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16. 1. 16 ~ 1. 17 (1박 2일)
■ 어 디 를 : 한북정맥 1구간 (수피령 ~ 국망봉 헬기장) – 복주산, 백운산, 국망봉
■ 누 가 : 가공산악회 12명과 산타나 그리고 고집통
■ 날 씨 : 1/16 맑음, 1/17 흐림
■ 정맥 산행시간 : 12시간 50분 (1구간:12시간 50분), 접근시간 1시간 10분
1일차 수피령 (8:15)→회목재 (15:30) 7시간 15분
2일차 회목재 (6:05)→국망봉 헬기장 (11:40) 5시간 35분
■ 정맥 산행거리 : 37 Km (1구간:37 Km)
접근거리 :국망봉 헬기장→용소폭포 약 3 Km, 복계산 왕복 1.4 Km
■ 총 산행거리 : 수피령→북계산→복주산→하오현→회목현→광덕산→광덕고개→백운산→도마치봉→신로령→국망봉→용소폭포 (약 41.4 Km)
한북정맥은 백두대간 북한 땅 추가령에서 분기하여 남서쪽으로 뻗어내려 경기도 파주의 장명산까지 이어지는 약 220Km의 산줄기입니다. 한강의 북쪽에 있는 분수령이라 하여 한북정맥이라하며 남쪽으로는 한강, 북쪽으로는 임진강 수계를 이루고 있으며 파주의 곡릉천에서 그 맥을 다하며 백두대간처럼 휴전선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되어 남한지역은 강원도 화천과 철원의 경계지역인 수피령에서 시작하여 약 165Km의 거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백두대간에 이어 호남과 낙동을 거쳐 도합 7개 정맥을 졸업하고 낙남 3구간을 남긴 채 마지막 하나 남은 한북정맥으로 들어갑니다. 백두대간을 시작한 지 7년을 꽉 채우고 8년째 1월에 한북정맥을 시작하여 5월이면 1대간 9정맥을 졸업하게 되고 남진 백두대간을 시작하여 10년 거사를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시베리아 제트기류를 타고 내려 온 한파가 영하20도를 오르내리며 대한민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합니다. 그 중 강원도 철원의 강추위가 맹위를 떨친다고 연일 매스컴을 장식합니다. 하필 이럴 때 철원 땅 수피령에서 한북정맥 들어가야 하는 현실 앞에 할 말이 없습니다. 더군다나 25인승 미니버스로 이동하면서 정맥 시작한 이래 꽉 찬 인원수로 가장 먼 거리 차량이동이라는 난재가 겹쳤고 거제 소재 차량이 강원도 빙판도로에서의 안전운행도 염려스럽습니다. 새 정맥길을 시작하는 기대감 보다는 여러 면에서의 걱정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약간의 경비가 더 지출되는 한이 있더라도 대형버스로 갈아 탈것을 요구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합니다.
자정을 약간 넘긴 시간. 부담스런 미니버스는 거제를 출발하게 되고 버스 안 좁은 공간에서 옴짝달싹 하지 못한 채 7시간여의 시간을 달려 화천군 사내면의 한 식당 앞에 도착합니다. 두 다리는 "ㄱ"자로 굳어 버렸고 어깨와 목덜미는 천근만근을 짊어진 기분입니다. 산행 시작도 하기 전에 녹초가 되어 버렸습니다.
염려했던 바와는 달리 수피령의 하늘은 맑고 눈과 얼음이 없는 따뜻한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평소 착하게 살아온 내게 주는 하늘의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대성산 정상의 구조물이 아침 햇볕을 받아 반짝거립니다. 최근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냉랭해진 남북관계로 인해 내륙 지방의 최전방 지역이니 어쩌면 대북방송을 듣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수피령(8:15)을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복계산 갈림길에서 정맥길을 약간 벗어나 앉은 복계산(9:22)을 다녀 오기로 합니다. 금방 다녀와질 것으로 생각하고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았더니 꽁꽁 얼어 붙은 길은 생각보다 미끄럽고 위험천만이었습니다. 안전이 최우선인 만큼 장비착용에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촛대바위와 칼바위를 지나칩니다. 지난 달 끝낸 한남정맥과는 급이 다른 스케일을 보여주는 한북정맥입니다. 기본이 1,000m가 넘어서고 3~400m의 고도차를 예사로 보여줍니다. 최전방 지역이라 군부대로 인한 산행에 어려움이 많이 예상되었지만 완전 빗나갑니다. 워낙 고지대이다 보니 정맥 자체가 튼튼한 방어막을 형성해 별도의 전술이나 전략 같은것은 필요로 하지 않은 듯 군부대는 없고 빼치카랑 진지간 연결하는 통로만 사방에 널려 있을 뿐입니다. 발칸포인지 대포 쏘는 소리인지 몰라도 멀리서 쾅쾅거리는 소리가 울려옵니다.
