→양고개 (약 18.5 Km)
용인시를 가로 지르는 한남정맥길은 도시 투어라 할까? 골목길 투어라 할까? 고속도로와 아파트단지 그리고 도심 속 깊이 파고 든 골프장 사이로 겨우 명맥만 유지한 정맥길이 망가질 대로 다 망가져 있습니다. 꼬불꼬불. 길 아닌 길을 찾아 헤매야만 했습니다. 향후로도 이 같은 길을 얼마나 더 걸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남정맥 세 번째 길 나서야 되는데 강원도 영월에 조문 갈 일이 생겼습니다. 함께 정맥길 달리는 회원님의 일이니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녁 9시에 거제를 출발한 버스는 강원도 영월을 돌아 용인의 하고개(5:10)터널 앞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5시가 넘어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자는 둥 마는 둥 부스스한 눈으로 하고개(5:25)를 출발하여 한남정맥 세 번째 산행을 시작합니다. 태극기 나부끼는 부아산(5:49) 정상을 한달음에 쳐 냅니다. 부아산(負兒山)은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가 아이를 업고 부역 나갔다 돌아 오지 않는 시아버지를 찾아 헤매다가 호랑이에게 곤경에 처한 시아버지를 대신해 업고 있던 아이를 내어주고 시아버지를 살렸다는 효에 얽힌 유래를 가지고 있습니다. 부아산 인근에 「할아버지를 찾다 」라는 뜻을 가진 멱조(覓祖)현이라는 고장이 있어 부아산 이름에 얽힌 유래에 힘을 실어 줍니다.
정맥길을 따라 엄청나게 많은 철탑들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42번 국도(6:39)에서는 굴다리를 찾아 한참을 돌아야 하기에 약간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중앙분리대를 뛰어 넘었습니다. 멱조고개로 내려서는 길이 지도와 다릅니다. 골프클럽을 피해 화운사 삼거리(7:32)로 돌아 내려가니 이번에는 경전철 레일이 가로 막습니다. 성냥갑 같은 경전철이 우리 옆을 부지런이 왔다 갔다 합니다. 언젠가 뉴스에서 세금 잡아먹는다는 그 경전철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동백죽전대로를 따라 좌측으로 100m 정도를 이동하여 경전철 굴다리를 찾아 통과하고 아직 분양 덜된 것 같은 에이스동백타운(7:40) 앞을 지나고 거기에서 다시 산 속 정맥길로 들어가 멀리 송신탑을 머리에 이고 있는 석성산을 향해갑니다. 석성산(8:40)은 생각 이상으로 높은 산이며 아침이나 다름없는 이른 시간인데 용인의 많은 사람들이 찾아 올라와 있습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용인은 사거용인이 아닌 살아 숨쉬는 그런 땅입니다. 약간만 되돌려서 해석해보면 죽어서 가기 좋다는 명당자리가 많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산 사람들이 살기가 좋은 땅이라 하겠습니다. 용인에는 애국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부아산에 이어 이곳 석성산 정상에도 태극기가 휘날립니다.
영동고속도로 마성 TG 진입도로변에 터키군 참전기념비(9:12)가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1개 보병여단을 파병한 형제의 나라 터키군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념비입니다만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울 것 같은 장소에 위치해 있습니다.
마고할멈이 하루 만에 성을 쌓았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는 할미산성(9:25)은 신라시대 유물들이 많이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천 년 전 신라가 한강 이남까지 진출하였음을 증명해 주는 산성이라 합니다. 용인시에서 한창 복원 중인지 산성일대를 파란 천막으로 산성을 포장 해 놓았습니다.
88CC 골프장 진입로를 따라 한참을 내려갑니다. 정맥길에서 처음으로 방음터널 도로도 지나갑니다. 우와좌왕 끝에 겨우 영동고속도로 굴다리(10:50)를 찾아 지나 청덕 광도와이드빌 아파트 앞으로 올라갑니다. 지금 지나는 길들은 정맥길이라기 보다는 골프장과 아파트단지 그리고 도로 사이를 겨우 비집고 나가는 정도의 길입니다. 높이 쳐진 철망 사이로 길은 계속 이어집니다. 초원 성원상떼빌 아파트와 수원CC 사이의 골목 정맥길을 따라가다 보니 샘터를 지나게 되고 녹원 새천년그린빌 아파트단지(12:16) 후문으로 내려섰다가 정문으로 빠져 나갑니다. 횡단보도를 건넌 후 이번에는 산양마을 푸르지오아파트 정문으로 통과하여 작은 울타리 샛문으로 빠져 나갑니다. 이를 본 아파트 경비아저씨께서 무슨 등산을 아파트로 하느냐고 투덜거리십니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정말 이상한 정맥길 산행입니다.
영동고속도로 옆 방음터널의 투명 아크릴판을 구분 못 한 새 한 마리가 아크릴에 충돌하여 퍼덕이다 산타나 손아귀에 들어 옵니다. 산타나에 붙잡혔으니 당연히 사진이 찍히게 됩니다. 그리고 자유의 몸이 되어 훨훨 날아갑니다.
양고개는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크로스 하는 신갈JC 가 있는 곳입니다. 용인운전면허 시험장이 보이는 용구대로의 양고개(12:30)에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말이 산행이지 골목길 투어를 한 그런 기분입니다. 어쨌든 오늘 정맥길은 일찍 시작한 것만큼 일찍 끝이 나니 기분이 좋습니다. 이후로도 출발시간을 두어 시간 가량 빨리 시작하여 조금이라도 일찍 마치는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하겠답니다. 대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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