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백두대간·정맥/낙남정맥[완]

[낙남정맥 – 14] 고집통 홀로 역사를 쓰다

산안코 2016. 5. 14. 22:26

■ 언            제 :  2016. 5. 13 (당일)
■ 어    디     를 :  낙남정맥 14구간 (영운리고개 ~ 김해 매리마을) – 신어산, 동신어산

■ 누            가 :  고집통 홀로
■ 날            씨 :  맑은 후 흐림
■ 정맥 산행시간 :  106시간 48분 (14구간 : 6시간 53분)
                          14일차 영운리고개 (7:34) → 김해 매리마을 (14:27) 6시간 53분
■ 정맥 산행거리 :  240.2 Km (13구간 : 13.0 Km)
■ 총    산행거리 :  영운리고개→가야CC 클럽하우스→신어서봉→신어산→생명고개
→장척산→백두산갈림길→감전고개→동신어산→김해 매리마을 (약 13.0 Km)

  

 

고집통 홀로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1대간 9정맥 중 하나만은 그 누구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해 내고 싶었기에 거제도와 가장 가까이 있는 600리길 낙남정맥을 선택하여 2년 11개월 만에 성공적으로 완성하였습니다. 과연 해낼 수 있을까 염려했었는데 막상 도전하니까 가능했었습니다.
김해 영운리고개(7:34)는 가야컨트리클럽으로 진입하는 경비실이 있습니다. 선답자들의 산행기에서 정맥하는 사람들과 경비원 사이에 종종 언쟁이 발생한다고 보아 왔기에 걱정이 생겼습니다. 이 길이 아니면 달리 방도를 찾을 수 없으니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클럽하우스 앞에 승용차로 올라가서 상황을 확인해 놓고 다시 영운리고개로 내려와 인근에 삼철이를 주차하고 그냥 부딪쳐 보기로 합니다.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경비실을 지나는데 경비아저씨는 뒤돌아 서서 뭔가에 열중하고 있어 무사 통과합니다. 재수가 좋다 생각하며 빠른 걸음으로 도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그새 눈치 챈 경비아저씨가 나를 부르며 마구 달려옵니다. 결국 경비아저씨는 임무를 완수했지만 고집통은 낙남정맥을 갈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걸어서 갈 수 없으면 승용차로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클럽하우스 주차장에 올라가 삼철이를 주차시켰습니다. 클럽하우스(8:00) 앞을 지나도 제재하는 사람도 없고 앞 마당에는 친절하게 낙남정맥 안내판까지 설치되어 있습니다. 낙남정맥을 낙동정맥이라고 잘 못 써놓은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 일이 없습니다. 이럴 거면 왜 정문에서 가로막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안내도 표시대로 8번홀 옆 도로를 따라 올라가니 사명대사인지 원효대사인지는 몰라도 대사님의 석상이 있는 412봉 정상에 오르게 되고 다시 되돌아 내려와 정맥 시그널을 따라 샛길로 들어가니 모두 지나간 줄 알았던 골프장이 또 나타납니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마지막 9번 홀은 아주 고요합니다.

  

■ 영운리고개 - 낙남정맥 열네 번째 산행들머리

 

■ 가야CC 클럽하우스 앞의 낙남정맥 안내판 - 낙남정맥을 낙동정맥으로 잘못 표기

 

■ 클럽하우스 앞 낙남정맥 안내도

 

■ 안내도 표시대로 따라 가다 뒤돌아 본 클럽하우스

 

■ 412봉의 대사님의 손을 잡은 고집통

 

■ 다시 가야CC 골프장 9번 홀로 진입함

 

■ 신어산(서봉) 전망대에서 본 412봉과 가야CC

 

■ 신어산(서봉) 전망대에서 본 김해시 전경

 

 

신어산 서봉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르기도 하고 위험한 바위지대에는 로프까지 준비되어있습니다. 힘 들여 전망바위에 올라서니 조금 전 마음 졸이면서 지나 온 골프장 전체 전경과 멀리 김해시가지 너머로 흐릿하게 남해바다까지 조망됩니다. 미세먼지가 없었다면 조망이 정말 좋았을 것을 약간 아쉽습니다. 신어산 서봉(8:48)에서 방향착각으로 정맥길 반대방향으로 가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서봉으로 되돌아 옵니다. 이정목을 확인해 보니 하시라도 빨리 되돌아오길 정말 잘했습니다.
신어산에는 이해 안가는 출렁다리(9:27)가 있습니다. 바로 1m 아래 등산로가 있는데 출렁다리라니 김해시는 돈 쓸 데가 없는 모양입니다. 넓고 편안한 길이 신어산 정상까지 연결됩니다. 평일이라 등산객 3명과 정상에서 팔각정 공사하는 인부 2명만을 만났습니다. 신어산(9:37)에는 몇 일전에 철쭉제를 한 것 같고 아직 철쭉꽃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신어산 동봉(9:53)을 들렀다 생명고개로 내려가면서 조금 전 서봉에서 만났던 산님을 또 만납니다. 그렇다면 오늘 신어산을 두 번째 오른다는 이야긴데 대단한 산님입니다.

