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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덕유산 주능선 종주

산안코 2008. 2. 17. 11:30

● 언       제: 2008. 2. 10 ~ 2008. 2. 11 (1박 2일) 

● 어       디: 덕유산 주능선 종주 (영각 매표소→삼공 매표소)
● 누       가: 고집통 단독 종주
● 날       씨: 맑음 

● 산행 거리: 약 26.9 Km
● 산행 시간: 약 12시간
● 산행 코스: 영각사매표소→남덕유산→월성재→삿갓봉→삿갓재대피소(1박)→무룡산→동엽령→송계삼거리

                    →중봉→향적봉대피소→향적봉→백련사→삼공리매표소  
 

간절히 염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마음 속으로만 품고 있던 덕유산 겨울종주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설날 연휴가 하루 더 생겼기 때문입니다. 삿갓재골 대피소 예약을 서둘렀습니다. 일요일 저녁이라 예약 1번입니다. 

영각매표소에서 시작하여 삼공리매표소로 간다는 결정을 하고 나니 막상 교통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육십령으로 가면 좋을까? 영각사로 갈까? 차는 어디에 가져다 놓지? 너무 일찍 대피소에 도착하는 것은 아닐까? 밤새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잠을 설쳤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무작정 영각사로 향하기로 하고 거제를 출발(6:00) 했습니다. 영각사 입구(9:00) 에 도착하니 일요일 등산객들 모습이 눈에 많이 띕니다 .
등산로 입구와 영각사 입구가 달라 영각사 구경은 뒤로 미루기로 하고 바로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이튿날 산행을 종료한 뒤 신발을 갈아 신고 영각사에 들어갔다가 눈길에 엉덩방아를 찧어 엉치가 지금도 얼얼합니다. 

산행 초입 길 바닥은 눈으로 하얗게 색칠을 해 놓았습니다. 어젯밤 함박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렸다고 합니다.
탐방안내소를 지나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을 한참 올라 남덕유산을 절반 정도 갔을 즈음 잠깐 휴식을 취했습니다. 껍질 채 먹는 사과가 꿀맛입니다. 노룬지 멧돼지인지 알 수 없지만 힘겹게 눈을 밟고 지나간 발자국 흔적이 선명하게 찍혀있습니다. 이 눈 덮인 추운 산중에 뭘 먹고 사는지? 또 쓸데없는 걱정도 해봅니다.
내일 모레면 칠순이라는 아저씨가 말을 붙여 옵니다. 도시에서 평생의 공직생활을 접고 고향 함양으로 귀향하여 열심히 농사일을 배우고 계신다고 합니다. 10년 후의 내 모습입니다. 여기서부터 삿갓재골 대피소까지 함양 아저씨와 대화하면서 심심찮게 산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미끄러운 바위산을 돌고 나무계단을 걸어 올라 눈앞이 확 틔는 남덕유산 정상(11:30)에 올랐습니다.
청명한 날씨로 인해 바로 눈앞에 지리산 천왕봉,  반야봉이 그리고 가야산, 마이산 등이 선명합니다. 날씨가 너무 따뜻해 장갑을 벗어도 손이 시리지 않습니다. 함양 아저씨와 함께 명당자리를 찾아 이른 점심식사와 정상주를 약간 곁들였습니다. 

