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 제 : 2021. 5. 24 (당일)
■ 어 디 를 : 지리산 천왕봉 (1,915.4m)
■ 누 가 : 덕규형님과 서팀장님 그리고 앙코
■ 날 씨 : 비 그리고 맑음
■ 산행 여정 : 추성리 주차장→비선담→천왕봉→장터목대피소→백무동 탐방안내소
■ 산행 시간 : 10시간 55분
추성리 주차장(6:50)→천왕봉(13:17)→장터목대피소(13:57)→백무동 탐방안내소(17:45)
칠선계곡 가는 날 새벽 4시! 날씨 걱정은 전혀 하지 않고 집 나왔는데 자이온 로타리에 보슬비가 솔솔 내리고 있습니다. 산청휴게소는 이른 새벽 식당 문을 열지 않아 부득이 마트에서 컵라면과 냉동 김밥을 구매했습니다. 지리산 칠선계곡 산행인데 왼 종일 쫄쫄 굶는다는 것은 정말 끔직한 일입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전자렌지가 3분 30초만에 냉동김밥을 해동시키면서 간단요리가 준비되어 한시름 놓았습니다.
칠선계곡 추성리의 추차장에 제법 굵은 빗방울이 툭툭 떨어집니다. 우의를 준비하지 않아 걱정스럽긴 하지만 7시면 비가 그친다는 대한민국의 기상청 말을 믿어 보기로 하였습니다. 신통하게도 요즘 기상청 일기예보가 잘 맞아 떨어집니다.
인터넷 예약 20명, 국공 안내원 3명이 추성리를 출발하여 두지동으로 올라갑니다. 3년전 가을에 김소장님, 위상무님과 함께 이 길을 오르던 기억을 떠올립니다. 김소장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립니다.
두지동에서 잠깐 휴식하고 본격적인 칠선계곡으로 접어듭니다. 두지교 출렁다리와 바닥 면이 꿀렁대는 요상한 출렁다리를 건넙니다. 옛 칠성동마을터와 옥녀탕 옆을 지나고 폭포이름이 없어 국공 직원들이 공모하여 지었다는 치마폭포도 지납니다.
국공직원에게 앙코가 물었습니다. 산님들의 꿈같은 코스인 칠선계곡을 통해 지리산 천왕봉을 격주로 오르는데 즐겁느냐고? 국공 아저씨는 즐겁지 않다 하십니다. 추측 해보건대 국공은 보수가 따르기에 노동이고 우리처럼 취미로 즐기면서 오르는 것은 운동이니 그것의 차이이리라 생각해 봅니다.
비선담부터 천왕봉까지는 비지정 탐방구간이기에 5, 6월과 9, 10월에 매주 월요일 인터넷예악을 거쳐 국공의 안내를 받아야 산행이 가능합니다. 애초 지윤형님 이름으로 예약되었으나 직장 사정상 불참을 통보해와 이전부터 칠선계곡 산행에 관심을 가지셨던 서팀장님으로 멤버가 바뀌면서 차량지원과 점심식사로 쑥개떡을 준비해 주셔서 든든하게 천왕봉 오를 수 있었습니다. 더더구나 수제 마스크까지 준비해 주셔서 엄청 고마웠습니다.
예전 선조께서 비바람을 피해가며 박달나무 목기를 깎았다는 청춘홀이라는 바위굴 옆을 지납니다. 칠선폭포, 대륙폭포 그리고 삼층폭포를 지나는 동안 계곡을 여러 번 왔다 갔다 건너야 해 안내원 없이 가다간 길을 잃기 십상이며 가끔 로프를 잡아야 하는 위험구간도 있어 안내산행이 당연하다 생각되며 사람들의 발걸음을 받지 않은 원시계곡의 바위 이끼는 너무 미끄러워 위험천만이라 세심한 주의를 요합니다.
3츨폭포를 지나 계곡 너덜지대에서 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마폭포까지 한달음에 올랐으며 빈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웁니다. 마폭포에서 천왕봉까지는 급경사 길이며 별도의 국공 안내가 없으니 산행자 각 개인의 체력에 맞춰가며 올라야 합니다. 오르다 쉬다를 여러 차례 천왕봉 바로 아래 철 계단을 만납니다. 3년전 양다리 쥐가 내려 옴짝달싹도 못해 계단 6개를 남기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던 철 계단을 이번에는 거뜬히 치고 올라섰습니다.
월요일 천왕봉 정상은 한산해 모처럼만에 여유로운 인증을 남기고 장터목 대피소로 내려갑니다. 장터목 대피소 또한 우리가 텅텅 비어 독채 전세를 냈습니다. 덕규 형님이 준비한 풍성한 상추쌈과 12mm 삼겹살을 모두 처리하느라 입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백무동으로 하산입니다. 참샘에는 수질이 음용수에는 부적합하다는 경고판이 있으나 참샘을 폐쇄하지 않는 한 그 물을 마시지 않는 산님은 아무도 없을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참샘의 위치가 목마른 산님들에게 갈증을 해 줄만한 딱 알맞은 장소에 있기 때문입니다.
백무동 다다를 즈음 부부 산님이 앙코에게 질문합니다. 다시 내려올 산을 왜 힘들게 오르느냐고? 밥은 왜 먹느냐는 질문과 비슷한 질문인데 앙코가 뭔가를 열심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부부 산님이 고개를 끄떡거렸습니다. 백무동 탐방안내소에서 그린포인트 적립하면서 추성리를 시작으로 천왕봉을 찍고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칠선계곡 산행을 깔끔하게 마무리했습니다.
장터목펜션 사장님 택시를 불렀습니다. 추성리까지 16,000원이었으며 거제로 돌아오는 길에 생초에 들러 잡어탕에 소주 한잔 했습니다. 운전 때문에 좋아하는 술을 바라보기만 한 서팀장님께는 진짜로 많이 미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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