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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영남알프스 7개봉 태극종주 [1,000m 이상급]

산안코 2007. 10. 19. 19:08

● 언         제: 2007. 10. 19 ~ 2007. 10. 20 (1박 2일) 

● 어   디   를: 영남알프스 7개봉 태극종주(1,000m 이상급) 

● 누        가: 고집통 단독종주 

● 날        씨: 올해 들어 가장 추웠음 

● 산행  거리: 약 42Km 

● 산행  시간: 17시간 30분 

● 산행 코스: 석골사→상운암→운문산→아랫재→가지산→능동산→샘물상회(1박)

                  →천황산(사자봉)→재약산(수미봉)→죽전마을→청수골산장

                  →청수좌능선→영축산→신불산→간월산→배내봉→배내재 

 

오늘은 금요일, 평일인데 시간이 생겼습니다. 추석연휴의 지리산 종주에 힘을 얻어 꼭 하고 싶었던 영남알프스 태극종주에 1박 2일 일정으로 도전하고자 합니다. 

배낭 무게를 지리산에 비해 조금 줄였습니다. 새벽 4시 거제도를 출발하여 7시쯤 석골사 앞에 도착했습니다. 날씨는 썰렁하며 안개가 석골사 주위를 감싸고 있습니다. 부지런한 스님 모습이 시야에 보입니다. 

석골사 경내를 잠시 둘러보고 곧바로 산행을 시작(7:00)하였습니다. 운문산은 이제 막 단풍이 시작입니다. 정말 쉬지 않고 열심히 산을 오릅니다. 산행 시작한 후에 처음으로 네 사람의 일행을 만났습니다. 상운암에서 밤새 기도 드리고 내려오는 중이랍니다. 

상운암(8:30)에 도착하여 경치를 둘러보니 아름답게 물든 단풍과 발아래 펼쳐지는 구름의 향연이 가슴을 벅차게 만듭니다. 상운암 스님이 기척을 하고 상세하게 이곳에 대해 설명을 하고 찹쌀떡 보시를 해주십니다. 날더러 천천히 쉬었다 가라 하십니다. 

운문산(9:10) 정상입니다. 바람이 너무 거세고 안개로 인해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상석과 악수 한 번하고 아랫재로 향했습니다. 밤에 비가 왔었나 봅니다. 바짓가랭이가 흠뻑 젖었습니다.한참을 아랫재(9:53)로 내려갑니다. 이렇게 내려 간 높이보다 더 가지산을 향해 올라야 할 것인데 조금은 걱정입니다. 

가지산 조금 못 미쳐 5쌍의 부부가 올라 옵니다. 배내고개에서 시작하여 태극종주를 하는 중이며 아침에 샘물산장에서 출발하였다고 합니다. 나와는 거꾸로입니다. 

영남알프스 7개봉 중 가장 높은 가지산(11:50)입니다. 정상에는 천막으로 만든 집 한 채가 있어 동동주 등을 팔고 있으며 그리고 무슨 놈의 표시 석이 그렇게도 난무한지, 마음 같아서는 불법 건축물들을 싹 쓸어버렸으면 좋겠는데 내가 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따뜻한 곳을 찾아 간단하게 김밥과 맥주 한 잔으로 점심식사를 때웠습니다. 석남터널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고 방향을 헷갈리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그냥 울산 방향을 선택하여 줄기차게 내려오면 능동산으로 가는 네 갈래 길(13:15)이 나온다. 능동산을 오르는 길에 어떤 부자를 만났는데 영남알프스 종주에 대해서 설명하니 아주 부러워합니다. 자기는 늙어서 안 된다고 합니다. 내가 보기에는 몸보다 마음이 늙은 것 같습니다. 

드디어 간월산, 신불산과 천황산, 재약산으로 연결되는 중간기점 능동산(14:25)입니다. 1,000m  에서 18m가 모자라 영남알프스에서 억울하게 옳은 대접을 못 받는 산입니다. 

쇠점골 약수터를 지나니 산 머리를 가로질러 임도를 고속도로처럼 뻥 뚫어 놓았습니다. 나중에 자연에게 인간이 되돌려 받을 빚을 진 것 같습니다. 지루한 길을 한참 걸어가니 눈앞에 광활한 평원에 억새 밭이 펼쳐지고 샘물산장(15:30)이 나타났습니다. 내가 오늘 하룻밤을 묶고 갈 곳입니다. 

동동주 1통에 두부안주 그리고 휴식, 저녁 식사는 걸렀습니다. 라디오가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고 합니다. 산 중엔 주인내외와 나 뿐. 컨테이너 집의 온돌마루 덕분에 따뜻하게 안정을 취했습니다. 