오르내림이 심해지면서부터 약간 편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잔머리를 굴려 정맥을 두고 임도를 따르다 전혀 엉뚱한 곳으로 갈뻔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노력한 것만큼의 열매가 생기는 법입니다. 이번 산행의 특징은 별도의 점심 식사를 준비하지 않고 간단한 빵 등 행동식으로만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강원도 땅 정맥길이라 추운 날씨가 염려되고 산불의 위험까지 있고 배낭무게의 부담을 줄여 산상에서의 만찬보다는 최대한 빨리 산행을 마무리한 후 내려와서 잔치판을 벌이겠다는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복주산(12:49) 정상을 지나 자동차 타이어 계단이 멋있는 하오재(13:52)로 내려갑니다. 하오재에서는 맹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연을 즐기는 텐트족을 만납니다. 지도에는 회목봉이 있으나 정상을 확인하지 못했고 바로 회목재(15:30)에 내려서면서 한북정맥 첫 번째 첫 째날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예약된 식당 겸 펜션에 도착하니 식당 홀 내부가 썰렁한 기운이 돕니다. 젊은 사장은 화천 산천어축제에 놀러 가버리고 연세 지긋한 아버지가 식당을 지키고 있습니다. 샤워시설은 동파되어 작동 불가이고 펜션은 심야 전기 사용으로 7시가 지나야 방바닥을 데울 수 있다 합니다. 더군다나 식당에는 먹거리가 전혀 준비되지 않았고 써빙 아주머니조차 없어 아무래도 쫄쫄 굶어야 할 판입니다. 돈은 받지 않겠으니 밥솥의 밥이라도 먹고 가라는 아저씨의 제안을 뿌리치고 냉정하지만 내일 산행을 위해서는 사내면으로 식당과 모텔을 찾아가야만 했습니다. 밥 먹자고 추위에 떨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밤새 약간의 싸락눈이 날렸습니다. 광덕산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이른 새벽 서둘러 산행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회목재를 찾아가던 버스 기사 아저씨가 어제 하산한 회목재(6:04) 지점을 약 1Km 지나친 것 같다 합니다. 어차피 걸어서 올라가야 할 시멘트길이기에 그냥 그 자리에서 둘 째날 정맥산행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거기서도 한참을 시멘트 길을 따라 올라가니 광덕산천문대(조경철천문대, 6:19)가 불을 환히 밝혀 놓고 있습니다. 천문대에서 몇 발자국을 띄지 않은 것 같은데 광덕산(6:27)정상이 나옵니다. 한북정맥 일출은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습니다. 버스의 도움으로 너무 일찍 올라온 것도 있지만 기상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엄청난 급 내리막길을 거의 뛰다시피 내려갑니다. 눈이 쌓여 있어야 할 강원도 산길이 먼지가 펄펄 날립니다. 그토록 어렵지 않게 광덕고개(7:10)에 도착이 되고 이어지는 백운산을 오르는 시작부터 상황은 완전히 반전 됩니다. 광덕고개 이전에는 먼지 날리던 길이 눈과 얼음으로 아주 미끄러워졌고 주위 나무들은 지천으로 상고대 꽃을 피웠습니다.
백운산(8:11)은 달리 백운산이 아닙니다. 만산백설로 수 놓아 내가 왜 백운산인지를 알려 주는 듯 합니다. 엄청 숨가쁘게 백운산을 치고 오릅니다. 그리고 삼각봉(8:36)과 도마치봉을 또 치고 오릅니다. 보통 치(峙)라면 고개를 일컫는데 고개가 얼마나 높으면 이곳은 도마치봉입니다. 오르내림의 진수를 보여주는 한북길 산행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언제 쉬고 언제 에너지를 보충해야 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선두 권은 시야에서 사라진 지 이미 오래이니 늦지 않으려면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야만 합니다. 이번에는 도마봉을 올라갑니다. 도마봉(9:22)에도 텐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영화 히말라야가 성공한 이후로 자주 목격되는 광경이며 개인적으로 아주 부럽습니다.
한북정맥 최고봉인 국망봉(11:28)에 올라섭니다. 북쪽으로 멀찌감치 막걸리로 유명한 포천의 이동면이 보이고 남으로는 경기5악이면서 경기 최고봉인 가평의 화악산이 조망됩니다. 국망봉은 후고구려(태봉)의 시조 궁예가 왕건에게 나라를 잃고 국망봉에 올라 철원을 바라보며 망국의 한을 품었다는 산이기도 합니다. 정상에서는 바람이 너무 차가워 두 사람이 늦게 도착해 15% 부족한 단체사진을 남기고 바로 출발합니다. 약 300m 정도 나아가니 국망봉 헬기장(11:40)이 있고 삼거리가 나옵니다. 여기까지가 1박2일간 진행한 한북정맥 첫 구간 산행 기점입니다.
지금부터는 좌측능선을 따라 무주채폭포 방향으로 하산입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내려가는 거리는 정맥길 접근 내리막구간이며 당연히 한북정맥 2구간 때에는 오르막 접근거리가 됩니다. 제대로 표현한다면 내리 꼽는다는 말이 옳겠습니다. 눈, 낙엽 그리고 얼음으로 인해 미끄러지고 엎어지고 힘든 내리막길입니다. 그나마 지금은 이렇게 내려가고 있지만 다음에 다시 올라갈 일이 정말 꿈만 같습니다.
무주채폭포(12:32)는 꽁꽁 얼었고 얼음 위로 로프를 잡고 아슬아슬 내려갑니다. 아이젠이 없으면 도저히 갈 수 없는 그런 길입니다. 그렇게 힘들여 도마천 용소폭포가 있는 75번 국도(12:50)에 도달하면서 한북정맥 1구간 산행을 무사히 마무리합니다. 내려오는 길이 워낙 가파르고 위험천만하여 다음 정맥길 접근 때는 오늘 하산한 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의 접근을 산행대장에게 건의해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씨알이 먹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나 혼자만의 기분이었나 봅니다.
어~어 하는새 경기도 가평 땅에 들어와 있습니다. 사람 발걸음이 정말 무섭습니다. 도마천을 따라 75번 국도를 약간 이동하니 의미 있는 38도선 안내판이 있습니다. 잠시 버스에서 내려봅니다.
한북정맥은 백두대간 시작에 대비해 이번 1구간처럼 졸업할 때까지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할 것이라 합니다. 일정이야 별 문제가 되지 않으나 미니버스를 타고 장거리 이동할 일이 앞으로도 걱정입니다. 어떤 대책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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