  

■ 신어산(서봉) 전망대에서의 고집통

 

■ 신어산(서봉) 정상에 오른 고집통

 

■ 신어산 거북바위

 

■ 이건 무슨 바위? - 달팽이바위?

 

■ 신어산 출렁다리에서의 고집통

 

■ 신어산 정상에서 본 김해시 전경

 

■ 신어산 정상에서의 고집통

 

■ 신어산 철쭉과 김해시 그리고 남해바다

 

■ 신어산 철쭉군락지에서의 고집통

 

■ 신어산 동봉에서의 고집통

 

■ 신어산에서 생명고개로 내려가는 계단길

 

 

생명고개(10:13)부터 백두산 이정표가 나옵니다. 백두대간의 시작점 백두산이 아닌 김해에 백두산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고 아마 아무도 모를 겁니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으나 백두대간의 백두산과 대칭되어 그렇게 이름 지었지 않나 생각됩니다. 김해시에서 조성한 백두산누리길을 따라갑니다. 몇 번의 오르내림 끝에 장척산(10:55) 정상에 올라서게 되고 계속해서 누리길을 따릅니다. 내가 가야 할 길은 백두산이 아닙니다. 백두산이 백두산갈림길(12:05)에서 500m만 되었어도 한 번 가 보려고 했었는데 3km 거리라 포기합니다. 감천고개로 내려섰다 새부리봉(12:40)에 오릅니다.
낙남정맥의 끝자락이 있는 낙동강이 굽이치고 있습니다. 양산시가지 너머 낙동정맥도 낙동강과 함께 나란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낙동길 걷던 그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머리 속을 지나갑니다. 한여름 그 시절 정말 힘이 들었습니다. 새부리봉 보다 높이는 약간 낮지만 낙남길의 마지막 봉우리인 동신어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이제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길이 나와도 하나도 힘들지 않습니다. 아마도 아쉬움 때문일 겁니다. 동신어산(13:12)에 올라서는 약 30분간을 앉아 놀았습니다. 이 또한 아쉬움 때문입니다.

  

■ 생명고개 바로 지나 터실앞산 이정목

 

■ 장척산 정상에 오른 고집통

 

■ 정맥길에 설치된 노산 이은상 시인의 진달래 시

 

■ 백두산 갈림길 삼거리의 이정목

 

■ 낙남길에서 본 낙동강과 다대포 전경

 

■ 새부리봉에 오른 고집통

 

■ 새부리봉에서 본 낙동강과 양산시 전경

 

■ 동신어산에 오른 고집통 - 낙남정맥 마지막 봉우리

 

 

이제 내려만 가기만 하면 되기에 빠른 걸음으로 낙남정맥을 벗어나기로 합니다. 부산과 대구를 잇는 55번 고속도로 아래로 내려선 후 매리마을을 향해 콘크리트길을 따라 약간 내려가니 소감천을 건너는 69번 지방도의 매리2교(14:27)에 도착합니다. 이로써 열네 번에 걸쳐 이어온 머나먼 낙남정맥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면서 고집통의 새로운 역사가 한 페이지 작성되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학생을 불러 안증샷을 부탁하면서 묻지도 않은 낙남정맥을 장황하게 설명을 했지만 별로 궁금해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집통 나만의 이벤트이기 때문입니다.

  

■ 낙남정맥에서 내려서면서 본 김해 매리마을

 

■ 매리2교 - 낙남정맥 열네 번째 산행날머리

 

■ 매리2교 앞에서의 고집통 - 낙남정맥 산행날머리

 

■ 매리마을 앞 낙동강에 발 담근 고집통

 

 

고마웠고 대견스러운 두 발을 매리마을 앞의 낙동강물에 담가 휴식을 주기로 했습니다. 낙동강 물이 그다지 깨끗하지 않아 얼른 발을 거두었습니다. 휴식이 아닌 모욕을 줄 뻔 했습니다. 김해 매리마을은 김해시의 오지 중에 오지인지 택시가 없습니다. 콜 해서 가야 CC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는데 2만원 지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