새벽 4시 출발 예정이었으나 바람이 얼마나 밤새 울어 댔는지 잔뜩 긴장하여 날이 밝기만을 기다리는데 동녘 하늘에서 펼쳐지는 일출(6:40)의 장관이 내 혼을 쏙 빼놓았습니다. 

식사와 커피. 바로 둘 째날 산행시작(7:00)입니다. 천황산을 오르는 길은 밤새 땅이 얼었습니다.  천황산 사자봉(7:25)입니다. 아침 바람이 너무 강해 주위 한 번 둘러보고 얼른 사진 한 장 찍고 출발입니다. 재약산 수미봉(8:05)을 지나서 고사리분교 터 근처에 도달하니 한 떼의 등산객들이 몰려옵니다. 오늘 처음 만나보는 사람입니다. 

죽전마을 하산 길을 몰라 그 넓은 사자평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약 30분 알바를 한 것 같습니다. 죽전마을(9:50)입니다. 누가 영남알프스 길을 이렇게 줄을 그었을까요? 지금 바닥까지 하산했으니 영축산까지 다시 1,000m 길을 올라가야 하지 않느냐 말입니다. 한 마디로 기가 찰 일입니다. 

종점상회를 돌아 청수골산장 안을 통과하여 청수 좌능선을 통해 오르기로 했습니다. 체력이 떨어져 가다 쉬기를 여러 번, 눈 앞에 엄청 넓은 신불평원이 나타났습니다. 억새가 지천에 깔렸으며 사람 또한 지천에 깔렸습니다. 

영축산에 오르는 길은 자동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길이 형성되어 있어 인간이 나중에 천벌 받을 짓을 해 놓았습니다. 영축산(12:15)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 서로 사진 찍겠다고 난리입니다. 

신불 대평원의 능선을 따라서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모습이 너무 멋있는 억새가 있어 좋고 신불공룡능선의 아름다운 경치가 있어 감상하며 산행하기에 심심찮은 길을 걷기를 한참. 신불산(13:20)입니다. 

여긴 수준이 더 심각합니다. 정상에서 라면이야, 오뎅이야, 막걸리야 완전히 시골 재래장터는 저리 가라입니다. 얼른 산 모퉁이를 돌아 간월산을 향했건만 인파로 인해 발길조차 띄기 힘들 정도입니다. 

눈 앞에 그림 같은 간월재가 나타나고 간월산도 저만치 보이건만 간월재 고개 마루에는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자동차들로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차 타고 뭣 하러 산에 오르는지 원? 

간월 공룡능선 위 전망대에서 주위 한번 둘러보고 이내 간월산(14:30)에 오르니 이곳이 내가 계획했던 영남알프스의 마지막 봉우리입니다. 

여기서 내게 뜻밖의 행운을 맞았습니다. 배내봉을 향해 막 출발을 하는데 나를 스쳐 지나는 사람이 있어 바짝 따라붙었습니다. 그러던 중 얘기가 통했습니다. 이 분이 나를 배내고개에서 무보수로 석골사 입구까지 차량으로 이동해 주었습니다. 

배내봉에서 잠깐 남은 음식 정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배내고개(16:00)에 도착함으로써 머나먼 1박 2일의 영남알프스 태극종주길에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정확한 거리는 가늠할 수 없지만 엄청 먼 거리였다는 생각이 들며 순수하게 내가 걸은 시간만 17시간 30분입니다. 

내가 좋아서 고생을 사서 했으니 망정이지 만약 누가 하라고 시켰으면 난리가 났을 일을 한 것입니다.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이런 무모한 도전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건만 일상으로 돌아오니 다음엔 거꾸로 배내고개에서 석골사로 가볼까 욕심이 생기는 것은 내가 산에 미쳤거나 아니면 산 사랑에 푹 빠졌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 석골사 -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산행들머리

 

● 운문산 단풍

 

● 운문산 운무

 

● 운문산 정상

 

● 가지산 정상

 

● 능동산 정상

 

● 샘물산장

 

● 천황산 일출1

 

● 천황산 일출2

 

● 천황산 일출3

 

● 천황산(사자봉) 정상

 

● 재약산(수미봉) 정상

 

● 배내골 죽전마을

 

● 영축산(영취산) 정상

 

● 영축산 억새

 

● 신불산 억새

 

● 신불산 정상

 

● 간월재 전경

 

● 간월산 정상

 

● 배내봉 정상