12시 10분, 아이젠 착용하고 지팡이 준비하고 삿갓봉을 향해 출발입니다. 어제 밤새 바람에 흩날린 가루눈이 무릎까지 등산로를 덮고 있어 아이젠이 무용지물입니다. 아저씨는 내리막길에서 엉덩방아 찧기를 수 차례, 아예 철버덕 주저앉아 미끄럼을 타 봅니다.
겨울산행을 즐기는 엄청난 인파들이 산길을 비좁게 만듭니다. 필시 관광버스의 훌륭한 작품이리라 생각됩니다.
월성재(12:50)를 지나고 삿갓 닮은 봉우리 넘기를 수 차례 어렵사리 삿갓봉(14:10)을 넘고 삿갓골재대피소(14:30)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목적지까지 걱정한대로 너무 일찍 도착 한 것입니다. 눈이 신발 속에 들어가 양말이 흠뻑 젖었습니다.
아저씨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음에 덕유산 올 때에는 꼭 연락하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황점으로 하산하셨습니다. 대피소 취사장에 들러보니 서울서 온 부부가 소주에 삼겹살을 굽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애기들로 한참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피소에 어둠이 짙어지고 하늘엔 별들이 초롱초롱해지니 말로만 듣던 적막강산입니다. 산 아래에서는 세인들의 불빛이 아직도 깜빡이고 있으며 산중의 나는 신선이기도 하고 시인이기도 합니다.
방바닥은 따뜻하고 몸은 노곤하여 눈을 감으려는데 백두대간 종주하는 세 사람이 대피소에 들어와서는 한 사람은 방에 머물고 두 사람은 취사장에서 자겠다고 내려갑니다.
왜 힘들게 그럴까 의심했는데 10 초가 채 지나지 않아 난 그 이유를 알 수가 있었습니다. 그 한 사람, 머리가 마루바닥에 닿자마자 탱크 지나가는 소리를 내기 시작합니다. 아! 밤새 당한 고통을 누가 알겠습니까?
새벽 5시반 간단하게 식사하고 배낭 정리하고 아이젠, 스패츠를 착용하고 대피소를 출발(6:00)  하니 캄캄한 새벽 칼 바람이 뺨을 스칩니다. 이 새벽에 당연히 산길을 지나간 사람이 없으니 길 구분이 잘되지 않습니다. 손전등 하나를 의지하여 한참을 가노라니 용케도 무룡산(06:50)까지 도착했습니다.
난 오늘 또 한번 새로운 황홀경에 빠졌습니다. 정말 새벽 길 나서기를 잘 한 것입니다. 영남알프스 샘물산장에서의 산중 일출 광경을 본 이후 그에 못지않게 화려한 덕유산 일출(07:20)을 여기서 맛본 것입니다. 지리산 천왕봉 일출은 앉아서 기다리지만 이곳 일출은 산행을 하면서 즐길 수 있어 새로운 맛이 있는 것입니다. 한참 사진을 찍고 휴대폰 문자를 보내는 등 호들갑을 떨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동엽령(8:20), 송계삼거리(9:10), 중봉(9:40)까지의 능선은 그다지 힘들지 않지만 아무도 없는 산을 혼자서 걷고 있으니 지루하기가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중봉에 도착하니 향적봉대피소에서 왔다는 등산객 두 명을 만났습니다. 오늘 처음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중봉에서 향적봉까지는 겨울 눈꽃이 아주 아름다운 구상나무가 널브러져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어제 날씨가 너무 따뜻했던 관계로 그 눈꽃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려 또 하나의 덕유 비경을 놓쳐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향적봉 정상(10:00)에는 저 너머 설천봉으로 곤돌라를 타고 올라 왔음직한 일부 카메라맨들이 덕유산의 설경을 담기 위해 카메라를 들고 어슬렁거리고 있습니다.
하산은 지난주 한 번 다녀간 백련사로 다시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멀리 계곡 사이에 위치한 백련사의 하얀 기와지붕들이 햇볕을 받아 너무 정겨운 모습입니다. 백련사(11:00)의 마당을 지나 그 아래 계곡에 접어드니 얼음 밑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때이른 봄 소리로 들려옵니다. 설날 연휴가 막 지난 월요일 오전이라 탐방객은 보이지 않고 지루한 계곡 길을 열심히 걷노라니 드디어 덕유산 종주의 종착지인 삼공리매표소(12:30)가 나타났습니다.
내가 그토록 염원해 왔던 겨울 덕유산 종주가 마무리되는 순간입니다. 동동주 한 잔과 버섯부침개 앞에 놓고 무사 종주를 자축해봅니다.
무주스키장에 놀러 온 직장 후배에 전화를 하니 용케도 연락이 됩니다. 영각사까지 택시비 50,000원이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한가지 목표가 완성되는 오늘 또 다른 새로운 목표를 가슴에 새겨봅니다. 지리산 역종주 (대원사-화엄사)를.... 

 

● 영각사 입구 - 덕유산 산행 들머리

 

 

● 남덕유산 정상

 

 

● 월성재

 

 

● 월성재 지나 삿갓봉에서의 고집통

 

 

● 삿갓봉 정상

 

 

● 삿갓골재 대피소

 

 

● 무룡산 정상

 

 

● 무룡산 - 동엽령 일출

 

 

● 동엽령

 

 

● 향적봉 대피소

 

 

● 향적봉 정상

 

 

● 백련사

 

 

●삼공리매표소 - 덕유산 종주 산행 날머리

 

 

● 동동주와 버섯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